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이 24년만에 방북해 새 군사조약을 맺은 것은 북한을 이용해 미국과 동맹들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스티븐 세스타노비치 전 구소련 공화국 대사가 지적했습니다.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는 21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북러 관계가 격상됐다는 점보다 양측이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무기보다 러시아가 북한에 이전할 첨단 기술이 더 큰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 1997년에서 2001년까지 구소련 공화국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고 현재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인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상대에게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다만 유엔헌장과 국내법에 준하여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자동 군사개입을 의미하는 걸까요?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 조약 문구도 중요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양측이 비밀리에 논의한 내용을 모르기에 두 지도자와 정부의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푸틴의 발언을 통해 판단할 수 있는데요. 그는 한 쪽이 다른 쪽을 돕게 될 전쟁 발발 위험에는 많이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북한에 군사 기술과 장비를 더 이전해 다른 나라들이 우려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위협하는 데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또 한국을 노골적으로 위협했습니다. 새로운 북러 동맹관계가 맺어진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건 양측이 군사협력을 강화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자) 푸틴은 이 조약을 근거로 북한과 무기 거래를 공식화하고 공개적으로 추진할까요?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 푸틴은 공개적으로 무기거래를 하든 비밀리에 하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는 비밀리에 거래를 하면서 많은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양측은 이를 부인해왔습니다. 더 솔직해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진짜 중요한 건 기술 수준과 무기 수량이 양방향으로 증가하느냐 입니다. 특히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가는 기술 수준과 북한에서 러시아로 가는 군사장비의 양이 증가하느냐는 것입니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입되는 북한 무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북한 공장 등에 대한 러시아의 추가 투자가 있을 경우 조금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북한의 대러 무기 공급이 늘어나는게 아닙니다. 북한은 이미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죠. 푸틴이 집중한 건 자신이 북한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죠. 푸틴은 군사 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죠. 그 무기는 어디를 겨냥하겠습니까? 전 세계가 북한을 무책임한 국제 행위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푸틴이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겁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언가를 주면 그들이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그게 위협의 본질입니다. 한국 등이 걱정하길 바라는 거죠. 하지만 이런 종류의 위협은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죠.
기자) 그러니까 푸틴은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기 위해 북한에 간 거군요. 포탄은 방북 전에도 이미 공급 받고 있지 않았습니까? 왜 24년만에 처음으로 북한을 갔을까요?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 답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김정은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방북을 원했을 가능성입니다. 아마도 김정은은 포탄을 제공하는 대가로 이미 탄도미사일 기술 지원을 받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에 더해 푸틴의 상징적인 존재감을 원했을 겁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푸틴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할 기회를 원했다는 겁니다. 아마 푸틴의 셈법에는 이 두 가지가 다 작용하고 있을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푸틴은 어느 선까지 갈까요? 핵추진 잠수함, ICBM, 핵탄두 소형화 기술까지 북한에 넘길까요? 아니면 북한에 군사 기술을 넘길 거라고 그저 빈 말로 위협하는 걸까요?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 푸틴은 지난 몇 년간 꽤 무모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자체가 엄청나게 무모한 행동이었죠. 푸틴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자신이 더 나쁜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길 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끝도 없이 무모해질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그의 핵무기 사용 위협은 대부분 허풍이었죠. 하지만 그가 북한에 더 정교한 수준의 군사 기술을 제공한다고 말하는 것은 사람들이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미국에 대해 핵전쟁을 위협하는 것만큼 공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자) 대응 측면으로 넘어가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 책임감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되돌리고 제재와 다른 수단을 통해 러시아에 비용을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이익에 매우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제 연합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치명적인 군사 장비를 공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국은 상당한 방위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역량이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환영할 만하고 좋은 조치입니다.
기자) 미국은 북러 협력 심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제재나 규탄 외에 더 실질적인 조치가 있나요?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종류의 지원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중국에 접근하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군사 기술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만족하고 있을까요? 북한이 동북아시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원할까요? 중국은 이런 종류의 행동에 대해 많은 불안감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구소련 공화국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내셨는데요. 이번 북러 조약은 북한과 소련이 1961년 맺은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과 비교되고 있습니다. 당시 소련과 현재 러시아 상황에서 유사점이 있을까요?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 지금 러시아와 1961년 소련의 내부 상황이 비슷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외교 정책 상 유사점이 있습니다. 1961년 당시 소련은 자신의 힘을 다른 나라에 과시하기 위해 사방으로 뻗어나가던 때였죠.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핵실험을 연이어 실시했습니다. 베를린 장벽을 건설했습니다. 마오쩌둥과 수사적 대결을 고조했습니다. 당시 소련 지도자였던 흐루시초프는 빈에서 케네디 대통령과 매우 격앙된 회담을 가졌습니다. 소련은 쿠바 혁명가들과 새로운 접촉점을 만들었고 ‘쿠바 미사일 위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는 소련 외교 정책에서 무모한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분석해야 하는 점은 이제 러시아의 무모함이 고조되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지금까지 1997년에서 2001년까지 구소련 공화국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스티븐 세스타노비치 전 대사로부터 러시아가 북한과 맺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관한 견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