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정지로 한국 방어 태세 강화 … 군사적 충돌 증가할 수도”

지난 2020년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한국 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안 철책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한국이 북한의 공격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위험성 또한 높아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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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군사합의 정지로 한국 방어 태세 강화 … 군사적 충돌 증가할 수도”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3일 9∙19 남북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와 관련해 “비무장지대(DMZ)에서 냉정하고 차분한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먼 전 사령관은 이날 VOA에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서먼 전 사령관] “We need vigilance and we need to maintain a cool and calm situation along the DMZ. (중략) I would say we need to maintain the readiness levels that we do over there but we don't need to go to war over that just because they suspended that agreement. And we've got to stay calm, calm and maintain a good solid defensive network between the ROK and the US.”

2011년 7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을 역임한 서먼 전 사령관은 “침착하게 한국과 미국 간 견고한 방어망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DMZ 인근에서의 군사 훈련이 북한의 도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지만, 9∙19 군사합의로 중단됐던 정찰 활동 등은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일 한국 군이 남북 국경을 넘은 오물 풍선에서 북한 쓰레기로 추정되는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실은 3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2018년 이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포함해 9∙19 군사합의의 전면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남북이 2018년 합의한 9∙19 군사합의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남북 간 모든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구체적으로 육상과 해상 완충 구역 설정, DMZ 내 감시초소(GP) 철거, 전방 지역 비행금지 구역 설정, 군사분계선(MDL) 인근 포병 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의 야외 기동 훈련 전면 중단,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전문가들은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무엇보다 한국이 북한의 공격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사진 = Center for Asia Pacific Strategy.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3일 VOA와의 통화에서 “군사합의 효력 정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비행이 제한됐던 정보∙감시∙정찰 비행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보∙감시∙정찰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The most important is the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flights that there was a restriction on flying along the DMZ that will no longer be in effect. So we will enhance our ISR capabilities. We'll be able to conduct live fire training in the training areas in the fort areas along the DMZ that will ensure the readiness of the front line forces.”

또한 “비무장지대 내 훈련장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해 최전방 부대의 대비 태세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은 한 번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는 합의를 한국은 지켜왔다”면서 “이는 동맹의 정보 감시와 정찰 비행, 비무장지대 인근에서의 실사격 훈련 역량을 감소시켰고, 북한은 계속해서 이를 위반했기 때문에 한국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말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합의로 전방 지역의 정찰 작전과 포병 훈련 등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방위 태세 활동에 제한이 생겨 대북 방어가 취약해졌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반면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군사합의를 무시해 왔습니다. 위반 사례만 3천600여 회에 달합니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한국은 지난해 11월 군사합의 가운데 감시∙정찰 활동을 제한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력을 일시 정지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다음날 9∙19 군사합의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 제공 = 주한미국대사관.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9∙19 군사합의는 북한에 도움이 됐던 만큼 한국에 도움이 된 적이 없다”며 “처음부터 순진한 합의였고, 한국에 도움이 되기보단 해를 끼친 것이 더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오늘날까지도 이 합의를 일상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면서 “한국에만 일방적으로 스스로를 제약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 9∙19 CMA never benefited South Korea as much as it did North Korea. It was a naive agreement from inception which, in my opinion, harmed the Republic more than it helped the Republic. Pyongyang routinely violates the agreement to this very day, making it unilaterally self-limiting for Seoul.”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정지되면 북한 도발에 대한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지난 2010년 한국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사태에 따른 대북조치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결정, 중동부전선을 지키는 백두산부대 최전방 GOP 장병들이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

특히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심리전도 재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외부의 정보 유입이 차단된 김정은 정권에는 치명적인 강력한 대응으로 평가받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이 오물 풍선 1천 개를 남쪽으로 보낸 이유는 정보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유입되는 정보는 북한 주민들이 고립을 극복하고 외부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김정은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그는 정보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물 풍선 살포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오물 풍선 살포를 중단하겠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The information that goes into North Korea helps the Korean people in the North and it gives them information to help overcome their isolation and to understand the outside world. And that is a threat to Kim Jong UN. So he is taking these actions to try to stop the information from going into North Korea.”

북한 국방성 부상은 2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지만, 다시 북한으로 대북 전단을 보낸다면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도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북한 정부와 김정은, 북한 지도부는 우려한다”면서 “대북 방송은 진실을 전달하고, 북한의 생활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북한 외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중단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어떤 종류의 확전을 수반할 것인가”라며 “대북 확성기 방송이 계속될 경우 북한이 취할 다음 조치는 무엇일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경우 북한이 후속 조치로 어떤 도발을 감행할지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역임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한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했을 때 다년간 말과 행동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왔다”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종의 반체제 선전부터 음악, K팝 등 다양한 영역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정권의 실상과 외부 세계의 진실을 알려 북한 김정은 정권을 갉아먹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North Korea has responded strongly either in words or actions over the years when South Korea had the loudspeakers. So it does seem to have a negative effect on North Korea. The broadcasts range from sort of anti regime propaganda to music, K pop, even American music but it's seen as having a corrosive effect on the regime.”

다만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사진 = Heritage Foundation.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북한이 지키지 않겠다고 한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도 “남북 양측이 더 이상 합의를 준수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합의한 신뢰와 안보 구축 조치를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는 양측 군대가 군사분계선 가까이에서 활동을 재개하고 훈련과 정찰을 재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려고 노력했던 방법 중 하나가 제거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 both militaries can undertake activities closer to the military demarcation line, resuming exercises, reconnaissance actions. So it's seen as removing one of the ways that the two Koreas tried to reduce the potential for inadvertent clashes.”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군사합의는 남북 양측이 비무장지대에 일종의 안전장치를 두기로 합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그것을 없애는 것은 상징적으로 비무장지대에서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특히 남북한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t shows that both sides, the North and South have agreed that they're going to sort of put a safety it's been a safety factor on the DMZ and then taking that away I think symbolically is lending itself to a message of the potential for conflict on the DMZ that that is unfortunate, especially at this time of increased tension between North Korea and South Korea.”

한편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전면 정지하더라도 외교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노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남북한 양국의 군사합의 폐기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계속 시도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4년 반 동안 모든 대화 시도를 거부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도 “북한이 어떤 외교적 협상이나 접촉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군사합의 효력 정지가 미국의 외교적 노력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행동하는 것은 김정은에게 달려 있고, 그는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기 때문에 군사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