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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오물 풍선 살포는 대북 전단 막으려는 ‘꼼수’”


29일 한국 서울의 도로 한복판에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에서 터져나온 쓰레기가 뿌려져있다.
29일 한국 서울의 도로 한복판에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에서 터져나온 쓰레기가 뿌려져있다.

북한이 오물 풍선을 한국에 보낸 이유는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미국 전문가들은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오물 풍선은 한국에 해를 끼치려는 악의적 행위인 반면 한국의 대북 전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제공하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문가들 “북한 오물 풍선 살포는 대북 전단 막으려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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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사진 = Center for Asia Pacific Strategy.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 사진 = Center for Asia Pacific Strategy.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30일 VOA와의 화상 통화에서 북한이 탈북민들을 비롯한 대북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를 자신들의 오물 풍선과 비교한 것과 관련해 “이는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아주 나쁜 선전 기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역임한 맥스웰 부대표는 이어 “탈북민들이 하고 있는 일은 실제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김 씨 정권에 의한 주요 인권 침해 중 하나가 고의적인 고립과 외부 정보에 대한 접근 금지라고 지적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COI는 국제사회에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고, 탈북민들은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며 “김정은의 실체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은 대북 전단이 담긴 풍선 살포를 통해 북한 밖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북한 주민에게 유익한 정보란 겁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 인권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는 사실상 “유엔 COI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What the escapees from North Korea are doing they're responding actually to the UN Commission of Inquiry in 2014, which indicated one of the major human rights abuses of the Korean people in the North by the Kim family regime is their deliberate isolation and their prohibition on any outside information.”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이 지난 2014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위원회 조사 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료사진)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이 지난 2014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위원회 조사 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료사진)

앞서 유엔 COI는 지난 2014년 2월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은 “독립적인 신문과 기타 미디어의 설립을 허용하고, 주민들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국제 통신과 외국의 대중문화를 포함한 해외 방송과 출판물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COI 보고서] “Allow the establishment of independent newspapers and other media; allow citizens to freely access the Internet, social media, international communications, foreign broadcasts and publications, including the popular culture of other countries.”

북한은 지난 26일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한국의 북한 인권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해 오물 풍선을 살포할 것을 예고했고, 28일 밤부터 가축 분뇨와 쓰레기 등을 담은 대형 풍선 수백 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대북 전단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실체와 한국의 발전상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는데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사상과 제도를 헐뜯는 정치선동 오물’이라고 비난하면서 남쪽으로 오물 풍선 수백 개를 날려 보낸 겁니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9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것들은 우리 인민이 살포하는 오물짝들을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로 정히 여기고 계속 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한국것들이 우리에게 살포하는 오물량의 몇십 배로 건당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대북 전단은 북한 주민을 돕고자 하는 노력인 반면 “북한의 오물 풍선은 한국을 모욕하고, 한국을 분열시켜, 오물 풍선을 한국에 대한 위협이 되게 해서 한국 국민이 탈북민들이 북쪽에 정보를 보내는 것을 정부가 엄중하게 단속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왜냐하면 정보는 김정은에게 치명적이고 실존적인 위협이기 때문에 김정은과 김여정은 정보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이는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What the North is doing is simply trying to insult the South, so division in the South, trying to make this as a threat to the South, to make the Korean people in the South try to have the government crack down on the escapees sending information to the North. And that is because information is a threat to Kim Jong UN, it's a deadly threat, it's an existential threat.”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북한의 행위는 두말할 나위 없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악의적이고 어리석은 짓이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 외에 어떤 긍정적인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사진 = Heritage Foundation.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사진 = Heritage Foundation.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역임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이날 VOA와의 화상 통화에서 “북한이 이런 아주 치졸하고 경멸스러운 모욕을 한국에 보내는 목적은 한국의 NGO와 활동가들이 전단과 성경, 화폐와 메모리 카드가 들어있는 풍선을 북에 보내는 것을 중단하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김여정은 담화에서 한국 NGO의 풍선과 북한 정부 풍선을 동일시하며 북한은 앞으로도 한국의 풍선이 북쪽으로 날아오면 기하급수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 think North Korea's objective in sending these very petulant and disdainful insult to South Korea is an attempt to try to get the South Korean non government organizations and activists to stop sending balloons to the North, which have propaganda, bibles, currency, and other computer thumb drives. So Kim Yo Jung, Kim Jung Un's sister, you know, clearly made that case in her announcement. She equated the South Korean non government balloons with the North Korean government balloons and said that North Korea will continue to respond in an exponential manner to any future South Korean balloons going north.”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김여정이 비슷한 요구를 했을 때 한국은 신속히 굴복하고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시행했다”면서 “법을 제정해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방해했지만 지난해 한국 헌법재판소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위헌이라고 판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단체들이 보내는 풍선과 북한 김정은 정권이 보내는 풍선은 법적 정당성에도 명백한 차이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여정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0년 6월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요구했고, 정부와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그해 12월 대북 전단 금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한국 헌법재판소 내부 모습.
한국 헌법재판소 내부 모습.

