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던 양국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된 것은 한반도 정세 안정에도 긍정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다만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입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여 석좌] “I think the main idea between the Xi and Biden meeting was making sure that they put some kind of floor underneath the relationship so that US China competition doesn't escalate further. I think those objectives in the near term were achieved by all accounts, both in China and the US, that the meeting was considered a success, but that's good because it does leave for some room or space to then find areas for cooperation and the Korean Peninsula being one of them as we know, North Korea situation has not gotten better.”
여 석좌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양국 간 경쟁이 더 이상 격화하지 않도록 관계의 바닥을 다지는 것이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이런 목표가 달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과 미국 모두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이 북한의 도발 위협 등 한반도 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는 여지나 공간을 남겼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지난 15일 정상회담을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군사 소통 채널 복원 등을 통해 양국 간 경쟁이 충돌과 대립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던 양국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된 것은 한반도 정세 안정에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 석좌는 17일 VOA에 “미중 관계는 어느 정도 안정이 필요하고, 양국 정부 모두 큰 충돌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미한 양국이 김정은 정권을 관리하는 동시에 (미중 양국의) 전략적 경쟁을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But because US-China relations require a degree of stability and neither government wishes for a major conflict, strategic competition will have to be managed at the same time the U.S. and South Korea manage Kim Jong-un’s regime.”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백악관의 짧은 언급뿐이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북한(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이후 미국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체로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문제를 포함한 모든 주요 현안에 대해 고위 관리 수준에서 더 많은 참여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는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Although no explicit mention of NK (and Russia ties), I understand from subsequent U.S. de-briefings that Biden did raise. All in all, the summit will now help catalyze further engagement at senior official levels across all the major issues, including NK, which is good.”
여 석좌도 “바이든 대통령의 짧은 발언을 제외하고는 한반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미중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측면에선 분명히 더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도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중) 정상회담은 워싱턴과 베이징의 관계 안정화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매우 중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국장] “Yes, the summit was very important because it helped to stabilize relations between Washington and Beijing. This is the only chance the leaders will have to get together because of the American election year. Biden will not go to Asia. Biden will not invite Xi to Washington, and so this was an important meeting to help to stabilize for the Korean Peninsula, it will help because it will lower chinas's overall concerns about what the United States is doing a little bit and so far as the peninsula, this can be helpful.”
내년 미국 대선과 중국의 경기 침체 등 국내외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 한반도 문제를 짧게라도 논의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매우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와일더 전 국장은 “(내년에) 미국 대선이 있어 두 정상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유일할 것 같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에 가지 않을 것이고 시 주석을 워싱턴으로 초대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되는 매우 중요한 만남이었다”고 진단했습니다.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별로 언급되지 않은 것 같다는 VOA에 질의에 “한반도는 미국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며 “약 3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핵 억지력을 한국으로 확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철통 같은 방위 조약을 맺고 있으며,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라고 상기시켰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 Korean Peninsula is extremely high on the importance scale for the U.S. We have almost 30,000 American troops stationed on the Peninsula. We have extended our nuclear deterrence to South Korea. We have an ironclad treaty with Seoul. We are the ROK's largest trading partner.”
비록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문제가 많이 논의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확고하다고 강조한 것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제공하며 한국 방어를 위한 굳건한 태세를 유지하는 것은 모두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한결같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Preserving peace and stability, providing a strong deterrent against North Korea, and remaining steadfast in the defense of the ROK are all very high priorities for the United States. The U.S. is equally determined to achieve th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여 석좌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시그널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중 간 관계 개선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과 도발이 여전한 상황에선 미중 양국의 긴장 완화가 적어도 북한과의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여지나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그러나 미중 긴장 완화로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등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과 관련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앞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9일 방한 중에 중국에 건설적 역할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양국은 두 주권 국가이며 두 나라 모두 중국의 우호적인 이웃”이라며 “미국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나 잘 하길 바란다”고 일축한 바 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중국은 건설적 역할을 할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그렇게 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지 파괴적인 역할을 할지는 중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China has the potential and, I would argue, they have the obligation to do so. Whether they will or not is up to China, and whether China wants to be a constructive player in the international system, or a destructive one.”
전문가들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북한을 미국을 견제하는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었던 시대는 안타깝게도 이제 끝났다”며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항하는 중국의 투쟁에서 북한을 전략적, 전술적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 “The days when we could hope for China to play a cooperative role in dealing with North Korea are, unfortunately, probably over. Today, Beijing views the DPRK as a strategic and tactical asset in China's struggle against the United States, the U.S.-led alliance system, and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며 “중국은 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말하지만, 중국이 북한으로의 석유 유입만 끊더라도 북한에 상당히 강력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이 그런 선택을 하기만 한다면 상당한 변화를 이뤄낼 수 있지만, 아직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China could make some pretty significant contributions to doing that. China always argues that it doesn't have that much influence on North Korea, but if China closed off the oil flow in the North Korea, that would be pretty strong coercion of North Korea. So China could make some difference if it chose to. It hasn't chosen to yet to apply pressure on North Korea.”
랩슨 전 대사대리 역시 “중국은 북한의 거의 모든 필수품과 물자 공급 루트인 육로와 해상을 통제할 수 있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여러 이유로 이런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은 중국 때문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와일더 전 국장은 “사실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을 막았다는 것이지만, 그것이 중국이 한반도 안정을 위해 한 유일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국장] “In fact, the only positive thing I would say is I believe that the Chinese have stopped the North Koreans from a new nuclear test, but that that is the only thing that I can see the Chinese have done to help with stability on the peninsula.”
와일더 전 국장은 중국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최근엔 북핵 억제 등 한반도 안정화와 관련해 한 일이 거의 없지만 과거 북핵 6자 회담에서는 상당히 생산적인 기여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을 활용하는 데 훨씬 더 생산적이고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미중 관계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이 도우려고만 한다면 도울 수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이 도우려는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국장] “China could play a much more productive and useful role in leveraging North Korea, but China is choosing not to do that at this point, in part because of the state of US China relations. So I think that China could be helpful if it wanted to be helpful, but regrettably this summit showed no signs that the Chinese want to be helpful.”
과거 부시 행정부 시절 북핵 6자 회담에 관여했던 와일더 전 국장은 “6자 회담에서 중국은 매우 큰 도움을 줬다”며 “중국은 회담 개최와 중재를 제안했고, 실제로 6자 회담에서 진전을 이뤘다”며 “중국이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2000년대 했던 것과 유사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