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일본이 ‘새 대북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3국 안보 협력 수준이 한 단계 격상됐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대북 정보 유입 강화 등 구체적이고 실효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한일 3국 안보 수장들이 서울에서 만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새 대북 이니셔티브’ 출범을 발표한 데 대해 “매우 긍정적이고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프레드 플라이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은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한일 3국 모두 북한의 위협과 역내 중국의 도전 등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각자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과 셈법이 조금씩 다른 상황에서도 세 나라가 안보 분야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협력을 추진하는 데 대해 높이 평가했습니다.
[녹취: 플라이츠 전 비서실장] “I think it is a very positive and significant step forward to see the national security advisors of Japan,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meet. It's very difficult given differences between these nations and work together because they know the threat from North Korea and they know the threat they need to deal with from China. And I hope they will be meeting frequently to discuss the growing threat from North Korea.”
특히 이번 회의가 지난 8월 미한일 정상간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로 열린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미한 핵협의그룹과 안보협의 회의,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미한일 3국 간 연합훈련 등과 함께 3국 간 공동 대응이 전술적 차원에서 전략적 차원으로 한 단계 격상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일 3국 안보 수장 간 만남을 제도화하고 정례화해 북한 문제와 역내 안보 이슈에 대해 세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자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이날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회의 결과를 긍정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사이버 분야 대응에 주목하면서 “이는 북한의 사이버 관련 위협의 위험에 대해 3국이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근의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tripartite meeting and agreement on cyber threats is the latest indication that the three countries share a deep and growing concern about the danger of Pyongyang's cyber-related threats. The U.S., the ROK, and Japan appear determined to take their cooperation to deal with this threat to a higher level. It is the latest manifestation that the partnership among the three countries is flourishing and that all three capitals are on the same page when it comes to countering the DPRK's challenge and threat. This is a very positive development and should be welcomed.”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위한 자금 조달은 물론 간첩 활동과 주요 사회기반시설 표적 공격, 한국 등의 방어 시스템 침투, 정권을 위한 암호화폐 탈취 등에 사이버 공격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어떤 측면에서 핵무기보다 더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미한일 세 나라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3국이 북한의 위협과 도전 대응에 같은 생각을 갖고 있으며 협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해 현재 미한 간 여러 실무 그룹이 운영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협력 채널을 활용해 새 대북 이니셔티브가 운용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 “I think that at the NSC level they need to agree on the policy but for real actions, it takes the cyber experts. So, when strategies are coordinated at the level of the three countries' national security offices, a working group involving cyber experts from each country is expected to prepare specific cyber response implementation plans.”
그러면서 앞으로 세 나라 국가안보실 차원에서 전략을 조율하면 각국의 사이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실무 그룹이 구체적인 사이버 대응 실행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조태용 한국 국가안보실장,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보보장국장은 9일 서울에서 열린 3국 안보수장 회의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실질적 대응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새 대북 이니셔티브’를 출범한다고 밝혔습니다.
새 대북 이니셔티브의 골자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와 암호화폐 세탁에 따른 위협, 우주와 탄도미사일 시험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사후 대응력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다년간의 3자 훈련 계획 수립 등 안보 협력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반적으로 미군은 동맹국과 5년 단위로 훈련을 계획한다면서 미한일 3자 연합훈련도 이번 조치에 따라 5개년 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Normally we with our allies, we project our training out to five years. Now what we're going to do is schedule trilateral exercises on a five year plan. And that is very good because it allows us to ensure we sustain readiness and interoperability. But it also is going to help to ensure that the Camp David agreements, at least the security agreements will transcend administrations. Once we established these exercises while we can stop them, it is less likely that we will because they're important for the mutual defense of all three nations. And so the idea is that if we sustain these exercises, that whoever is the next president in South Korea, in the United States or the Prime minister in Japan that because we have these exercises well planned resources committed.”
맥스웰 부대표는 미국이 이미 한국, 일본과 각각 양자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과 중국 등 역내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데 있어 세 나라가 함께 지속적으로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준비태세와 상호 운용성 유지 측면에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전략적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한일 연합 훈련 정례화는 “3국 안보 협정이 행정부를 초월하도록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훈련이 한 번 실시되면 세 나라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관계 없이 지속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3국 안보수장들이 권위주의 독재국가인 북중러 밀착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가치 중심의 외교전략을 공동 수립하는데 합의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교란하거나 약화시키려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 sends a very helpful signal not only to North Korea, but also to other states that seek to disrupt or undermine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including the PRC and Russia. In these difficult, challenging, and complicated times, it is important for like-minded liberal democracies to make clear where they stand in the face of the challenges being posed to the liberal, democratic, international order.”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중국과 타이완의 양안 갈등 등 어려운 도전을 직면한 시기에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에 맞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한일 3국은 비슷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가치에 기반한 미한일 3국 협력이 이익을 위해 뭉친 북중러 연대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n my view, the alliance between the US, ROK and Japan is much stronger than the alliance among Russia, China, and North Korea. In part, because the three allies support and have similar values and interests. And so I think part of the way to strengthen the trilateral alliance is to emphasize the common values that the three countries face in terms of democracy and human rights and so forth.”
