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아르헨티나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의 공조로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아르헨티나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 인권 보호가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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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6일 북한 인권 상황을 조명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대규모 북한인권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10주년을 맞아 열린 이날 행사는 한국 정부가 주최하고 미국과 일본 등이 후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페루 출신의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아르헨티나의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전 특별보고관, 한국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 등 탈북 여성 2명, 휴먼라이츠워치와 아르헨티나의 주요 인권단체인 라틴아메리카 개방개발센터(CADAL)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각계각층의 인사 150여 명이 참석해 중남미 역대 최대 규모의 북한인권 행사로 치러졌다며, 특히 미한일 3국 대사관의 긴밀한 협력 등 “3국의 협력 메커니즘을 활용해 국제사회에 대한 아웃리치를 실시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미한일 3국 대사들은 이날 행사에서 공조를 과시하며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크 스탠리 미국 대사는 행사 후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인 X에 “북한 인권 보호는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탠리 대사] “Protecting human rights in the North Korea is a top U.S. priority. We must spotlight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 promote accountability for those responsible, and increase access to independent information inside North Korea. Proud to stand with the ROK, Japan, and Argentina in defense of human rights.”
스탠리 대사는 “우리는 인권 침해와 학대를 조명하고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규명을 촉진하며 북한 내부의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한국, 일본, 아르헨티나와 함께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용수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 대사는 이날 환영사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 대한 억압과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부족한 자원을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낭비함에 따라 주민들은 굶주림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대사관 측은 전했습니다.
일본의 히로시 야마우치 대사도 이날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개발과 인권 문제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미한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퀸타나 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이날 VOA에 북한 정권의 반인도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퀸타나 전 특별보고관] “The 2014 COI determined that such heinous crimes were committed and are being committed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rgentina, which has been recognized as a fervent defender of human rights originated in its own history of human rights abuses, can contribute with its experience and knowledge to address the situation in North Korea.”
퀸타나 전 보고관은 “반인도적 범죄는 문화적, 인종적 차이에 관계없이 인류 전체와 관련된 보편성을 갖는다”면서 “2014년 COI 보고서는 북한에서 이러한 극악무도한 범죄가 자행되었고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인권침해 역사가 있지만 지금은 열렬한 인권 옹호자로 인정받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북한 상황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1976년 집권한 비델라 정권의 잔혹한 탄압으로 시민 3만여 명이 실종되고 반체제 운동가들과 지식인들이 다수 구금되거나 살해됐습니다.
아르헨티나 외무부는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 초 막을 내린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과 이란, 우크라이나, 미얀마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동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념적 편견 없이 자유, 대의민주주의, 법치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중을 바탕으로 전 세계 인권 보호를 위한 진정성 있고 일관된 국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외무부] “The Argentine Government thus implements a genuine and consistent State policy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cross the world, based on unconditional respect for freedom, representative democracy and the rule of law, without any ideological bias.”
아르헨티나는 지난 수년 동안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동참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우파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인권 탄압 국가들에 대한 규탄 행렬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컨센서스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기 전 유럽연합(EU)과 함께 유일하게 공개 지지 발언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네바 주재 아르헨티나 대표부 대사는 당시 “우리는 표현의 자유와 식량에 대한 권리, 그리고 모든 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국제적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포라도리 대사] “We express our concern that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the DPRK restrictions on the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right to food, as well as all human rights, are not being guaranteed.”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7일 VOA에 이번 행사는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남미 등 지구 남반구로 확대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옛날에 군사 독재를 겪었기 때문에 그만큼 북한의 인권 상황을 잘 이해하고 개혁개방의 필요를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퀸타나 전 특별보고관도 아르헨티나 출신입니다. 따라서 더욱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고 주변 국가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탈북 여성들도 과거 극심한 인권 침해로 아픔을 겪었던 아르헨티나가 세계 최악 중 하나인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에 관심을 갖고 국제 협력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는 17일 VOA에 아르헨티나에서 반독재·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5월 광장 어머니회’ 등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북한 여성들의 인권 개선에도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책임규명 등 유엔에서 북한 정권에 개선을 압박하는 데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한별 대표] “가해자들의 인권 탄압 중지를 위해선 보편적 관할권을 가진 국제사회가 서로 연대해서 더욱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사법적 정의를 실현해야 합니다. 이런 연대에 아르헨티나도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유엔에서의 북한인권 논의, 특히 11월에는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이 있는데 여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권고에 나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미한일 3국이 아르헨티나에서 북한인권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안보 사안뿐 아니라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3국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을 반영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신화 대사는 17일 VOA에 “납북자 문제 등을 포함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글로벌 아웃리치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과 마음이 같은 국가들, 파트너 국가들이 이를 위해 협력을 더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한일은 지난해 12월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을 맞아 알바니아와 함께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고 책임규명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었습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COI 보고서 10주년을 기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 부대행사를 공동 개최하는 등 협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스칼라튜 총장은 “일본이 납치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We see that Japan has become even more active on all North Korean human rights issues, not only on the abduction issue. So, this tells us that indeed, the Camp David summit amongst the three leaders—President Biden, Prime Minister Kishida, and President Yoon—did a lot of good things in terms of trilateral coordination.”
스칼라튜 총장은 그러면서 이런 추세가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 관심을 높이고 대응을 촉구하는 데 긍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