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한 워싱턴의 관심이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다고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이 말했습니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과 정부 관리들을 만난 태 의원은 이들이 강제북송 반대 운동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중국이 비준한 고문방지협약이 들어간 것은 진전이라며 향후 중국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UPR 심의를 겨냥한 캠페인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태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미국에서 중국의 강제북송 중단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유엔과 미 정부 당국자, 의원들을 만나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중국’을 명시하는 등 관련 내용을 강화해 달라고도 요청했는데, 8일 공개된 결의안 초안은 탈북민을 강제북송하지 말 것을 다시 촉구하면서도 중국 언급은 없었습니다.
태 의원) 네,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조금 더 진전된 결의안 초안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유엔에 갔을 때 이미 유엔 쪽에서도 통보받았고 미국 쪽에서도 하는 얘기가 EU는 이것을 표결에 부쳐서 찬반 대결로 가기보단 컨센서스에 주안점을 둔다, 근데 새로운 것은, 물론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다 반영되지 않았지만 최근의 현 상황 즉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북중 국경 개방과 관련해서 이뤄지고 있는 강제북송 상황, 그리고 지난 시기에 없었던 고문방지협약을 중국이 지키라는 농르풀망 원칙이 들어간 것! 이 두 가지는 이번 방문을 통해서 저희들이 성취감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기자) 중국이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북송을 강행하니까 난민 여부와 관계 없이 고문당할 위험이 있는 곳으로 보내선 안 된다는 ‘고문방지협약’을 처음으로 명시한 게 진전이란 얘기군요
태 의원) 그렇죠. 얼마 전에 중국 외교부는 탈북민 강제북송과 관련해서 중국에는 탈북자는 없다, 이렇게 입장을 발표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중국이 약간 당혹스러워하는 것이 북한으로 보내면 어차피 고문당할 걸 아는데 왜 보내느냐? 그렇기 때문에 바로 중국이 비준한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강제송환금지 농르풀망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러한 논리에 중국이 지금 대단히 난처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농르풀망 원칙을 준수하라는 것을 반영한 것은 저희가, 우리 시민 사회가 목청을 높인 결과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미국 의회를 방문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 등 의원 5명을 만났습니다. 또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 등 관리들과도 면담했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태 의원) 우선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번 유엔 결의안에 ‘중국’이라고 명시하지 못한다면 대단히 아쉽다,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애매하게 표시하는가? 거기에 대해서 의원들은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 행정부에 강제북송과 관련해선 중국의 책임을 명시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이런 의견들을 다섯 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다 같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터너 특사도 미국 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강제북송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 왔고, 앞으로도 우려를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도 약속했습니다. 또 이 강제북송이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는 심각하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제 북송되고 있는 탈북민들에 대한 구체적인 신원 자료들을 보내주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기자) 탈북민들의 구체적인 신원 등 강제북송 정보를 제공하면 미국이 이를 근거로 중국을 더 압박하겠다는 건가요?
태 의원) 네, 저도 그런 노력이 대단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 지금 문제가 뭐냐면 자료 확보가 제일 중요합니다. 현실적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탈북민들을 중국 공안이 억류한 뒤 북송시켰느냐 이런 구체적인 자료는 앞으로 저희 시민사회 차원에서 계속 확보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기자)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 등에 대한 워싱턴의 기류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태 의원) 첫째로, 지난 시기 제가 워싱턴에서 와서 의원들을 만나려고 하면 1명 만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의 강제북송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더니 솔직히 시간이 없어서 다 못 만났지 이틀 동안 5명의 의원을 만났습니다. 의원들이 여기에 대한 관심도가 지난 시기보다는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우리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가서 논의하겠다라고 할 때는 의원들의 관심이 별로 높지 않았는데, 최근에 발생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 진행형인 강제북송 문제를 얘기하자고 하니까 대단히 관심을 보여서 짧은 기간 5명의 의원을 만났다는 이 숫자 자체가 저는 완전히 미국의 정치권이 달라진 그런 모습이라고 봅니다.
기자) 미중 갈등 속에 중국과도 연계된 문제라서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요?
태 의원) 네, 그리고 지난 시기 북한 인권 문제라고 하면 이게 인권 유린의 백화점 아닙니까? A부터 Z까지 정치범수용소 문제부터 쫙 하다 보니까 너무 방대해서 의원들 자체도 좀. 그래서 제가 이번에 와서 느낀 건 뭐냐면 미국 정치인들과 이야기할 때는 매우 디테일한 특정 상황을 가지고 이것을 내가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할 때 적극 호응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자)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와 ‘의회·행정부 중국 위원회(CECC)’ 의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스미스 의원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들었습니다.
태 의원) 네, 스미스 의원에게 강제 북송과 관련해서 청문회를 긴급 개최해달라고 요청했어요. 크리스 의원께서도 가능성 여부를 알아보겠다, 자기도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중국 위원회에서라도 청문회를 연다면 대단히 많은 의원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아요. 지금은 달라진 것이 팬데믹 상황이 끝나면서 북한이 국경을 열고 중국이 대량 북송하니까 시점이 이렇게 지금 딱 왔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 의원들이 ‘뭐라고?’ 하며 눈길을 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쉽게도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블랙홀처럼 다 빨아들이고, 이게 좀 아쉬운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의원 다섯 명씩이나 만났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럼에도 미국 정부나 유럽연합에선 중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데 대해 신중한 목소리가 여전히 많습니다.
태 의원) 이번에 현실적으로 저희가 만나서 활동해야 할 대상들은 다 만난 셈입니다. 유엔, 미국 행정부, 의회. 그런데 저희들이 느낀 인상은 뭐냐면 저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중국이라는 이 실체의 힘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요. 이런 문제를 대한민국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너무 힘에 부치고, 또 미국의 경우에도 대중국 정책에서 강제북송 문제를 우선순위로 끌어올리기에는 미국도 부담스러워한다는 걸 저희들이 느꼈습니다. 제가 북한 외교관으로 있을 때도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는 대단히 힘도 약해 보이고 실체도 작아 보이지만 중국이라는 이 거대한 세계 경제 대국과 정치 대국이 북한의 앞에 떡 버텨서 막아주고 있는 한 이 강제북송 문제와 같은 아주 특이한, 명백한 인권 유린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대단히 힘에 부친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기자) 그런 걸림돌들을 넘어서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노력을 더 강화할 예정인가요?
태 의원) 우리가 3월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를 목표로 다시 한번 활동하려고 합니다. 내년은 중국이 UPR(보편적 정례인권검토) 심사를 받는 해입니다. 그래서 이에 맞춰서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거론할 때 그 안에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꼭 포함시키도록 유엔인권사회를 대상으로 캠페인 활동 등을 할 계획입니다.
미국에서 닷새 동안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캠페인을 펼친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과 캠페인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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