그러나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위헌 판결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오물 풍선은 정보와 선전물 등을 담은 한국의 풍선을 막으려는 목적이 분명히 있다”면서 “북한 정권은 자신들이 주민들에게 제공한 거짓 정보와 모순되는 외부 정보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유입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의 새로운 전술”이라며 “북한은 자신들이 이런 오물 풍선을 계속 날리면 한국 정부가 NGO나 활동가들의 (대북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거나 한국인들이 이를 자신들에 대한 위협 증가로 여겨 여론이 돌아서도록 할 목적으로 풍선을 계속 날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 it's a new tactic by North Korea and they may very well continue those balloons as a way of trying to either ge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intercede against the NGOs and the activists or to turn South Korean public opinion against the activists if they feel that it increases the threat to them if North Korea continues these kind of launches.”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날 VOA와의 화상 통화에서 “북한의 진짜 의도는 한국으로 하여금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했던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북한에 (전단 살포 이외에) 다른 대안도 있다고 말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이런 식으로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면 “북한의 전파 교란을 우회할 수 있는 대북 라디오 방송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their real intention is to try to get South Korea to go back to the law which it implemented under Moon Jae in of stopping balloons from going across the border with leaflets. I think that the South should be telling North Korea look, there are other alternatives available to us. You do this kind of thing and you know, we can do radio broadcasts into North Korea that are going to get around your jamming.”

김정은 정권에는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외부 정보 유입이 그만큼 위협적이란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정말 안정적이었다면 주민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모든 것이 잘 통제되고 있었다면 (대북 전단) 풍선도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은 북한의 불안정과 주민들을 먹여 살리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외부 정보가 유입돼 북한 내 엘리트들이 세상의 실상을 알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f North Korea were really very stable, they were feeding the people. If everything was under good control, no balloons wouldn't be any serious threat. I think what Kim is telling us with the sensitivity he's demonstrating here is North Korea is not very stable right now. He is concerned about instability in the North, about not being able to feed his people, about outside information leaking in and giving his elites a real view of the world.”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은 외부 정보 유입을 확실히 두려워하는 만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정보 유입’ 카드를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정은에게 ‘당신은 핵무기를 계속 만들 수 있는 선택권이 있지만, 만약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외부 정보 세례로 당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에는 활동의 자유가 없다”면서 “북한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은 정부의 승인 하에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사람들에게 자유가 있다”면서 “탈북민들이 국경 너머 풍선을 살포하고 싶다면 그것은 한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f North Korea does something, it's because Kim has authorized it. In South Korea, people have free agency. If the defectors want to throw balloons across the border that is an aspect of human free agency which is guaranteed by the South Korean Constitution. The South Korean constitutional court found the Moon administration law to be unconstitutional.”

그러면서 “한국 헌법재판소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면서 “한국에서는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가지는 별개”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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