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중국 방문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미중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소통을 이어가는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한중 간에도 보다 유연한 외교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는 일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의 방중과 관련해 “양국은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토대로 긴밀히 소통해 왔으며 구체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2월 6일 조 장관과 상견례를 겸한 첫 통화 당시 중국 방문을 초청한 바 있습니다.
조 장관은 지난 12일 주한 대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머지않아 저의 중국 카운터파트와도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조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면 왕 부장과 양자 회담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회담이 성사되면 한중 외교장관 간 대면 소통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이후 처음입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말 서울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일부 외신은 3국 정부가 다음 달 26∼27일 무렵 회의를 여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한중일은 3국 정상회의 결과 문서 등에 대해서도 이미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2∼25일 하오펑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중국 지방정부 당서기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으면서 한중간 지방 교류도 본격 재개되는 양상입니다.
신창싱 중국 장쑤성 당서기도 6월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쑤성에는 LG화학,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기아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방정부 당서기들을 한국에 연이어 보내는 건 한중관계의 긴장 수위를 낮추겠다는 전형적인 제스처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중간 고위급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북 핵 대응, 가치 외교 등을 둘러싸고 악화됐던 한중 관계가 모종의 전기를 만들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미중이 패권경쟁을 벌이면서도 위기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소통을 이어가는 흐름 속에서 한중 간 고위급 교류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중국은 한국에게 최대 교역국이자 북 핵 문제를 푸는 데 지렛대로 삼을 여지가 있는 중요한 국가라며 윤석열 정부가 동맹 외교를 우선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유연성을 보이려는 조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최근엔 동맹외교로 발생했던 경직성을 풀어가는 균형감을 좀 보이고 있고 외교적 유연성이 윤석열 정부에서 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한중관계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긴 어렵고 중국도 그 흐름을 읽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지난 1월 취임한 조태열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 “한중 관계도 한미 동맹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할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한중 간 지속적인 고위급 교류는 북한이 한국을 교전국으로 규정하는 등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안정 시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한국 정부는 상호 존중 원칙에 입각해 경제협력 등 제한적이지만 대중 관계를 개선하면서 중국의 북러와의 공조 강화를 견제하고 북한의 대형 도발을 자제토록 중국을 추동하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한국 입장에선 북중러 밀착관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중국으로 판단하는 것이고 중국과의 상호존중 관계를 확대함으로써 진영 결속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고 북한 도발을 일정 수준 제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거죠.”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유엔의 대북제재 기능이 약화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고위층 교류를 통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활동은 러시아가 이들에 대한 임기 연장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30일 종료됩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유엔의 대북제재 감시 기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북러와 보조를 맞춰 ‘반미 연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러시아와는 달리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상숙 교수입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유엔 안보리 틀에서 모니터링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요청할 것 같습니다.”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군사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경기 침체가 심각한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에 직면한 중국은 서방의 촘촘한 제재를 받고 있는 북러와 지나치게 밀착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장용석 박사는 중국은 자신들을 겨냥한 미한일 공조 심화를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 때문에 한중일 정상회의 등을 통해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장 박사는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시하면서 남북한을 상대로 일종의 균형외교를 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도 이를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중국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한반도 정세 안정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한국과 북한에 대한 나름의 우호적 제스처나 관리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또한 기본적으로 한중 관계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존의 경색 또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발전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중요한 배경은 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고.”
장 박사는 한중 관계가 일부 나아진다고 해도 북핵 문제에 관해선 그 원인을 미한의 대북 안보 위협에 두고 있는 중국으로선 한국에 협력적이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