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북민들이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에서 영어로 북한의 인권 참상에 관해 증언했습니다. 주최 측은 탈북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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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명문대 가운데 하나인 하버드대학에서 13일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나는 북한에서 왔습니다(I am from North Korea)’라는 주제로 진행된 대회에서 탈북민 7명이 자신이 북한에서 겪은 인권 침해와 한국에서 정체성을 찾는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학생들 앞에서 발표했습니다.
탈북민들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한국의 민간 단체 ‘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FSI)-글로벌 교육센터’는 2015년부터 한국에서만 진행해 온 이 대회를 해외에서는 최초로 이날 하버드대학에서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FSI 가 1년에 두 번 개최하는 이 대회는 탈북민들이 영어로 10분가량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 단체의 케이시 라티그 공동대표는 15일 VOA에 100여 명의 하버드대 학생들이 탈북민들의 발표를 경청했다며 질문이 쇄도하는 등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버드대 학생들에게는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실상을 알리고 탈북민들에게는 자신감과 긍지를 심어주려는 목적이 모두 달성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라티그 공동대표] “It was fantastic. They were able to speak at the top university in the world. I think that really is going to raise their confidence level when it comes to public speaking. I think they're going to be much more confident speakers. They're going to be better prepared for international opportunities.”
라티그 대표는 특히 탈북민들이 세계 최고의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하버드대에서 연설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중 앞에서 연설할 때 자신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훨씬 더 자신감 넘치는 연설자가 되고 국제적 기회에 더 잘 준비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올해 우승은 중국에서 겪은 두 번의 강제북송과 인신매매의 아픔을 발표하며 국제 여성계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한 김명희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김 씨는 15일 VOA에 영어보다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집중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엘리트 대학생들이 북한 여성들이 겪는 참상을 제대로 알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녹취: 김명희 씨] “긴장이 많이 되긴 했었어요. 그런데 영어 말하기 대회란 타이틀이 있지만 그것이 주가 아니고 진짜는 북한인권에 대해 알리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또박또박 잘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김 씨는 발표 후 학생들이 “국제사회가 이렇게 열악한 탈북 여성들에 대해 관심이 왜 덜한지, 어떻게 이러한 사실을 더 알리고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물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7년 한국에 입국한 김 씨는 북한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을 풀고 싶어 공부에 매진해 현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김 씨는 특히 이 행사가 북한의 최대 명절인 김일성의 생일(태양절) 직전에 열려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여정 등 김씨 일가는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로 매도하지만 탈북민들은 그것이 진실이 아니란 사실을을 하버드대 행사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김명희 씨] “상징적으로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대놓고 완전히 인간쓰레기 취급을 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북한인권을 영어로 알리는 것은 큰 직격탄으로 북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얻게 된 어머니와 2018년에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도착한 맹효심 씨는 북한의 열악한 장애인들의 상황에 관해 발표했습니다.
[녹취: 맹효심 씨] “한국이나 미국은 장애인분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잖아요. 근데 북한에는 휠체어가 없어서 장애인분들이 밖에 나오기 어렵거나 항상 집에서 있어야 해요. 그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어요.”
맹 씨는 북한이 2013년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하고 국내 장애인보호법을 개정했다는 사실을 한국에 입국해서야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전혀 당국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무시만 받았던 어머니가 한국에서 휠체어를 타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맹효심 씨] “북한의 장애인분들에게 힘을 실어드리고 싶었어요. 저의 얘기를 들은 하버드대 학생 한 명 한 명이 씨앗이 되어 자기가 들은 얘기를 또 전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개선을 압박하고요.”
심사위원 중 한 명인 하버드대 평생교육원(DCE)의 질 펠리시오 개발담당국장은 이날 영상을 통해 심사를 맡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펠리시오 국장은 “다만 결정은 매우 어려웠다”며 “모든 난민이 보여준 용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감을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펠리시오 국장] “It was an honor to judge this contest, but such a very difficult decision, because the bravery that all of these refugees showed is just incredibly inspirational and heartwarming.”
라티그 대표는 이번 행사에 하버드대 여러 학생회가 도움을 줬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매년 적어도 1년에 1번은 미국의 대학에서 탈북민 영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해 탈북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