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일각 대북 군축 협상 필요성 제기… 한국, ‘트럼프 재집권’ 등 변수 촉각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가 속도를 내면서 미국 내 일각에선 북한 비핵화 대신 북한과의 핵무기 감축 협상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내년 미 대선 결과를 주목하면서 미북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122923.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내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북 핵 동결과 군축 협상이 본격화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이 있느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외교적 협상에 관련된 문제”라면서도 “북한은 핵 동결과 감축 조건으로 반드시 한미동맹 해체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신 장관은 “북한이 만일 한미동맹 해체를 요구하지 않고 조건 없이 군축 협상을 한다고 하면 우리가 반기지 못할 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내에선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북 핵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 그리고 그에 따라 미한동맹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신 장관의 국회 답변도 북한이 미한동맹을 흔들고 미국의 확장억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군축 협상을 활용할 것이라는 데 대한 경계심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축 협상을 통해 자신의 핵 동결 또는 영변 핵 시설 폐기의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와 같은 비군사적 조치는 물론 미한 연합훈련 중지, 주한미군 감축,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축소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과 군축 협상을 하더라도 최종 목표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여야 하고 이를 향한 로드맵이 전제 돼야 한다는 게 윤석열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실질적으로 그 과정에서 군축은 불가피하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과연 최종 목표가 완전한 북한 비핵화냐 그게 명확해야 되는 거죠. 그리고 내년 11월 미 대선 이후 결과로 과연 한국민들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서 계속 확신할 수 있게 해 주겠느냐 라는 게 또 다른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거죠.”

미국 내 일각에선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가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 본토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근접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이지 않고 핵 군축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 부국장보를 지낸 이용석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위원은 최근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국과 동맹은 대북정책의 초점을 비핵화에서 군비 통제와 축소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선임위원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규탄 성명, 추가 제재, 전략자산 전개 등 같은 방식으로 늘 대응해왔지만 효과가 없었다면서 미한은 모두 북한과 전쟁을 원하지 않고 비핵화를 강제하기 위한 무력 사용은 선택지가 될 수 없기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에선 비록 미국 내 소수의 주장이지만 이런 견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맞물려 미북 간 군축 협상이 자칫 한국을 배제한 상태에서 이뤄지고 한국이 북한 핵 무력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에 이를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미국은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를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기 보다는 타이완 문제 등에 밀리는 후순위 과제로 보고 있지만 한국은 실전배치 단계에 있는 북한 전술핵의 직접 타격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한국이 바라보는 북한은 이제 한반도에서 핵 불균형이 일어났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든 아니면 한국이 핵을 가지든 그 두 개가 안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조치라고 보는 반면에 미국은 그런 정도까지 생각 안하고 있다는 인식의 불균형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미 대선 흐름을 면밀히 보면서 북한 비핵화라는 분명한 목표를 전제로 한 미한일 협력을 통한 대북 압박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한국 정부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전제한 군축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군축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핵을 용인하는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한반도 핵 위협을 가중시키는지에 대한 논리를 만들어서 현상을 유지하면서 한미일이 단결해서 계속적인 압박을 가해서 비핵화로 나올 수 있게 한다, 비핵화가 방점인 거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가진전될수록 한국 정부의 미국에 대한 핵우산 강화 요구 또한 더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과의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 조치로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자체 핵무장 요구를 완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한국 국민들이 미 대선 결과 등에 따라 유동적인 미 확장억제 공약을 계속 신뢰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북한과의 핵 불균형을 방치한 상태로 미북 군축 협상이 이뤄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한국에 우라늄 농축 그리고 사용 후 핵 재처리와 관련해서 일본과 같은 수준의 권한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북한과 타협하려는 것을 한국 정부나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울 겁니다.”

홍민 박사는 한국이 배제된 미북 군축 협상은 한국 내 핵 무장 여론을 크게 높일 것이라며, 이는 동아시아 핵 개발 도미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도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내에선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급격하게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핵심 당사자로서의 입지를 지키면서 북 핵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외교적 시험대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