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가 북한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거듭 표명하는 데 대해 미 국무부는 북한과의 대화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한 외교적 접근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일본 총리가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또다시 밝힌 데 대해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및 외교의 중요성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밝혀왔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We have been very clear about the importance of dialogue and diplomacy with the DPRK. The United States stands with the long-suffering relatives of Japanese abductees, and we continue to urge the DPRK to right this historic wrong and provide a full accounting of those that remain missing.”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또다시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는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의 편에서 함께하고 있다”며 “북한이 이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고 실종자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일본 언론들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납북 피해자 가족단체와의 면담에서 “미국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 북한과 소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직접 고위급 협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 당연한 외교적 접근 방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통화에서 “납북자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e abductee issue is a very important issue for the Japanese people, it is their priority, so he’s doing the right thing. And not only the abductee issue, but it’s the North Koreans with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issue. I mean it goes back to 1998 when they launched the first Daepo dong that flew over Japan. So North Korea is an existential threat to the security of Japan and Minister Kishida pursue a summit with Kim Jong Un. And, it is the right thing to do.”
또한 일본은 납북자 문제만이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도 안고 있다면서, 지난 1998년 처음으로 일본 상공을 넘어 비행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위협을 상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안보에 북한은 현존하는 위협”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추구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기시다 총리가 북일정상회담을 자주 거론하는 것에 대해 “납치 문제는 일본 국민에게 매우 감정적인 사안”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정서적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냉소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일본의 파트너들이 일본의 편에 서서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Despite Pyongyang's cynical position, it is only right that Japan's partners, including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stand by Japan at this moment and convey their support. There are signs that this support could include willingness to support a limited easing of sanctions in return for substantial progress on the return of those who were abducted. “
이어 “이 같은 지지에는 납북자 귀환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을 대가로 한시적 제재 완화를 지지할 의지가 포함될 수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 같은 징후는 합리적인 유연함”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정권이 납치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히 밝히고 생존자들을 귀환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기시다 총리가 북한의 부정적인 반응에도 거듭 북일정상회담을 언급하는 것은 일본 국내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His overtures to North Korea remain politically driven and largely reflect his and the LDP’s rock bottom polling numbers. Any breakthrough with Pyongyang re a summit and possible movement on the long-standing abductee issue could be helpful to him in this regard.”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이 “일본 자민당의 바닥을 치고 있는 여론조사 수치를 크게 반영하는 것”이며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오래된 납북자 문제에 진전을 보면 기시다 총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국제사회가 한반도와 역내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북일정상회담을 막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두고 일본과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납북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특히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 후 열리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를 계속하겠다”며 북일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재확인 바 있습니다.
[녹취: 기시다 총리] 일본어
지난 2월에도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내가 스스로 필요한 판단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3월 “납치 문제가 해결됐다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일본 관방장관의 기자회견 이후 김 부부장은 “북한은 일본과의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1970~1980년대 일본인 17명이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명만 2002년 북일 정상회담 이후 귀환했고 나머지 12명은 아직도 북한에 남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는 13명이며, 이 가운데 5명이 일본으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모두 사망해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