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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한국은 주적” 초토화 위협…한국 “무모한 책동, 대남 심리전 규탄”


김정은(정면)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0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정면)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0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면서 한국이 무력으로 자신들을 위협하면 초토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미한 억제력 강화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자 대남 심리전이라며 규탄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에서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중요 군수공장을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직접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비록 한국의 무력 사용 기도와 위협을 전제로 했지만 ‘대한민국 초토화’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한 발언보다 한층 수위를 높인 겁니다.

한국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 일본과의 대북 압박 공조를 주도하고 있고 북한의 강력한 군비경쟁 상대라는 판단 아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한국을 집중 겨냥한 공세를 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기존 한국 대북정책은 결국 미국의 정책을 단순히 추종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상대하지 않겠다 이런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한미 핵협의그룹 합의 이후에 또 그것과 관련된 구체적인 핵 작전 연습, 전략자산 배치 이런 걸 지켜보면서 이 모든 것을 윤석열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거에요.”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또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대남노선 방향 전환을 선언한 데에 따라 내부적으로 적개심을 고취시켜 주민들을 결속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북한이 대남 무력통일 야욕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며 “북한이 전쟁 준비를 강조하는 것은 한미 확장억제 증강 등 억제력 강화에 대해 두려워하고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부는 또 북한이 연초부터 무력 도발 위협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며 “이러한 북한의 망동은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켜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돌려 내부 위기를 모면하는 한편 우리 사회를 흔들어 보려는 구태의연한 전술일 뿐”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무모한 군사적 위협 책동과 대남 심리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을 단속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김정은은 내부 결집이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고 그러려면 대남 적개심을 극도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김정은 발언 수위가 아주 끝까지 올라갔어요. 한국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이전에도 남한 평정을 준비하라고 직접 지시를 했고 그 연장선상의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현지 지도 자리에서 또 주요 군수공장들이 중요 무기체계 생산에 새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제1선대연합부대들과 중요 미사일 부대들에 대한 신형 무장장비 배비 계획을 훌륭히 집행해 나가는 데도 만족을 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더 많은 무기전투기술기재들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된 생산공정 확립과 부단한 생산 능력 확장, 혁신적인 개건 현대화 목표 실행을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배포한 사진엔 김 위원장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차량 등이 수십대 진열된 공장에서 간부들에게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진으로 공개된 무기가 북한이 2022년 4월과 2023년 3월 두 차례 발사했던 신형 전술유도무기 전선장거리포병부대용 근거리 미사일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화성-11라형’으로 알려진 이 무기는 사거리가 150~200km이고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홍 박사는 지난 4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8형’ 발사대차량에 이어 근거리 탄도미사일도 양산체계에 이미 돌입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의 전술핵 미사일인 KN-23을 약간 축소해서 만든 신형 전술유도무기로 전방부대의 대남 공격용 미사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이 무기체계는 사거리가 200km가 넘지 않고 특히 전연부대에 배치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의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무기체계라는 거죠. 전술핵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굳이 저것 앞에서 찍고 저 사진만 강조한 것은 이걸 전방에 갖다 놓고 우리가 너희들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어 이걸 보여주려는 거에요.”

김 위원장이 중요 무기체계들의 생산에서 “새로운 생산기술 도입”, “생산공정 확립, 생산 능력 확장, 혁신적 개건 현대화” 를 강조한 대목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홍민 박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내부 군수 수요도 확충하는 일거양득의 대량생산체계 구축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양산체계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서 지원도 받고 또 생산된 물건을 러시아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서로 양쪽이 윈윈하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도 매우 높다,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의 내부 군수 수요를 일정하게 이런 지원을 받아서 양산체계로 갖추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호기로 볼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홍 박사는 김 위원장이 직접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한 발언은 곧 당의 방침이자 정책노선이 될 것이라며 향후 대남 초강경 행보가 군사를 비롯한 다양한 부서에서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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