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버라드 전 대사] “윤 대통령 국빈초청, 강력한 외교적 신호…해양 공동순찰 합의도 중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국빈 방문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위해 21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만찬을 개최했다.

영국이 국왕 대관식 후 첫 국빈으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양국 관계 격상에 대한 매우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대사가 평가했습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평양에 주재했던 에버라드 전 대사는 한국과 영국의 해양 공동순찰이 대북제재 이행 노력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영국 의회 연설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에버라드 전 대사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에버라드 대사님,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것을 포함해 안보와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담은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했습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에버라드 대사)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 한국의 영국에 대한 210억 파운드, 약 262억 달러 투자는 상당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국방 측면에서도 한국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는데요. ‘다우닝가 합의’에 따라 한국은 영국 해군의 순찰에 참여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집행하고 남중국해에서 법치를 유지하는 활동에 나섭니다. 과거 한국이 이런 활동을 한 적은 없습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

기자) 한국이 영국과 해양 공동순찰 활동에 나서는 것은 첫 양자 대북 제재 집행이죠. 하지만 이미 일본과 캐나다 등도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한 해양순찰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노력은 어떻게 다른가요?

에버라드 대사) 해양순찰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 수준이 달라진 것입니다. 한국 해군의 참여는 북한과 그 주변 지역에서 제재를 위반하는 무역을 막기 위한 노력을 크게 강화할 것입니다. 북한은 아직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들도 메시지를 받았다고 확신합니다.

기자) 불법 활동을 벌이는 북한 선박에 대한 차단이 가능할까요?

에버라드 대사)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공해상에서 선박에 대한 승선과 차단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활동을 실제로 행하는데 대한 약간의 거리낌이 있는데, 북한이 그 점을 악용하곤 합니다. 권한은 실제로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공해상에서 불법 물품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을 차단하고 싶어할 지는 다른 문제이고, 훨씬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자)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인데요. 이번 다우닝가 합의에서도 한국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지만, 영국에게 한국은 얼마나 중요한 경제 협력국입니까?

에버라드 대사) 양국 간 교역액은 이미 150억~160억 파운드, 미화 187억~2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무역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양방향으로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로 자동차도 많이 구매하고, 서비스 무역도 상당하죠. 양측 정부는 이러한 좋은 기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 국빈 방문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총리관저에서 회담했다.

기자)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이 지난 5월 대관식 후 초청한 첫 번째 국빈인데요. 이번 초청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중 영국 국민들이 가장 공감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에버라드 대사) 이번 초청의 상징성은 명확하고 분명하며 한국과 영국 정부 모두가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영국의 한국에 관계를 더 긴밀하게 격상하고 싶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특히 대관식 후 첫 방문이라는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강력한 신호입니다. 저는 영국 의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직접 들었는데요. 청중의 반응이 가장 컸던 대목은 영국의 한국전 참전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아직도 굉장한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이죠.

기자) 영국 방문 전 윤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가 ‘다중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타이완과 남중국해를 언급하자 중국 외교부가 반발했습니다. 한국이 중국의 강압적인 행동에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관련해서 한국과 영국은 어떻게 더 협력할 수 있을까요?

에버라드 대사) 영국과 한국이 힘을 합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양국 해군의 합동 작전입니다. 그리고 이미 그런 경험이 일부 있습니다. 한국이 이 문제에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할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자신의 행동에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그리고 국제법을 함부로 어길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한국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감안해야 합니다. 저는 한국이 이런 문제에서 강인하길 매우 바랍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민감하다는 점도 잘 인식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한국은 동맹인 미국이 있고, 최근 몇 년 동안 양국관계는 더욱 강력해졌죠. 이미 미국과 강력한 동맹 관계가 있는데 왜 영국과도 관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에버라드 대사) 한 나라와만 강력한 관계를 맺는 것은 지속 가능한 외교적 태세가 아닙니다. 다각화하고 관계망을 넓혀야 합니다. 이것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일어났던 일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반향을 일으킨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한 동맹을 매우 공격적으로 재편하려고 했고, 동맹을 운영하는 자금 문제에 있어 매우 완강했습니다. 기자 언급대로 바이든 대통령 아래서 미한 동맹은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미국에 선거가 실시될 텐데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누가 알겠습니까?

기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저지하고 인권을 개선하는데 영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에버라드 대사) 무기개발과 관련해 영국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심각한 한계가 있습니다. 영국은 북한의 과잉적인 행동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협의하고 협력하면서 행동해야 합니다.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북한의 끔찍한 인권 유리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내년 2월이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권고안이 발표된 지 10년이 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북한 인권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됐다는 점이 지난 8월 유엔 인권 특사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적됐습니다. 영국만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문명화된 세계가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대는 중단돼야 합니다.

기자) 한반도와 오랜 인연을 맺어 오셨습니다. 국빈방문은 영국에서 큰 국가적 행사일텐데요. 소감은 어떠십니까?

에버라드 대사) 예 저는 남북한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윤 대통령을 런던에서 뵙게 돼 매우 기쁩니다. 이번 방문이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금까지도 아주 좋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가신 길을 따라가면서 곳곳에서 태극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지금까지 존 에버라드 전 주북 영국대사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의 의의와 북한에 대한 한영 공동 대응책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