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협적 발언을 쏟아내며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굳건한 미한일 공조와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6일 “북한은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 리더십 아래의 한국을 화해와 협력의 잠재적 파트너로 간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발언에 대한 VOA 논평 요청에 이같이 말하며 “한국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적대적인 적국으로 간주될 것이며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앞서 김 위원장이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한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평화통일’ 표현도 삭제하는 헌법 개정 의지를 밝혔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김정은의 발언에는 한국 내 정치적 분열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남북 관계의 파탄에 대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함으로써 한국 내 정치적 이견을 악화시키는 등 오는 4월 한국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한반도 긴장 고조와 남북 관계 단절의 책임을 북한이 아닌 윤석열 정부로 돌리려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Kim Jong Un's remarks are also designed to exploit political divisions in the ROK. (중략) By blaming President Yoon and his government for the breakdown in South-North ties, Kim Jong Un hopes to exacerbate political differences in the South and drive a wedge between the government on the one hand and supporters of engagement with Pyongyang on the other in order to influence the outcome of this spring's general election in the ROK. Kim fervently hopes that South Korean voters will blame the current government in Seoul, rather than North Korea, for escalating tensions and the end of South-North tie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김 위원장이 한국 총선뿐 아니라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끼쳐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호전적인 수사 강화와 탄도미사일 시험, 핵 프로그램 진전을 통해 미국 유권자들도 긴장 고조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고,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에 더 많은 양보를 하라고 압력을 가하길 희망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남북한 체제 경쟁에서 이미 패배한 북한이 올해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는 16일 VOA에 “김정은은 강하고 번영하는 민주적인 한국을 자신의 독재 정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북한은 끊임없이 적대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통일 노선 변경과 대남 기구 정리 지시에 따라 ‘우리민족끼리’ 등 웹사이트 등을 폐쇄한 것과 관련해 “국영 언론 웹사이트 운영 중단과 통일 열망에 대한 비난은 남북한 주민을 분리·고립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크로닌 안보석좌] “Kim Jong Un sees a strong, prosperous, democratic South Korea as the foremost threat to his autocratic regime. What for the Yoon administration might be corresponding measures and reciprocity is for Pyongyang an unremitting rejection of the necessary conditions for a less hostile relationship. North Korea has said its strategic arms buildup is necessary to penalize the Americans. Similarly, suspending state media websites and denouncing the aspiration of unification are actions designed to keep North and South Koreans separate and isolated.”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올해 남북 관계와 정세, 향후 통일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는 VOA의 질의에 “남북 관계와 정세는 더 나빠지고 통일 전망은 ‘0’이라고 답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이날 VOA에 “한반도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김정은은 미국이나 한국과의 외교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도 우려했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국장은 “김정은은 푸틴과 최근 가까워진 관계로 인해 한반도의 위기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이 김정은에게 무기와 기술 측면에서 무엇을 주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러시아의 불법적인 전쟁을 위해 러시아에 미사일을 보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국장] “I am very worried about the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Kim Jong-un appears to have given up on diplomacy with either Washington or South Korea. Moreover, his newly close relationship with Putin may embolden him to believe a crisis on the Korean Peninsula is in his interest. We do not know what Putin is giving Kim in terms of weapons and technology but we do know that North Korea is violating UNSCR sanctions by sending missiles to Russia for its unlawful war.”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북한을 더 대담하게 만들고, 이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한국, 일본 등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한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는 중국인 만큼 중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과 한국은 일본과 함께 북한의 협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며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북한의 노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동시에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며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4일 북한의 새해 첫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의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우리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1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미국과 한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고 중국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며 “북한에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 복귀하는 것이 그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과 미국은 확고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My personal view is I think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should continue to be open to dialogue with North Korea to indicate to North Korea that it's in their advantage to come back to negotiations to talk about peacefully resolving issues and I think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need to be resolute.”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여야 한다”며 “김정은은 현재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에 만족해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을 주적으로 삼고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도 강조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과거 6자회담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북한이 러시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든 북한에 대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국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과거 북한이 6자 회담에 참여하도록 설득했을 때처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do believe that China and I think China has been helping, maybe convincing North Korea not to have a 7th nuclear test, but I think China can do more like they did for the six party talks when they convinced North Korea in 2003, April of 2003 to actually participate in the six party talks.”
와일더 전 선임국장은 미한 양국이 북한의 도발에 굳건히 맞서야 한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 역할론도 거론했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국장]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must stand steadfast in the face of North Korean provocations in 2024.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been too reluctant to engage China to get North Korea to be less aggressive and come back to negotiations. The Biden team must also encourage its allies such as South Korea to press China. China still has the largest leverage on the North despite the warming DPRK-Russia ties.”
와일더 전 선임국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덜 공격적이게 만들고 협상에 복귀하도록 하기 위해 중국의 관여를 이끌어 내는 데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같은 동맹들이 중국을 압박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러 간 관계 개선에도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