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상원이 오는 14일 대정부 질의를 통해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개발과 북러 간 무기 거래, 심각한 인권 문제 등을 제기하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영국 의회는 이에 앞서 관련 보고서를 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상원이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에 야기하는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묻는 대정부 질의를 오는 14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외무부 국무상을 지낸 휴고 스와이어 상원의원 주도로 추진되는 이 대정부 질의에서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 미사일 개발과 북러 간 무기 거래,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과 대북 제재, 북한 인권 문제 등과 관련한 영국 정부의 입장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상원에는 동아시아를 담당하는 별도의 국무상이 없기 때문에 이날 대정부 질의에는 외무부 타리크 아흐마드 중동·북아프리카·남아시아·유엔·연방 담당 국무상이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의회는 대정부 질의를 앞두고 7일 ‘북한: 글로벌 안보에 위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안보 태세와 무기 개발 프로그램,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북한의 인권 침해, 북한과 중국 관계, 불법적인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등과 관련한 영국 정부의 입장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시하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지역 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져온 북한의 이런 새로운 능력들은 이제 북한의 공격적인 군사 태세가 글로벌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North Korea continues to develop its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mes in defiance of international sanctions. Long viewed as a threat to regional stability, there are growing fears that these new capabilities mean that North Korea’s aggressive military posture could now pose a risk to global security.”
보고서는 김정은 정권 하에서 북한이 최근 몇 년간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의 발전으로 역내 위협에서 글로벌 위협으로 부상한 것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을 실시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을 계속 시험하고 있으며, 이런 시험들은 북한 미사일 전력의 신뢰성과 정밀도를 높이고 역내 (미국과 한국 등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을 향상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화학무기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고, 사이버전 능력도 눈에 띄게 발전시켜 암호화폐 탈취 등 사이버 공격의 규모와 정교함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19년 북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북한은 미국과 한국 등의 대화 재개 시도를 무시하고 있으며, 2022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유엔 안보리는 2006년부터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 활동을 제재하는 여러 결의를 통과시켜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다자 제재 체제를 구축했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와 유럽연합, 영국 등도 별도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고서] “Since 2006, the UN Security Council has passed several resolutions sanctioning North Korea for developing nuclear weapons and related activities, delivering what has been described as one of the most extensive multilateral sanctions regimes in history. The United States and other countries and international bodies, including the European Union and the UK, have also imposed separate sanctions.”
이 같은 경제 제재는 북한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암호화폐 탈취 등 사이버 범죄와 같은 새롭고 광범위한 제재 회피 수단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적 영향에도 북한의 첨단무기 기술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해선 최근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과거에는 북한 주민들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억압을 견뎌냈지만, 현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의 인권 침해는 정권의 지속적인 군사화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국내 및 해외 강제노동 등을 통해 획득한 재원과 주민을 위해 써야 할 자원을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생산에 전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이 탈북민들을 대거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이 영국 정부가 중국 당국에 난민들이 제3국을 거쳐 한국에 도착할 수 있도록 안전한 통로를 마련하도록 설득할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러 간 무기 거래의 영향과 관련해선 단순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대량의 군수품 판매는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느라 현금이 부족한 북한 정권의 금고를 채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은 금전적 이익뿐 아니라 미사일과 기타 첨단 군사기술 제공을 포함해 러시아로부터 다른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달 영국 정부가 한국과 처음으로 양국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공동으로 집행하는 국방 협정을 포함하는 공동 협정을 체결했다며, 이 협정에 따라 양국은 제재를 위반해 북한으로 물품 등이 밀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동 해상 순찰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보고서] “In November 2023, the UK government announced that it had signed a joint accord with the Republic of Korea that will include a defence agreement which will see both nations jointly enforce UN Security Council (UNSC) sanctions on North Korea for the first time. The accord, signed between Prime Minister Rishi Sunak and Republic of Korea President Yoon Suk Yeol during his state visit to the UK, will see the two countries conduct joint sea patrols to prevent goods and material being smuggled into North Korea in violation of sanctions.”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의 티머시 조 사무국장은 8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거론하며 이번 대정부 질의는 상원에서 그 만큼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 사무국장] “이제 북한 이슈가 이번에 한국 대통령도 왔다 가시면서 여러 가지로 되게 하일라이트를 받고 있는 거예요. 그 몇 주 전에도 마찬가지였고 계속해서. 그만큼 위협의 존재가 높다는 겁니다.”
조 사무국장은 “불법적인 무기 생산을 위해 북한에서 더 심각한 인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며 “강제 노동 등을 통해 생산된 북한의 무기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쓰여 수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인권 탄압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