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17척이 중국 회사에 의해 위탁 관리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선박을 대리 운영하는 행위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데 최근 관련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는 약 660척에 달하는 북한 선박에 대한 세부 정보도 등재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선박의 이름과 세부 제원은 물론 선박의 소유주 정보 등도 볼 수 있습니다.
VOA가 26일 이 자료를 검색한 결과 동남1호와 명성1호, 남포5호, 증강5호 등 모두 17척의 북한 선적 선박이 중국 회사에 의해 위탁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17척은 모두 북한 깃발을 달았지만 ‘등록 소유주(registered owner)’의 국적이 중국으로 표기된 선박입니다. 하나 같이 주소란에는 북한 평양에 주소지를 둔 회사를 중국 회사가 ‘대리한다(care of)’는 문구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중국 회사가 북한 회사 소유의 선박이 해외 항구에 입출항하며 발생하는 각종 서류 작업이나 유류 공급, 선박 내 물품 보급 등의 관리를 대행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선주를 대신해 제 3국의 회사가 선박을 ‘대리점’ 형태로 관리하는 건 일반적인 업계 관행입니다. 하지만 이는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선박에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2016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270호가 북한 선박에 대한 소유와 임대, 운항은 물론 선급 혹은 관련 서비스 제공 행위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들 17척 중에는 과거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한 선박도 있습니다.
‘단둥 싱허 트레이딩’이라는 이름의 중국 회사가 등록 소유주로 등재된 삼정2호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선박입니다.
또한 중국 회사의 관리를 받고 있는 북한 선박 창성8호와 청림3호, 황금평1호 등은 과거 선박 간 환적이나 북한산 석탄 운송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 재무부의 ‘관심 선박’ 목록에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중국 회사가 일반 북한 선박뿐 아니라 과거 제재 위반 전력이 있는 선박까지 불법으로 위탁 관리 중인 것입니다.
중국 회사의 북한 선박 대리 운영이 지난해 큰 폭으로 늘어난 점도 주목됩니다.
앞서 VOA는 ‘중국 홍콩’ 국적으로 표기된 헝천룽 홍콩이라는 회사가 작년 5월 1일부터 북한 유조선 아봉 1호의 ‘등록 소유주’로 등재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4월엔 중국 단둥 푸안 이코노믹 트레이드사가 북한 선박 남포 5호의 등록 소유주가 됐고, 2월과 1월엔 각각 단둥 진청 트레이드사와 산둥 자이저우 인터내서널사가 금강 1호와 자이저우2호의 관리자를 자처했습니다.
그 밖에 작년에 이름을 바꾼 홍대1호와 창성8호도 현재 중국 회사가 등록 소유주입니다.
해운업계 전문가인 한국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지난해 8월 VOA에 “(중국 회사의 북한 선박 대리 운영은) 선박을 제3국에 등록해 운영하는 ‘편의치적’과 유사한 개념”이라며 “북한에 있는 실제 선주가 선박을 중국 회사 명의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 선박이) 중국에서 화물 운임을 받기 위해선 중국 현지 법인 명의의 은행 계좌가 필요할 것”이라며 “기존 은행 계좌가 대북제재로 많이 노출됐다면 새로운 중국 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중국 회사를 이용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이본 유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조정관 대행은 지난해 VOA의 관련 문의에 “특정 선박을 언급하진 않겠지만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는 선박 등록을 포함해 북한 선박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며 관련 행위가 제재 위반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VOA는 중국 정부에 북한 선박의 중국 회사 등록 문제를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