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한국 합참 “기존 기종 성능 개량”

북한이 24일 모처에서 신형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첫 시험발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북한은 어제(25일)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을 첫 시험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북한의 기존 순항미사일 개량형으로 평가했지만 항공모함 전단 등 이동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종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개발 중인 신형 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24일 첫 시험발사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총국은 이번 시험이 무기체계의 부단한 갱신 과정이며 총국과 산하 국방과학연구소들의 정기적이며 의무적인 활동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이 “주변국가의 안전에 그 어떤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지역의 정세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앞서 24일 오전 북한이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한 사실을 포착하고 세부 제원 등에 대해 미국 측과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서해상 순항미사일 수 발 발사…전문가 “NLL 위협 긴장 고조 의도”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불화살-3-31형을 기존의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인 ‘화산-1형’ 또는 ‘2형’의 개량형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의 25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이성준 공보실장] “북한이 어제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과거에 발사했던 것과 비교해서 비행거리가 다소 짧았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기존 순항미사일의 성능 개량을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화살형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로 전술핵 공격 가상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미사일들은 1천500㎞ 계선의 거리를 모의해 비행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번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불화살-3-31형의 외형은 화살-1형에 가깝다는 분석입니다.

화살-1형보다 긴 화살-2형은 연료를 더 많이 실을 수 있어 사거리가 최대 2천㎞에 이를 것으로 미사일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불화살-3-31형도 기존 화살형과 마찬가지로 전술핵탄두 ‘화산-31’형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사일 명칭에 '31'이라는 번호가 붙은 데 대해선 화산-31형을 탑재했다는 의미 또는 다양한 핵무기 체계 개발을 과시하려는 의도 등 여러 관측들이 나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핵 탑재형에 ‘불’을 붙여서 불화살로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고 3-31이라는 일련번호는 지난 해일 5-23처럼 두 자리 숫자를 붙인 것으로 봐서 다양한 무기체계를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에 발사된 순항미사일은 최종 단계에서 한국 군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술핵탄두 모의 공중폭파 실험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불화살-3-31형의 비행거리가 짧아진 게 화산-31과 같은 무게의 모형을 실었기 때문이라는 추정도 나옵니다.

이성준 공보실장은 핵무기 탑재 모의 폭파실험 여부에 대해 “핵 탑재 여부, 폭파실험 여부에 대해선 미한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북한이 굳이 신형이라고 밝힌 것으로 미뤄 이번 미사일이 단순히 화살-1형 또는 2형의 개량형을 넘은 신기종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공중 또는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신형 순항미사일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지상과 함정 발사는 이미 1형과 2형을 통해서 실험한 바가 있기 때문에 이런 버전은 아니라는 거죠. 이번에 ‘불’자가 들어갔다는 것은 공중 발사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 또는 SLCM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 이것을 상당 부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래서 기존 플랫폼과 다른 플랫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게 보여집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한국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쏜 순항미사일은 모두 지상에 고정된 표적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됐다며, 이번엔 미 항공모함 전단 등 움직이는 표적을 노린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교수] “가장 북한이 가져야 할 능력이 뭐냐 하면 항모 증원세력을 억제하는 거거든요. 항모를 중심으로 유사시 한반도로 올라오는 걸 어떻게 하면 억제할 수 있겠느냐,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조심스럽게 고정타깃이 항모와 같은 이동타깃으로 바뀌지 않았느냐.”

권 교수는 또 북한의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가 최근 한반도 부근으로의 미 항공모함 집결에 맞선 대응의 성격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미 해군연구소(USNI)가 운영하는 군사전문 매체 `USNI뉴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는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지난 주말 7함대 작전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루스벨트함 진입에 따라 한반도가 포함된 미 해군 7함대 관할 작전구역에는 로널드 레이건함과 칼빈슨함과 함께 3척의 항모가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북한이 불화살-3-31형의 첫 시험발사라고 밝힌 만큼 향후 추가 발사가 이뤄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순항미사일은 저궤도로 비행하면서 유도항법장치로 작동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과 달리 발사와 낙하 지점을 포착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아직도 유도장치가 온전하다고 볼 수 없어요. 그러면 러시아와의 협력 가능성, 이런 부분은 러시아가 기술적으로 줄 수도 있거든요. 최근 북한이 KN-23까지 주는 판국에 이 정도 줄 수도 있다고 보여요.”

권용수 교수는 북한의 신형 순항미사일이 이동 표적을 겨냥해 개발됐다면 움직이는 표적의 실시간 위치 탐지 능력이 필요하다며, 북한이 공언한 대로 올해 군 정찰위성 3기를 추가 발사하는 과정에서 전천후 고해상도 탐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러시아와의 협력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