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슬픔 여전한 하마스 피습 마을...팔레스타인 주민 “이스라엘 점령이 문제”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크파르 아자 마을의 한 주택. 총격을 받은 뒤 불에 탄 흔적을 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 약 80일이 지났습니다. 공격당한 마을은 그날의 충격과 공포는 물론 가족과 친지를 잃은 슬픔 속에 빠져있습니다. 이스라엘 군의 하마스 제거 작전이 한창인 가운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현지 분위기를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가자지구에서 동쪽으로 약 2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스라엘의 크파르 아자 마을은 10월 7일 전까지만 해도 인구 700여 명의 평온한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제 무기 등으로 중무장한 하마스 대원들이 들이닥치면서 마을의 평온함은 한순간에 깨졌습니다.

도망가던 주민들 등 뒤로 총격이 가해졌고, 집 안에 숨어있던 아이들은 하마스 대원들이 지른 불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VOA가 26일 방문한 크파르 아자 마을은 그날의 참상을 흉터처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주택 외벽마다 총탄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고, 바로 앞엔 탄피가 흩어져 있습니다. 불에 그을린 주택에선 여전히 탄내가 진동합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아들과 손녀를 잃은 바르다 곤스테온 씨.

이 마을에서 숨진 60여 명의 주민 중에는 바르다 곤스테온 씨의 48세 아들과 스무 살 손녀도 있습니다.

[녹취: 곤스테온 씨] “My son and my granddaughter, they were killed by Hamas on 7 October. It was early in the morning…”

곤스테온 씨는 아들 가족이 살던 집 앞에서 VOA와 만나 “내 아들과 손녀가 10월 7일 이른 아침 하마스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말했습니다.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갔던 곤스테온 씨의 며느리와 손녀 3명이 지난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인질 교환 때 살아 돌아왔다는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습니다.

[녹취: 곤스테온 씨] “They need social and psychological treatment to normal life. Because a lot of fears, and lot of action that they cannot do anymore. The little one cannot sleep alone.”

곤스테온 씨는 “(며느리와 손녀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기 위해 사회적, 심리적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두려움을 크게 느끼고 행동에도 제약이 많다”며 특히 아홉 살인 막내는 여전히 혼자 잠을 자지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크파르 아자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선 주로 20~30대 남녀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노바 음악축제’를 즐기던 젊은이들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마스는 무대 아래와 화장실, 나무 뒤에 숨어있던 젊은 남녀를 하나씩 찾아내 총격을 가하고 시신에 불을 붙였습니다.

또 하마스를 피해 도망치던 차량 행렬에는 유탄 발사기 공격까지 가해졌습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하마스가 불태운 차량에서 시신과 신체 부분을 수습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크파르 아자 마을에서 동쪽으로 약 5km 떨어진 공터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탄 이들 차량 약 180대를 옮겨 놨습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시신과 신체 일부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이스라엘 방위군 남부지역 사령부 소속 야니브 소령은 이곳에서 시신 수습 임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랍비이기도 한 야니브 소령은 “불에 탄 차에서 신체 일부를 수습해 DNA 검사를 통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야니브 소령] “And when we find some human part, we take it for DNA test to find some missing people and also burn it to bury it in the grave… We have a lot of family that want to know where their loved ones are.”

그만큼 가족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설명입니다.

야니브 소령은 최근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과도한 대응을 지적하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높은 데 대한 질문에 “나와 함께 이곳에서 지난 10월 7일의 기억을 나누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약 3주 전 아기의 것으로 보이는 작은 뼛조각을 발견했다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일각의 비난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에 따른 후유증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주민들도 10월 7일 이후 고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는 연일 이스라엘 군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고, 반대편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인 서안지구엔 한층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예수 탄생지로 알려진 서안지구 내 베들레헴은 예년 같으면 크리스마스를 맞아 관광객이 넘쳐나야 하는 곳이지만 지금은 외부에서 온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애도의 도시가 됐습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팔레스타인인 여성은 “10월 7일 이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겼다”면서 가끔 이슬람 국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 서안지구로 들어가기 위해선 큰 콘크리트 장벽 아래 만들어진 철문 2개를 통과해야 했는데, 이날 이곳을 지난 사람은 VOA 기자가 유일했습니다.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아켈 아브라함 씨가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안지구에서 VOA와 만난 팔레스타인인 주민 아켈 아브라함 씨는 10월 7일 이후 상황이 많이 변했다면서도, 그날 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이스라엘을 비난했습니다.

아브라함 씨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살고 있는 600만 주민 모두는 평화를 원하고, 우리의 국가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0월 7일의 행동이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팔레스타인인이 당신 땅을 점령하면 당신은 나를 대항해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점령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브라함 씨] “We have 6 million in Gaza and in West Bank. So, all those people want for peace. We want our state. (기자: Some people argue that the act on October 7th wasn't so peaceful though.) My friend, listen, you have to know something. If Palestinian come to your land and occupy your land, you will fight me.”

이어 “1990년 쿠웨이트가 이라크에 의해 점령당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당한 상황처럼 세계는 누군가의 점령을 반기지 않는다”며 “우리는 평화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80일 넘게 번지고 있는 분노와 증오의 화염 속에 평화의 길은 요원해 보입니다.

이스라엘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