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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 “북한 오물풍선 살포 ‘유치’…남북 품격 차이 보여줘”


29일 한국 무주에서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담긴 오물 풍선이 전선에 매달려 있다.
29일 한국 무주에서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담긴 오물 풍선이 전선에 매달려 있다.

북한이 다량의 오물 풍선을 한국에 살포한 데 대해 탈북민들은 남북한의 품격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북 정보 유입을 대대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들 “북한 오물풍선 살포 ‘유치’…남북 품격 차이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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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주일룡 씨
탈북자 주일룡 씨

지난 2019년 종교 자유 행사로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던 탈북민 주일룡 씨는 30일 VOA와 통화에서 북한이 한국에 대량의 오물 풍선을 보낸 데 대해 “역설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주일룡 씨] “이게 너무 아이러니죠. 주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 입까지 틀어막고 거기다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면서 기껏 처음으로 북한 정권에서 고민한 표현의 자유가 쓰레기와 오물을 보낼 자유라는 게, 그 자유를 인식하는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구나.”

주 씨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으로 주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탄압하는 김정은 정권이 말하는 자유가 ‘오물 투척의 자유’란 사실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은 28일 가축 분뇨, 쓰레기 등을 담은 대형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한국 합참에 따르면 전국에서 260여개의 ‘오물 풍선’이 발견됐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자료사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자료사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9일 관영 매체를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오물풍선은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은 이번 사태는 남북한의 판이한 품격과 가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김은주 탈북민 글로벌 교육센터(FSI) 간사
김은주 탈북민 글로벌 교육센터(FSI) 간사

영어 등 8개 국어로 출간된 회고록 ‘열한 살의 유서’의 저자인 김은주 탈북민 글로벌 교육센터(FSI) 간사는 이날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남북한이 서로 보내는 내용물은 가치 자체가 판이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은주 간사] “남한에서 보내는 삐라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 북한에서 남한에 보내는 삐라는 어떻게 보면 북한 정권의 ‘화풀이’용이고 오물 투척 그 내용물 자체도 대한민국 국민에게 도움이 되거나 유용성 측면에서 전혀 없는 거죠. 오히려 대한민국 국민을 해할 수 있는 유해하고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현승 글로벌피스 재단 연구원. 사진=CPAC 영상 캡쳐.
이현승 글로벌피스 재단 연구원. 사진=CPAC 영상 캡쳐.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선박무역회사 부대표 출신으로 최근 미국 컬럼비아 대학원을 졸업한 이현승 글로벌피스 재단 연구원도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북한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가 국제 기준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 직접 한국과 비교할 기회를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표현의 자유라는 단어가 나온 게 참 반가웠는데…오물을 보내는 것을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고 한 것이 참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인민의 표현의 자유가 되려면 사람들이 자유롭게 국제사회와 언론 인터뷰도 하고 언론 자유가 있어서 기사와 자체적 칼럼도 쓸 수 있고 해야 하는데 북한의 모든 매체가 표현의 자유가 없는데 어떻게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고 표현하는지 그게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김여정이 대북 전단이 얼마나 북한 주민들에게 유익한지 정보 유입을 통해 설명할 명분도 줬다면서, 이 기회에 한국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을 대대적으로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자강도 출신으로 한국에서 방송인과 유튜버 등 소셜 인플루언서로 활발히 활동하는 정유나 씨
북한 자강도 출신으로 한국에서 방송인과 유튜버 등 소셜 인플루언서로 활발히 활동하는 정유나 씨

북한 자강도 출신으로 한국에서 방송인과 유튜버 등 소셜 인플루언서로 활발히 활동하는 정유나 씨는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해 “치졸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정유나 씨] “대한민국 국민에게 너희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인들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알려주려고 보냈다고 하는데 굉장히 정말 유치하죠. 저런 방법으로 하는 게 참. 북한은 일관성이 있어요. 유치하고 치졸한 방법으로요. 참 얼마나 창피한 행동인지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요.”

북한 특수부대 여단참모장(대좌)을 지낸 아버지 정명운 씨와 북한에 대한 군사·안보 관련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정 씨는 오물 풍선은 대북 전단보다 한일중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고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실패한 것 등에 대한 화풀이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탄저균 등 한국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철저한 대비와 경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탈북민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북 정보 유입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주일룡 씨는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 직접 ‘인민의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만큼 ‘정보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주일룡 씨] “그렇게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고 좋으면 진짜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보여줘야죠. 진짜 정제된 우리의 국영과 공영 방송을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보급하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유명한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라든가 이런 것을 통해서 북한을 정보로 덮어버리자고요. 그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현승 연구원은 필요하면 군 전략 자산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정보 유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무대응을 하면 북한 정권을 더 대담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오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거기에 생화학 무기를 살포할 수 있고 바이러스를 넣어서 한국 사회에 혼란을 조성할 수도 있고요. 김정은이 생각했던 것 이외의 반응이 나오게끔 대응해야 감히 다른 허튼 생각을 못 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김은주 씨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면서 “차라리 무시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치졸한 행태에 똑같이 대응하다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보단 북한에 대한 유엔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 등 국제 무대를 통해 북한 정권을 압박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은주 씨]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기보다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서 북한인권 문제를 좀 더 자극시키고 핵 문제도 최근 들어 인권 문제와 연결해서 핵 개발도 유엔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를 통해서 압박하는 게 더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한국의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는 30일 VOA와 화상통화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선 왜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의 소식이 필요한지 더 명확히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김정은 정권이 10년이 지났는데 제가 보기에는 지난 10년 동안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게 이번 사건이 아닌가? 국제사회에선 왜 북한으로 외부 정보를 보내야 하고 평양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있는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그대로 돌려서 다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상황이 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국제사회의 모든 정보를 보내줘야겠다는 국제사회의 지지 여론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이 대표는 그런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KBS 등 공영 방송의 송출을 북한 방식(PAL)으로 전환해 북한 주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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