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5번째 '취임식'… 한반도 신냉전 더 선명해 질듯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입장 후 단상으로 걸어올라가는 모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섯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 한반도의 신냉전 전선은 한층 더 선명해질 전망입니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이 자신들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유리하다고 보고 이른바 ‘신냉전 외교’에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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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5번째 '취임식'… 한반도 신냉전 더 선명해 질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취임식을 통해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87%로 당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이로써 2000년과 2004년, 2012년, 2018년에 이어 집권 5기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71살인 푸틴 대통령의 이번 임기는 2030년까지 6년간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2030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고 6선에 성공할 경우 2036년까지 정권을 연장해 사실상 종신집권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대통령 취임식 행사 도중 헌법에 손을 올려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미국 등 서방의 민주주의 세력과 권위주의 세력이 대립하는 글로벌 차원의 이른바 ‘신냉전 구도’가 한층 선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동북아 차원에선 러시아가 중국, 북한과의 밀착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미한일 안보 연대에 맞서는 진영 간 대립구도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비행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자료화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푸틴 대통령의 집권 5기 돌입으로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권을 세습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세 나라 최고지도자들은 장기집권을 토대로 공동운명체적인 성격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 (자료사진)

[녹취: 임을출 교수] “시진핑, 푸틴, 김정은 모두 장기집권을 예약한 그런 지도자들로서 공동 운명체가 더 단단하게 형성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이 만들려고 하는 반미 공동전선 구축과 관련해서 상당히 유리한 주변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야겠죠.”

임 교수는 북한으로선 푸틴의 재집권이 신냉전과 다극화로의 글로벌 질서 재편 과정에서 외교적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편들기도 한층 노골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부쩍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건건이 러시아를 편들고 서방을 비방하는 선전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엔 국방성 군사대외사업국장이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신형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인도한 것과 같은 종류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자료사진)

지대지 미사일을 제공한 것을 두고 “판세를 바꿀 수 없는 졸책”이라며 “미국은 그 어떤 첨단무기로도, 그 어떤 군사적 지원으로도 영웅적인 러시아 군대와 인민을 당해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지난 6일엔 국제문제평론가 심민이 우크라이나가 영국 지원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부 장관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의 전문을 보도했습니다.

앞서 지난 3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캐머런 장관의 언급을 “유럽 전체의 안보구조를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고 한 경고를 거들고 나선 겁니다.

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최근 심민 국제문제평론가가 영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 대해 비난하는 보도를 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화면캡쳐)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의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전방위적 교류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 온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안정적인 장기집권으로 북한정권으로선 중국 외에 생존을 기댈 수 있는 또 다른 뒷배를 갖게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글로벌 대국인 중국은 미한일 대 북중러라는 진영 구도를 원치 않는 측면이 있지만 서방의 제재를 직접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밀착 필요성이 한층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북러 간 협력구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고 그러면 북한은 최소한 생존에 필요한 부분은. 제일 중요한 게 에너지와 식량인데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거든요. 지금 구도에선 북한도 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개로 또 다시 혼돈 상태로 들어갔다며 이 때문에 무기와 탄약 공급을 해 온 북한을 푸틴 대통령이 조기에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노획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전시된 미국산 M1A1 탱크 (자료사진)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응했고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금년 내 방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왜냐하면 러시아로선 지금 상당히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산 탄약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됐고 푸틴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서비스를 북한에 할 필요가 있다, 러북 간 협력 관계, 친선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가장 큰 카드가 푸틴의 방북이거든요.”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면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 맞서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메시지를 발신하거나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정치적 선물을 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위대한 러시아 부흥이라는 기치 아래 유엔을 중심으로 한 현 세계 질서를 흔드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미국 등 서방과의 대립은 단기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은 유엔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데 이런 러시아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추가 제재에 대한 부담없이 핵 무력 고도화에 열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한러 관계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국은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러시아가 모종의 지원을 할 지에 매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북한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자료화면)

러시아는 윤석열 한국 정부가 대규모 살상무기는 빠져 있다고 해도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고 미국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대해 불만이 큽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지금 상태를 그대로 지속하거나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 러시아도 상당히 반감을 갖고 3년 동안 상당 부분 불편한 관계 또는 경고성 발언들이 계속 이어지는 그런 관계로 서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실제로 러시아가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구금하고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한국 공연이 취소되는 등 양국 사이에 불화가 표출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이도훈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서 “양국 협력이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 궤도로 복귀할지는 한국에 달렸으며 러시아는 준비돼 있다”고 말해 최악의 상황은 피하려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