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북한 총선 개입 도발 예상”…북한 “30일 쏜 미사일은 화살-2형”

윤석열(가운데) 한국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실 페이스북)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이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도발을 벌일 것이라며 국가 총력 대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어제(30일) 쏜 미사일이 기존 순항미사일인 ‘화살-2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이 “오로지 세습 전체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북한 정권은 도발을 계속하고 있고 민족 개념을 부정한 채 대한민국을 교전 상대국이자 주적으로 못 박았다”며 “반민족 반통일 행위이며 역사에 역행하는 도발이고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올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정치시스템의 핵심인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며 북한이 “접경지 도발, 무인기 침투, 가짜뉴스, 사이버 공격, 후방 교란 등 선거 개입을 위한 여러 도발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북한 정권은 지난 70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붕괴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고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는 해에는 늘 사회 교란과 심리전 그리고 도발을 감행해 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한국을 ‘주적’으로 칭하며 ‘완전 초토화’ 등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또 올 들어 서해 완충구역 포사격,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수중핵무기체계 ‘해일-5-23’이라고 주장한 신무기 시험발사, 그리고 잇단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등 벌써 8차례 도발을 벌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안보 위기가 발생하면 민.관.군.경이 협력하는 국가 총력 대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번 회의가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는, 북한에 대한 경고의 자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30일 서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화살-2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이틀만에 또 순항미사일 수발 발사…전문가 “성능 개량, 발사 플랫폼 다각화 박차”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1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인민군은 1월 30일 조선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훈련은 군의 신속반격 태세를 검열하고 전략적 타격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으며 주변국가의 안전에는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화살-2형을 통한 반격태세를 확인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이 미사일이 실전배치 단계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방대학교 권용수 명예교수입니다.

[녹취: 권용수 명예교수] “신속 반격태세 검열을 위한 훈련을 했다는 그런 발표문을 볼 때 화살계열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은 전력화 임박 또는 초기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조선중앙통신’은 또 해당 미사일이 지면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초저고도에서 비행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30일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공개한 사진.

사진에 따르면 미사일 동체는 어두운 바탕에 흰색 띠를 칠한 형태로, 과거 공개된 화살-2형이 아닌 ‘화살-1형’과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기존 화살-2형은 흰색 바탕이고 탄두부에 체크무늬를 그려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사진에서 미사일 탄두 앞부분에서 예전의 화살-1형과 2형 발사 때 볼 수 없었던 검은색 원형 부분이 식별돼 목표물을 향해 유도비행하는 데 필요한 광학장치를 탑재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살-1형과 화살-2형을 엄격하게 구분 짓기보다 두 기종을 모두 지속 개량하면서 이번에 저공비행 능력과 유도 기능을 보여주려 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4일과 28일 연이어 신형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이라고 밝힌 ‘불화살-3-31’을 지상과 해상에서 시험발사했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김정은,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 지도"…한국 "비행시간 등 과장"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화살-2형은 지상과 함정에서 발사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 때 지시에 따라 핵 무력 고도화의 방향을 발사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쪽으로 전환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지금까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이 지상 중심의 탄도미사일에 집중돼 왔다면 이제 전술핵도 일정 부분 배치된 상태이니까 플랫폼을 확대시켜서 한미에 비해 절대적 열세에 있는 해상과 공중에 있어서의 일정한 억제력을 확보한다, 이게 큰 틀에서의 흐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 5일 차 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에서 “해군의 수중과 수상 전력을 제고하며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 수행에서 미진된 과업을 빠른 기간 안에 집행하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제시”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새로운 핵 무력을 과시하는 도발을 이어가면서도 ‘반격태세 검열’이라든지 ‘주변국 안전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등의 절제된 표현을 쓰고 있다며, 자신들의 행동이 방어적이고 정당한 행동임을 강변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지금 상황이 전시이고 한미가 끊임없이 북한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김정은은 이걸 즉각 대응하고 반격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의 이 같은 자기정당화 논리는 향후 도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핵무기 고도화와 민생 회복을 동시에 추구할만한 역량이 없다며 그럼에도 북한이 1월 한 달 간 보인 일련의 도발은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쥐면서 내부 동요를 막아야 하는 조급함에서 비롯된 무리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