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실은 러시아가 북한에 고도의 정밀무기를 제공하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미한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과신하며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한국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는가”라고 밝혔습니다.
장 실장은 23일 한국의 ‘KBS’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과 관련해 “러시아 측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국 정부도 제한 없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초정밀 무기 공급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장 실장은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을 검토하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여러 조합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무엇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레버리지를 약화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정확히 밝힌 발표 내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한다’였다”며 “우리가 밝힌 경고에 대해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무기 지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장 실장은 향후 한러 관계에 대해 “우리 혼자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러시아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최근 러시아의 동향은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장 실장은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경고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후 한러관계를 복원 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심사숙고하라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북 초정밀무기 공급 가능성을 우려하고 경고에 나선 것은 ‘레드라인’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 추진 잠수함, 군사위성 등 첨단 전략무기 기술 이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러시아의 첨단 전략무기 기술 대북 지원은 미국 등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요인이지만 초정밀무기 또는 관련 기술이 북한에 넘어가면 한국을 직접 위협하는 다양한 핵 투발 수단은 물론 재래식 무기의 파괴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은 F35 스텔스기 등을 통해 북한의 주요 지휘부를 무방비 상태에서 타격할 수 있는데 러시아의 초정밀 유도기술을 탑재한 대공 미사일이 북한에 제공되면 이런 북 핵 억지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SS-40 그걸 계속 달라고 얘기를 했었거든요. 만약 그게 넘어간다면 한국이 갖고 있는 그나마 북한 핵을 억제할 수 있는 억제력 중에 가장 큰 것에 구멍이 뚫리는 상황이 오는 거니까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거죠.”
전문가들은 또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초정밀무기 공급이 한국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240mm 방사포와 같은 재래식 무기는 물론 순항미사일과 KN-23, 24, 25 같은 신형 전술핵 미사일에 관련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러시아의 초정밀 유도기술은 목표물 타격에 대한 오차범위를 10m 미만으로 줄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명예교수] “핵심 전략자산에 대해서 정밀타격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신형 전술유도무기 중에 600mm 방사포 같은 것 그게 4연장 또는 6연장이잖아요. 그런데 그게 발사대 하나가 아니라 보통 10개 이상 라인업해서 쏘잖아요. 그런데 그게 초정밀로 쏘잖아요. 짧은 시간 동안 완전히 폐허가 돼 버리는 거죠.”
이런 가운데 북한의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 직후 군부 최고위 인사를 내세워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복원한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겁니다.
박 부위원장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과 관련해 미국이 자국 원조 무기의 사용 제한을 추가로 완화한 것을 문제 삼으며 “극악한 반러시아 대결광의 진모를 깡그리 드러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당초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자국산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금지했지만 전선 상황이 악화하자 이를 완화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박 부위원장은 러시아가 어떤 대응을 취한다고 해도 “그것은 정의의 행동이며 철저한 정당방위”라며 “우리는 국가의 주권적 권리와 전략적 안정, 영토 완정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투쟁을 벌리고 있는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군부 최고위 인사의 이번 담화는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지지를 넘어 북러가 새로 체결한 조약에 따른 군사적 지원 확대를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러는 최근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통해 어느 한쪽이 침공받을 경우 “유엔헌장 51조와 북러 국내법에 준해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그리고 기타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지금도 어느 정도 물밑 지원을 하고 있지만 만약 정말 미국의 그런 첨단무기를 통해 러시아 본토가 공격 당하는 상황이 되면 우리는 여기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망설이지 않겠다 이 얘기를 한 거에요.”
미한 당국은 북러가 새 조약을 통해 상호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키로 한 이후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과 김홍균 한국 외교부 1차관은 24일 전화통화를 갖고 북러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상호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키로 한 데 대해 엄중한 우려와 강력한 규탄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캠벨 부장관은 한국 측이 북러 불법 군사협력 강화 등 안보 위협에 대응해 취하는 어떠한 조치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은 북한이 불법적인 북러 협력을 과신하며 추가 도발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굳건한 확장억제를 바탕으로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북한은 러시아 안보동맹의 하위파트너가 된 셈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 상황이 전개되는 양상에 따라 북한은 러시아에 추가적인 무기나 병력 지원은 물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러시아에 대해서 직접적인 살상무기 지원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추가적인 조치로 한반도 쪽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 도발적 행태 이것을 통해서 미국이 과연 3개의 전쟁을 치를 수 있는지 한번 보자라는 식의 굉장히 수위 높은 도전을 야기할 가능성도 유의하고 대비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고.”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엄중하므로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의 지시는 “북러 조약과 중동 사태 등이 미칠 군사와 경제안보에 관해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