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권을 강조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는 바이든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을 할 의사가 없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외교의 문을 열어 두면서도 대북 제재와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30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약 넉 달 만에 나온 김정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는 “북한이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에 관심이 없다는 우리가 지난 몇 년간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It confirms what we've known now for several years, that North Korea is just not interested in resuming nuclear negotiations with the United States…What she said is certainly consistent with long standing North Korean policy that they won't negotiate about nuclear weapons because they consider nuclear weapons to be their sovereign right. And therefore, they're not prepared to enter into a dialog with United States that would question North Korea's sovereign right to have nuclear weapons…North Korea really, really isn't under very strong sanctions pressure because Russia and China are not implementing the sanctions. So from North Korea's standpoint, there's no particular pressure to resume talks with the U.S.”
‘자주권을 놓고 미국과 마주 앉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김 부부장의 발언은 ‘핵무기를 주권적 권리로 간주하기 때문에 핵무기에 대해 협상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오랜 정책과 일치한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주권적 권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미국과는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분석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주 강력한 제재 압박을 받고 있지는 않다”며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대화 재개에 대한 특별한 압박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부부장은 이날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북미 대화 재개의 시간과 의제를 정하라고 한 미국에 다시 한번 명백히 해둔다”며 “주권국가의 자주권은 그 어떤 경우에도 협상 의제로 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미국과 마주 앉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한 비판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지난 7월17일 이후 넉 달여 만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국장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새로운 것이 없다”며 “조만간 대화 가능성은 없다는 비관론을 강화하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차 석좌] “The statements by her, I don't think they say anything new, but they're just reiterating a position that reinforces the pessimism that there's any chance of dialog any time soon… Of course, their goal is to have the United States accept them as a nuclear weapons state. But I don't think the United States is ever going to do that.”
차 석좌는 이어 “물론 북한의 목표는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그렇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가운데 나온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북한이 ‘자주권’의 영역인 핵과 탄도미사일은 물론 정찰위성 발사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이 북한에 위성을 발사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You have told us that we can't launch satellites. You're infringing on our sovereignty…I think they will continue to develop their satellite program. I think they will continue to develop their ballistic missile program, and I think they'll get additional help from the Russians…”
이어 북한은 핵은 물론 “위성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며 “관련 개발에 러시아로부터 추가적인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주권적 권리에 속하는 모든 것을 키워나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며 공화국은 모든 유엔 성원국이 향유하는 주권적 권리들을 앞으로도 계속 당당히 제한 없이 행사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해 온 미국에 ‘조건부 대화’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we know clearly that North Korea would want the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and wants to be accepted as a necessary weapons state. And they would come back to the table if they felt they can get into an arms control negotiations with the United States but as a nuclear weapons state…So yeah implicit in that is that there's no question about sovereignty, that they want to be viewed as a sovereign state and they want to be accepted as a sovereign state and with a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as a nuclear weapon state, the same as Pakistan… I think it's consistent with the messages we've been receiving since the beginning of the six party talks.”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원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미국과 군축 협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라며 “하지만 핵보유국으로서 그렇게 하길 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관계를 맺고 주권국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것이 내포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의 이런 입장은 “6자회담 이후 우리가 받아온 메시지와 일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며 대북 외교를 모색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계속 전제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유지하는 동시에 제재와 억지력 강화 등의 압박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차 석좌는 “미국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며 “조건 없는 회담 제의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일 것”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차 석좌] “I don't think there's much more that the U.S. can do. Unconditional offer for talks is about the most you can do. I don't think we should start paying for talks…I think it's imperative that China play some sort of role because I can't imagine China likes this growing DPRK-Russia munitions for military technology transfer.”
특히 비핵화 목표를 수정해 군축 대화를 하는 ‘회담의 대가’를 미국이 지불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본다며 “중국은 군사 기술 이전을 대가로 한 북러 군수품 거래 증가를 반길 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국은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며 “북한이 협상을 피하고 막으려는 한 미국, 한국,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U.S. is saying we're prepared to begin talks without preconditions whatsoever. North Korea is setting preconditions, which it knows are unacceptable to Washington as well as Seoul and Tokyo. So as long as North Korea wants to avoid negotiations, wants to block negotiations, there's nothing that the U.S. and the ROK and Japan can do... So I think in the absence of a change of policy by North Korea, then the U.S. and its allies have to focus on defense rather than diplomacy… I think the U.S. focus has to continue to be on defense cooperation with the ROK and Japan including measures to strengthen extended deterrence… Now, the big question mark, of course, is the U.S. elections. I mean, if Trump is elected next year, that could, not necessarily, but it could change very dramatically U.S. relations with the ROK and Japan. And I suspect that North Korea is probably not interested in engaging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 because it's waiting to see whether or not Kim Jong un's friend Donald Trump will be reelected to the White House next fall.”
따라서 “북한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외교보다는 국방에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미국은 확장 억지력 강화 조치를 포함해 한국, 일본과의 국방 협력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이모어 조정관은 “관건은 미국 대선”이라며 내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과 한국, 일본과의 관계는 매우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은의 ‘친구’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가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될지 여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하는 데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