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전원회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시작됐습니다. 내년도 투쟁 방향 등 주요 의제들이 상정된 가운데 김 위원장은 올해를 ‘위대한 전환의 해’라고 자화자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소집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해 올해 당과 국가정책 집행 정형을 보고했다고 27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2023년을 “국력 제고에 있어서나 국위 선양에 있어서 공화국의 영광스러운 발전 행로에 큰 자욱을 새긴 명실공히 위대한 전환의 해, 위대한 변혁의 해”라고 자평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2023년에 사회주의 건설과 국력 강화의 각 방면에서 이룩된 경이적인 승리와 사변들에 대한 긍지높은 평가를 천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인민경제 전반의 발전 지표들을 소개하고 올해 당 건설과 국가주권 활동, 정치, 국방, 외교 분야에서 이룩된 새로운 변화와 진전에 대해 평가했습니다.
북한 노동당의 연말 전원회의는 올해 사업을 결산하고 내년 국정운영 방향과 사업계획을 세우는 자리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작년 말 전원회의에선 “2022년을 전대미문의 온갖 도전과 위협들이 가득했던 해” “위험천만한 고비들을 성공적으로 딛은 해” 등의 위기 의식이 배어 있는 표현을 썼지만 이번엔 국방과 외교는 물론 경제분야까지 성과를 부각하면서 자신감을 보이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최근 몇 년 간 경제 부문에서 숫자를 제시하지 않았거든요. 숫자를 제시했다는 얘기는 어느 정도 과장은 있겠지만 그러나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국방력과 외교 그 다음에 경제 이 부분에서 모두 지난해에 비해서 성과가 있다고 자평을 하는 것 같고 따라서 2022년을 방어적 차원의 평가였다면 이번엔 매우 공세적 평가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당 전원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핵 무력 정책의 사회주의 헌법 명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새로운 전략무기들의 탄생 등을 열거하고 올해 거대한 정치적 사변이 일어났다거나 군사강국 지위에 확고하게 올랐다고 자평했습니다.
‘노동신문’은 경제 부문에서도 알곡생산 등 12개 중요 고지들에서 연이어 승전고가 울렸고 수도와 전국 각지의 새 거리와 살림집 등 건설 성과를 자화자찬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내년은 북한이 2021년 8차 당대회 때 제시한 경제와 국방 발전 5개년 계획의 4년차로, 계획 달성의 성패가 달린 중요한 해이기 때문에 올해 성과를 최대한 부각시켜 이를 목표 달성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내년 수교 75주년을 맞은 중국과의 협력 강화, 그리고 최근 반미 연대로 뭉친 러시아와의 다방면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지금 미국, 한국과는 그 어느 때보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대한 활용해서 군사적인 측면, 경제적 측면 또 대외정책적 측면에서 한 단계 목표를 상향조정할 수 있는 그런 시점이 내년이라고 보는 거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전원회의에는 올해 당과 국가정책 집행 정형 총화, 내년도 투쟁 방향, 올해 국가예산 집행 정형, 내년도 국가예산안, 현 시기 당의 영도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문제 등 6개의 주요 의정이 상정됐습니다.
김 위원장 보고에 이어 참석자들은 각 부문 지도간부 간 토론, 서면 토론 등을 진행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전원회의에 ‘당의 영도적 기능 강화’ 문제가 주요 안건에 올라간 데 대해 내년에 나이 마흔살이 되는 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 강화를 위해 김 위원장 고유의 사상과 이론을 본격적으로 내세우는 전초작업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김정은의 나이 40이 되는 해이고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가 선포된 지 50주년, 당 유일사상체계 10대 원칙이 선포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 그러니까 사실상 당의 사상체계 그리고 지도자 리더십 이게 하나의 수미일관한 형식으로 올해 강조될 수 있는 그런 해라는 거죠.”
홍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새롭게 제시했던 ‘당 건설 사상이론’이 내년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적극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작년 연말 전원회의에서 ‘새시대 당 건설이론의 5대 방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당의 정식노선으로 책정해줄 것을 제의하고 전원회의는 이를 채택해 ‘새시대 당 건설 5대 노선’ 으로 정식화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딸 주애의 잦은 공식 행사 참석 행보와 연결지어 ‘당의 영도적 기능 강화’ 문제 상정이 4대 세습구도를 구체화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번 회의는 전례에 따라 오는 31일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어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담은 회의 결론이나 김 위원장의 연설을 이튿날인 내년 1월1일 종합보도를 통해 공개하며 새해 국정계획과 대외 메시지 등을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발표할 대외정책과 관련해 미국에 맞선 핵 무력 강화의 지속, 반미 연대 구축 등 2019년 전원회의에서 천명한 정면돌파전의 연장선상에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게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가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 이런 주장을 계속 반복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반미 자주국가들끼리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 담론과 주장을 계속하고 있죠. 그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과의 대화 그런 얘기가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 거죠.”
한편 전원회의 첫 날 회의엔 김덕훈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비서, 강순남 국방상, 리철만 당 중앙위원회 농업부 부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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