그러면서 미한일 3국 협력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인권 등 3국 간 공통의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레드 플라이츠 전 비서실장은 미한일 안보 협력 체제가 향후 ‘쿼드’나 ‘오커스’ 같은 역내 안보협력체들의 역할을 보완·강화하는 성격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안보수장 회의가 그 주춧돌이 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플라이츠 전 비서실장] “I hope we're moving in that direction. We've had cooperation for a long time but this is a much stronger level of cooperation which will have joint military exercises. The recent meeting agreed to cooperation to counter North Korean cyber threats. But we'll see. I mean this is an early step of what I hope is a much more robust alliance among these three nations who've always worked together but much more needs to be done.”
플라이츠 전 비서실장은 미한일 3국 협력은 역내 다른 협력체와 달리 “연합 군사 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훨씬 더 강력한 수준의 협력”이라면서 “이번 회의는 지금껏 3국 협력 강화를 위한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회의에서 도출된 합의나 조치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면서, 현 시점에서 나온 조치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보장하는 확실한 도구’라기보다는 ‘북핵의 진전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테렌스 로리그 미 해군전쟁대학 교수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에 대한 사이버 분야와 경제 제재 조치와 집행을 강화해 왔다”면서 “그러나 근본적 질문은 ‘현 시점에서 과연 압박과 제재 강화를 통해 비핵화가 가능한가’이며,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리그 교수] “It gets back, I think to the fundamental question is denuclearization really even possible at this particular point through certainly increased pressure, increased coercion, increased sanctions. And I think that's unlikely. I think at this stage of the game, sanctions may be useful and economic pressure and trying to curtail North Korea's access to financing through cyber. I think that the best you can hope for is that that somehow is able to constrain to some degree North Korea's access to resources to pursue not only a nuclear and missile technology and modernization, but also a growing and modernizing its conventional capabilities as well.”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화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고 주민들을 위한 자원을 전용해 군사력 증강에 쏟아 붓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 속에 제재 회피를 통해 경제적 압박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등 현실적으로 비핵화를 어렵게 하는 쪽으로 점점 행동을 굳혀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서 이뤄지는 경제 및 사이버 제재를 통한 북한의 자금 조달 차단 노력 등 미한일 3국의 안보 공동 대응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기술 및 현대화를 추구하기 위한 자원에 대한 접근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최선”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한일 안보 수장 회의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를 위한 이니셔티브의 첫발을 뗀 만큼 향후 회의에서는 압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새로운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을 실제로 아프게 할 수 있는 구체적 대북 행동으로 아직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며, 미군을 비무장지대(DMZ)로 복귀시켜 순찰을 강화하고 한국군과의 상호 운용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동북아 지역 국가안보기구의 재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 일본, 타이완 등을 담당할 역내 동맹간 새 연합전투사령부를 서울에 창설하고 역내 외교 안보 역량을 총괄할 동맹 간 ‘슈퍼 대사(Super Ambassador)’직을 도쿄에 신설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또한 타이완에는 동북아 관료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제참여센터 건립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역내 안보와 외교, 경제에 헌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특히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조치로 대북 정보 유입 캠페인 실시를 꼽으면서 “정보 유입은 김정은에게 실존적 위협이며, 그의 전략이 계속해서 실패하도록 압박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We need to really implement an information campaign to get information to the Korean people. The fact is information is an existential threat to Kim Jong UN. And this is the way to pressure those around him to ensure that Kim Jong Un's strategy continues to fail.”
테렌스 로리그 교수도 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기간 동안 북한이 코로나 봉쇄를 시작으로 법적 처벌과 감시를 강화하는 등 북한 내 정보 유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며, “이는 북한 정권이 이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징후”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로리그 교수] “I think that is a very interesting aspect to this when you look at what North Korea has done over the last few years, starting with the COVID lockdown, starting with the increased legal punishments and closing of the border in other ways and monitoring that flow of information. I think that is a really significant indication that the North Korean regime is very nervous about that. I would be careful to suggest that that's going to be something that will change the regime and its authoritarian oppressive nature anytime soon and bring change to the North Korean regime.”
그러면서 “대북 정보유입 강화 활동은 북한 정권의 권위주위적 억압을 바꾸고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차후 미한일 안보 수장 간 회의를 통해 대북 이니셔티브에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