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회 “일괄 귀국 조건으로 대북제재 해제 가능”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회(가족회)’ 대표들과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조기 구출하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납치의련)’ 소속 의원들이 미국 방문 둘째날인 3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납치 문제 해결에 대한 지원 요청차 미국을 찾은 일본 방문단이 피해자들이 일괄 귀국하는 조건으로 대북 독자 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납북자 전원 귀국을 성사시키기 위해 미한일 3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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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회 “일괄 귀국 조건으로 대북제재 해제 가능”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회(가족회)’ 등의 단체 대표들과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조기 구출하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납치의련)’ 소속 의원들은 미국 방문 둘째날인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 모든 납북 피해자의 일괄 귀국을 약속하면 일본 정부의 인도적 지원이나 독자 제재 해제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에게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 협의회(구출회)’의 니시오카 쓰토무 회장은 이 같은 새로운 방침과 관련해 미국 정부나 의회 관계자의 협력을 얻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니시오카 회장]

니시오카 회장은 해제 대상은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된 국제 제재가 아닌 일본의 독자 제재가 될 것이라며 “이는 좁은 길이지만 우리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납북자들의 귀국을 기원하는 파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회견장에 나온 니시오카 회장 등 방문단 9명은 기자회견에 앞서 30일 미라 랩 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씨의 동생인 요코타 타쿠야 씨(자료사진)

1977년 13살 때 납북된 이후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이 된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동생이자 가족회 회장을 맡고 있는 요코타 다쿠야 씨는 랩 후퍼 보좌관이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향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요코타 씨]

요코타 씨는 그러면서 자신의 모친 등 납북자 가족들의 고령화 문제를 언급하며 납북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들과 재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납치의련 소속인 야마타니 에리코 참의원 의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의 활동 중단이 북한과의 협상을 더 어렵게 할 수 있음을 우려했습니다.

[녹취: 야마타니 의원]

전문가패널의 부재로 북한과 러시아·중국 사이의 협력이 심화되고 북한 경제의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북한이 일본과의 협상을 미루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납치문제 담당상을 역임했던 야마타니 의원은 그러면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과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 한국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은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 발생한 북한에 의한 자국민 납치 문제 해결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통한 납치 문제 해결을 추진해 왔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올해 들어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연일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일본과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겠다고 단언한 바 있습니다.

29일부터 방미 일정을 시작한 일본 방문단은 오는 3일까지 미국에 머물며 미 정부 관계자 및 미 의회 의원들과 면담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현재 일본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는 17명이며 이들 가운데 5명은 2002년 귀환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아직 12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일본인 납북 피해자가 13명뿐이라며, 5명은 일본으로 돌아갔고 8명은 사망해 납치 문제는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