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향후 2년 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미일과의 대북 공조가 안보리 차원에서 적극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북한 문제를 둘러싼 중러와의 대립 또한 한층 선명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이 1일 향후 2년 동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한국이 안보리에서 활동하는 것은 지난 2013~2014년에 이어 11년 만입니다.
안보리는 무력분쟁 등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사안을 다루는 곳으로, 유엔 기관 가운데 회원국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입니다.
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이 대표적인데, 북 핵 문제와 대북 제재 결의안도 안보리 담당입니다.
한국은 이번 임기 동안 한반도 문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사안을 포함해 국제 문제와 관련한 핵심 논의에 직접 관여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의 2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우리는 이사국으로서 북 핵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대응책을 모색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안보리는 거부권을 지닌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과 선거로 선출되는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됩니다.
15개 이사국들이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아 회의를 소집, 주재하고 비상임이사국은 안건 통과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거부권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상임이사국과 같은 권한을 가집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비상임이사국 임기 2년 동안 상시로 안보리 논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결의안도 제출하고 의장국이 되면 회의를 소집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2024년 6월 안보리 의장국을 수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정부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활동 기간 동안 북 핵 등 한반도 문제에 국제 여론을 주도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도 올해 말까지 비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미한일이 올해 모두 유엔 안보리에 포진하면서 적극적인 대북 공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북한의 위협, 북한 주민 인권 유린 문제 등 관련해서 서로 간 윈윈할 수 있는 협력과 협의, 그리고 의견 개진 이런 것들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보리에서 한 개 국가가 혼자 움직였던 과거와 비교해볼 때 안보리의 어떤 여론을 좀 더 움직일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 게 아닌가 생각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안보리 결의안 제출, 안건 제안, 투표 권한 등을 통해 한국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를 적극 개진하고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핵심 현안으로 부각시키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한일은 이전부터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 논의 사안으로 가져오려 시도했지만 북한 편을 들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권 문제가 평화와 안보 문제와 연계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사국으로서 해당 사안을 의제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북한 당국의 조직적 인권 침해와 최고지도부에 대한 책임 규명을 다룬 보고서를 냈지만 2018년과 2019년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진행된 이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논의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북한인권센터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이 북한 인권 개선이라며 안보리를 통해 이 문제를 다시 공론화하고 북한에 인권 개선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센터장] “유엔 안보리를 통해서 북한 인권 유린 책임 규명, 책임자 처벌, 여기에 대한 여론 환기와 경고 이런 것들을 좀 더 많이 해야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데 압박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안보리 활동 개시와 더불어서 북한 인권 이슈의 세계화 그런 것들을 더 많이 전개하고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 핵 문제와 관련해 안보리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미중 그리고 미러 갈등이 지속되면서 올해 북중 그리고 북러 관계가 더 강화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안보리에서 미한일 대 중러의 대립구도가 한층 선명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올해 북중 수교 75주년을 기념하는 축전을 주고 받고 올해를 ‘조중 친선의 해’로 선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조중 친선의 불패성”을 강조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에서 협동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새 시기 새로운 정세 하에서 중국 당과 정부는 시종일관 전략적 높이와 장기적 각도에서 중조 관계를 대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중조 친선 협조 관계를 수호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는 게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중 정상이 축전 교환을 통해 신년 인사를 나누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중 간 당대 당 그리고 국가 대 국가 외교가 올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중 정상의 친서 내용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 차기 행정부에 보내는 메시지 성격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한반도 문제,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이 갖고 있는 영향력 이것을 일정 부분 올해 중 활발한 교류를 통해서 과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중국에게도 상당히 의미가 있고 또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 차기 정부에게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협력 구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측면 그래서 북중러 협력 구도를 미국에게 보내는 의미가 있는 거죠.”
홍 박사는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여부와 무관하게 동북아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차원에서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장기적으로 갖고 가려 할 것이라며, 올해 안보리 무대에서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러의 거부권으로 북한의 도발을 제재로 막긴 어려운 상황이고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한국은 안보리 참여를 계기로 중국과의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한반도 안정을 원한다는 측면에서 한국과 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안보리 활동을 계기로 해서 중국과 좀 더 한반도 안정을 위해서 소통하는 그런 기제로 활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 결론에서 “전쟁이라는 말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이 “만약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 든다면 우리의 핵전쟁 억제력은 주저 없이 중대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