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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파 피해자, 북한 ‘엑스’ 계정에 피소 사실 고지...“60일 내 응답 없으면 ‘자동 패소’”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유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을 고지했습니다. 피소 사실을 전달받은 북한은 앞으로 60일 이내에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패소 판결을 받게 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이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공식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소송 사실을 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따르면 피해자 측 변호인은 12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 재판부에 제출한 문건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북한에 전달한 문건이 표시된 화면 캡처본을 증거 문서로 첨부했습니다.

해당 문건에는 한글로 ‘법적 고지’라는 제목 아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고소 사실과 함께 60일 이내 소장에 대한 답변을 송부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문건은 답변이 없을 경우 ‘궐석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이 문건을 자신의 엑스에 올린 뒤 이 게시물에 ‘우리민족끼리’ 계정을 언급(멘션)하는 방식으로 북한 측이 해당 내용을 보도록 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이 고지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적군파 피해자 측이 X(옛 트위터)에 게시한 법적 고지문. 출처=X
적군파 피해자 측이 X(옛 트위터)에 게시한 법적 고지문. 출처=X

앞서 일본 적군파 요원이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그리고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5월 30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본 적군파 요원 3명이 지난 1972년 5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구내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자동소총을 난사해 26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쳤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하는 등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이번 소송의 피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평양의 북한 외교 당국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피해자 측은 재판부에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로 소장을 송달하게 해 달라고 요청해 이를 승인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우편물마저도 반송되자 피해자 측은 법원으로부터 엑스를 통한 고지 방식을 허가받은 것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다른 모든 소장 송달 방법이 실패했고, 미국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해 원고(피해자 측)는 피고에게 공표(publication)를 통한 송달을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선 공표 방식의 송달은 의심의 여지 없이 허용된다”고 밝혔었습니다.

북한에 소송 내용이 사실상 고지되면서 이제는 북한의 대응 여부가 소송의 향방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만약 북한이 60일 이내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피해자 측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통상 재판부는 궐석 판결을 통해 북한에 배상 책임을 명령합니다.

또 엑스를 통해 북한에 피소 사실이 공식 전달된 만큼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다른 미국인들도 같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와 납북 사망자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등 유족은 지난 2020년 미 연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장은 아직 북한 측에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가족 등 116명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당시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1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제소했는데, 역시 소장 송달에 실패했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대북 소송인 등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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