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가발, 중국 거쳐 미국 유입 우려"…지난해 북한의 대중 가발 수출 사상 최대

중국 단둥 세관 근무자들이 북한에서 돌아오는 화물차를 검사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가발과 속눈썹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최대 가발 수출국이 미국인 만큼 북한산 제품의 미국 유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가발과 속눈썹, 수염 등 인조 모발 제품이 1억6천674만 달러어치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2022년 1천157만 달러 대비 14.4배로 급증한 겁니다.

코로나 사태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전인 2019년(3천106만 달러) 과 비교해도 5.4배로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 인조 모발 제품 수출액은 북한의 전체 대중 수출액(2억9천189만 달러)의 57.1%에 달합니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로 철광석과 석탄 등 기존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이 막혀 외화벌이에 차질이 빚어지자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 수출을 늘려왔습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사람의 머리카락 등 재료를 수입해 가발을 만들어 완제품으로 되파는 역외 가공 형태의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역외 가공은 해외의 저렴한 인건비나 생산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한 부품이나 반제품을 해외로 가져가 가공한 다음 국내로 다시 가져오는 방식을 말합니다.

통상 주문자 생산방식(OEM) 거래가 이에 해당합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 1억6천674만 달러어치 가운데 역외 가공 제품 수출액은 85%인 1억4천168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북한에서 만든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이 중국 상표를 달고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최대 가발 수출국이 미국이란 점입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의 수출액은 55억3천429만 달러로, 이 가운데 대미 수출액은28억4천143만 달러로 51.3%에 달합니다.

미국의 중국산 가발 등 인조 모발 수입은 압도적으로 많아 2위인 나이지리아(6억5천844만 달러)와 비교해도 4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가발 등 인조 모발 수입액은 전년(25억6천849만 달러) 대비 10.6%(2억7천294만 달러) 증가했습니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가발 수출에 특별한 제약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과 한국 등 여러 나라는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북한산 물품에 대한 수입과 재판매 등을 독자 제재에 의거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북한 노동자의 강제 노동 등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를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북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중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 수출이 급증한 만큼 이런 북한산 제품이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22일 VOA의 관련 논평 요청에 “과거에는 수산물과 섬유의 경우 모르고 북한산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들이 있었다”면서 “현재 가발이 북한의 (대중)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이 가발 산업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산 가발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 “In the past, with seafood and textiles we’ve seen companies that unknowingly imported goods from North Korea. With wigs now consisting of more than 50 percent of North Korea’s exports and China’s dominate role in the wig industry, there is a need for firms to be vigilant against North Korean produced wigs making their way into the United States.”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수입 허가 없이 북한에서 미국으로 상품을 수입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북한산 가발의 불법 수입이 의심되는 경우 세관에서 압수되고, 조사 결과와 기업이 공급망 내에서 북한산 제품이란 걸 알았는지 등의 인지 여부에 따라 기업은 경고부터 벌금,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 “Any suspected illegal imports of North Korean wigs would be seized at customs. Firms could face anywhere from a warning to fines and criminal penalties depending on the results of the investigation and a firm’s knowledge of North Korean produced products in its supply chain.”

앞서 윌리엄 브라운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도 VOA에 “기업들은 제품의 출처를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미국 회사 등이 의도치 않게 북한산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을 수입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제품의 출처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정보 취합이 용이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제품 출처를 주의해서 파약해야 한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 “Companies are always obligated to know where the materials are coming from and they should find out. Even if it's not North Korea, they should know where in China's coming from. (중략) It sounds very complicated, but in the modern world, there's so much data collection. It's quite amazing how you can track up where something is produced. And they do this routinely from everything.”

이 같은 의무를 소홀히 해 실제 벌금을 낸 미국 기업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엘프 코스메틱스(e.l.f. Cosmetics·엘프)’ 사는 2012년부터 약 5년 간 중국 소재 2개 납품업자로부터 수입한 인조 속눈썹에 북한산 재료가 포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2019년 엘프 사에 약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