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중국서 북한 노동자 임금체불로 소요 사태?

  • 최원기

지난 2017년 8월 중국 훈춘의 수산물 가공공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일을 마친 후 숙소로 복귀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중국에 파견된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소요 사태를 일으켜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금체불이 문제가 발단이 됐다고 하는데요. 사건의 배경과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 동북부 지린성에서 일하던 북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소요 사태를 일으켜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언론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이 소요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은 지난달 11일께 중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소요 사태를 일으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 사태로 인해 현장에서 북한 관리자 1명이 사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봉기 인원은 2천 500명이고, 폭동으로 관리자 1명이 피살됐습니다. 그리고 중간 관리자 3명도 중태인 상황이구요.”

사태가 발생한 곳은 중국 지린성 허룽시에 있는 봉제공장입니다. 이곳에는 북한 국방성 산하 ‘전승무역’을 비롯한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임금 체불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노동자들은 한 달에 200-300달러의 노임을 받기로 하고 공장에서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 2020년 이후 근로자들은 북한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중국 기업은 노동자 몫의 임금을 북한 관리자에게 지불했습니다. 그러나 관리자는 이 돈을 ‘전쟁준비 자금’ 명목으로 평양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북한과 중국간 국경봉쇄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노동자들은 임금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받을 돈이 평양에 보내진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노동자들이 지난달 11일께 북한 간부를 구타하고 재봉기계를 파괴하는 등 소요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사태가 발생한 봉제공장의 경우 최소 4년에서7년치 임금, 약 1천만 달러의 임금이 밀렸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자 소요 사태가 발생하자 북한 당국은 이번 사건을 ‘특대형 사건’으로 규정하고 선양 주재 북한 영사와 보위원들을 현지로 급파했습니다. 이들은 “돈을 지불하겠으니 파업을 풀고 일을 계속 해달라”고 노동자들을 설득해 나흘 째인 15일 사건이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들은 이번 사태를 폭동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탈북민 조충희 씨]”해외 나와서 열심히 번 돈을 떼이고서 가만히 있을 수없어서 열받아서 싸우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조직적인 폭동처럼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같고.”

함경남도 함흥 출신 탈북민인 한국 NK 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떼먹는 것은 하루이틀 된 얘기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김흥광 대표]”해외 근로자의 경우 국가가 급여에서 징수해가는 몫이 너무 많고,또 본인들이 중국 근로자 임금 수준을 안단 말이죠.”

탈북민들에 따르면 해외에 파견된 외화벌이 노동자들은 임금의 60%를 북한 간부에게 바쳐야 합니다. 또 노동자들은 기숙사비, 식비 외에도 갖가지 명목으로 수천달러를 상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세네갈에 파견된 만수대창작사 소속 노동자들은 2019년에 ‘태픙피해 조국지원금’으로 355달러, ‘김일성-김정일 기금’ 365 달러, ‘코로나 비상지원금’ 585달러, ‘평양종합병원지원금’ 290달러 등을 바쳤습니다.

김흥광 대표는 이같은 상납에 대해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은 일종의 노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김흥광 대표]”이런 상황을 노예라고 하지 뭘 노예라고 하겠습니까.”

그 결과 노동자들은 한 달에 100-300 달러를 손에 쥐는게 고작입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그 돈도 못받게 됐으니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민들은 정말로 살기가 어려운 것은 외화벌이 노동자가 아니라 북한 내부의 노동자들이라고 말합니다.

우선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의 배급제도가 붕괴됐습니다.

현재 배급을 타는 사람들은 당 간부나 보위부, 안전원같은 힘있는 사람들입니다. 일반 노동자들은 대부분 각자 돈을 벌어 장마당에서 쌀과 옥수수(강냉이)를 사먹습니다.

4인 가족이 1인당 쌀을 500g씩 먹는다고 가정하면 하루 한 세대에 필요한 양은 2kg입니다. 그러면 한 달에는 60kg이 필요합니다.

현재 쌀값은 1kg에 5천원 선입니다. 따라서 한가족이 쌀을 사려면 한 달에 3만원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월급이 형편없다는 겁니다.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3천원-5천원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월급을 받아도 쌀 1kg 밖에 살 수없는 겁니다.

김흥광 대표는 이런 이유로 인해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해서 먹고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김흥광 대표]”북한에 남은 사람들은 장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국수 하나를 버는 장사, 장사를 안하면 굶주려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2020년 북중 국경봉쇄 이후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겁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북한의 식품 가격을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밀가루 가격은445%, 감자는 87%나 올랐습니다.

또 코로나 사태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극심한 사회혼란을 겪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21년을 기해 북한에 아사자와 강력범죄가 증가했습니다.

아사자는 지난 몇 년 간 한 해 평균 110명 정도 발생했는데 지난해 1-7월 기간에는 245명의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강도와 살인, 사제폭탄 투척같은 강력범죄도 한 해 100건 정도 발생했는데 지난해에는 300여 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듯 북한 노동자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것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우선시하는 평양 수뇌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공개처형을 비롯한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쿄신문’은 지난해 12월 북한 사정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에는 공개처형되는 인원이 매년 10여 명 정도였지만 지난 1년 간은 공개처형된 사람이 1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관련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8월 30일 양강도 혜산에서 공개처형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공개처형이 8월30일 있었다고 하는데, 그게 틀림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아시아 프레스’ 취재 협조자가 몇 명 혜산에 있는데, 그 날 협조자도 동원돼 현장에 가 있었어요. 원래 공개비판 모임을 갖는다고 했는데 공개재판이 돼서 9명을 비 오는 속에서 총살했다고 들었습니다.”

한편 외화벌이 노동자는 북한과 중국 간의 갈등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노동자를 북한에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외화가 절실한 북한은 노동자 송환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중국과 북한간 갈등 상황입니다. 중국은 (노동자가 송환되면) 들어가면 못나온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중국 입장때문에 귀국을 불허하는 상황이고.”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는 2019년 12월22일까지 모두 북한으로 송환해야 합니다. 이 결의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는 일부 노동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후 북한은 노동자 송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