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케네스 배에 북한 ‘엑스’ 계정 통한 소장 전달 제안 

지난 2012년부터 2년간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씨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가 북한에 피소 사실을 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에 소장을 전달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배 씨 측에게 재판부가 소셜미디어 ‘엑스’ 등을 통한 방법을 제안한 것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케네스 배 씨의 대북 소송을 담당한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4일 배 씨 측에게 이례적인 주문을 했습니다.

원고인 배 씨측이 내년 1월 4일까지 대체 송달 방식을 이용해 북한에 소송 내용을 고지하라고 한 것입니다.

재판부가 의미하는 대체 송달 방식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직접 소장을 보내는 것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북한 계정에 소송 내용을 고지하는 것 등 2가지입니다.

이는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이 최근 이용한 방식으로, 재판부가 이들 피해자의 사례를 설명하며 배 씨 측도 동일한 방법을 통할 것을 권고한 것입니다.

앞서 북한에서 훈련을 받은 일본 적군파 요원의 테러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그리고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5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평양의 북한 외교 당국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지난 8월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로 소장을 송달하게 해 달라고 요청해 재판부로부터 이를 승인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우편물이 반송되자 피해자 측은 법원으로부터 엑스를 통한 고지 방식을 허가받았고, 지난 10월 실제로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공식 엑스 계정에 소송 사실을 고지했습니다.

당시 피해자 측 변호인이 고지한 문건에는 ‘60일 이내 소장에 대한 답변을 송부하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한 문건은 답변이 없을 경우 ‘궐석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이 문건을 자신의 엑스에 올린 뒤 이 게시물에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언급(멘션)하는 방식으로 북한 측이 해당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케네스 배 씨의 재판부는 배 씨 측이 동일한 방식을 통해 소송을 다음 단계로 진전시키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사실상 소장 전달에 난항을 겪던 케네스 배 씨 측이 재판부의 이같은 이례적인 주문을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을 고지할 수 있는 길을 안내 받은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대북 소송인 등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그러나 엑스를 통해 북한에 피소 사실을 알릴 수 있게 되면서 북한을 고소한 다른 미국인들도 같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현재 일본 적군파 피해자와 케네스 배 씨 외에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납북 사망자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등 유족과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가족 등 116명 등입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