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략무기 개발 과제들의 조기 완료와 모든 미사일의 핵무기화를 최근 잇따라 선언했습니다. 의도적인 과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미국, 일본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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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일 신형 고체연료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포-16나’ 형 시험발사를 참관한 자리에서 “우리는 각이한 사거리의 모든 전술, 작전, 전략급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지구권 내의 임의의 적 대상물에 대해서도 신속히, 정확히, 강력히” 미사일 무력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엔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다단계 고체연료 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참관하고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5개년 계획 기간의 전략무기 부문 개발 과제들이 훌륭히 완결됐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1월 8차 당 대회에서 목표로 제시한 전략무기 개발을 조기에 마무리했다고 선언한 겁니다.
북한은 8차 당 대회에서 대남 공격을 위한 전술핵무기,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명중률 제고,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극초음속 미사일, 기습공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ICBM, 핵잠수함과 물속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핵무기, 그리고 상대 진영을 살피기 위한 정찰위성 등을 과제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공언들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과장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김 위원장의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고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ICBM의 추력과 ICBM 탄두의 각개재진입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고 정밀타격을 위한 탄두조종기술을 확보했다고 단언하기 어려우며 전술핵탄두 ‘화산-31’도 성능 확인을 위한 핵실험을 못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김 위원장이 국방발전 5개년 계획 4년차에 핵심 과업을 조기 완결했다고 밝힌 것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11월 있을 미 대선과 차기 미 행정부 출범을 상당히 의식해서 최대한 핵무기 고도화의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핵무기 고도화가 완성이라는 개념으로 프레임화되면 이게 되돌이키기 힘들겠구나라는 불가역성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고 더 이상 비핵화라는 접근의 현실성이 떨어지는구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는 거죠.”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의 ‘전략무기 개발 완결 선언’은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 성공 이후 나온 ‘국가 핵 무력 완성 선언’에 버금가는 의미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이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을 과장하고 나선 배경엔 미국 또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 협상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일 수 있다며, 북한이 2017년 핵 무력 완성 선언 이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핵 협상에 나선 사실을 상기했습니다.
고 명예교수는 북한이 올들어 미일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고 조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이 비핵화로 가는 ‘중간 조치’를 언급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북한 핵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핵 능력 감축이랄까 그런 정도의 조치는 시급한 거죠. 북한은 지금 단계에서 완성 선언하고 이 다음부터는 그 능력을 기초로 해서, 결국은 외교력의 기초니까 뭔가 새로운 판을 한 번 벌려보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죠.”
일본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4일 보도된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이해를 얻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공통 인식을 근거로 해 미일, 한미일 간 긴밀히 협력해 대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조기 달성 주장은 미한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보 위협이 빚은 결과라고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또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핵 무력 완비를 선언함으로써 지방발전 20x10 정책 등 경제난 해소책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군사 부문은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 있는데 경제 부문 또는 지역과 도시 간 격차, 농촌과의 격차 이런 부분이 점점 뒤떨어져 있다 보니까, 군사와 경제 부문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체제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완성을 선언했지만 핵 무력 고도화를 위한 무기 시험은 기술적, 정치적으로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민 박사는 김 위원장이 치적으로 내세울 게 국방 분야 외에 없다며미국을 압박하는 메시지 차원에서도 전략무기 개발을 위한 시험들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