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체결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파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진단했습니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28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이는 ‘피비린내 나는 실험’ 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과의 동맹을 불신한다는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년 3월부터 2005년 2월까지 국무부 부장관으로 활동했던 아미티지 전 부장관을 김영교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십니까?
아미티지 전 부장관) 북한과 러시아가 그동안 해 온 일들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첨단 기술의 이전이 좀 더 있을 수는 있습니다. 새로운 전개이긴 하지만 한반도의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키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 조약에 따르면, 러시아와 북한은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헌장 51조와 북한·러시아 법에 준하여라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요. 1950년 한국전쟁 때와 같이, 북한이 먼저 전쟁을 일으키고도 국내법에 따라 스스로 침략당했다고 주장해 러시아가 전쟁에 참여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아미티지 전 부장관) 당장 확전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공격을 한다면 서울에 주둔하고 있는 다수의 미군과 미국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떤 미국 대통령도 미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도록 놔둘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한국과 협의해서 즉각적인 대응이 있을 것이고, 또 완전한 대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자) 정상회담 후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북한에 정밀 무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극초음속이나 최신 탄도 미사일, 혹은 핵무기 관련 기술 등 첨단 무기 기술을 전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아미티지 전 부장관) 북한의 미사일 무기고에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한지 알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은 과거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특히 처음에는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의 도움을 받은 후 그들 스스로 꽤 잘 해왔습니다. 이제 제가 중점을 두고 보는 것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할 가능성입니다. 이것은 관심을 끌만한 상황 전개가 될 것입니다. 또 북한 사람들은 오랫동안 어떠한 분쟁에도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피비린내 나는 실험이 될 겁니다.
기자) 피비린내 나는 실험이 무엇을 뜻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아미티지 전 부장관) 러시아 군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세요. 그들은 너무 오랫동안 전투를 하지 않아서 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북한 군은 1953년 이후로 전투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인들에게 이용당하면 정말 많은 희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우크라이나에서 북한 군이 러시아 편에서 싸울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 거네요?
아미티지 전 부장관) 네,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지금 군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러시아 사상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러시아는 군인이 필요한데, 북한이 공급자가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 중국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아미티지 전 부장관) 중국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이 정상회담에 쏠려 있었습니다. 푸틴이 중국에서 느끼고 있을 감정을 생각해 봅시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러시아가 중국에 종속된 국가로 보인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푸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죠. 또 중국은 북한과 항상 어려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확신합니다. 중국은 이번 조약을 매우 신중하게 살펴보고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계산해 보고 있을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일각에서 보듯이 중국 지도자들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에 대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미티지 전 부장관) 북한과 중국은 단 한 번도 서로를 좋아한 적이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두 나라의 관계는 서로에게 편리한 것이었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푸틴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고 합의를 한 사실을 시진핑이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양국 관계에서 명백히 열등합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편안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얼마나 오래 이렇게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러시아와 북한의 조약이 중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중국이 이 문제에 한하여 협력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십니까?
아미티지 전 부장관) 아닙니다. 정상회담으로 인해 시 주석의 셈법이 좀 복잡해졌을 뿐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에 가까운 어떤 것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중국과 많은 문제를 놓고 대치해 있습니다. 타이완, 일본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펜타닐 의약품 생산, 그리고 중국 제조업 과잉생산 문제가 있죠. 러시아와 북한 관계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많은 문제들이 놓여 있는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시진핑이 지금 취할 조치는 무엇입니까?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에 어느 정도 동조를 할까요? 아니면 북한과 러시아와 거리두기에 들어갈까요?
아미티즈 전 부장관) 저는 지금 당장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 봅니다. 앞으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이죠. 아시아에 있는 우리 모두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겁니다. 부시 행정부 초기 언급된 ‘악의 축’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아시아에 있는 것은 ‘불안정의 축’입니다. 중국과 이란, 북한, 러시아가 들어가 있는 것이죠. 새로운 상황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주시해야 할 사항이죠. 그러는 사이 일본과 한국, 미국 등 우리는 다시 매우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한국 윤석열 정부 그리고 일본 기시다 정부와의 미국 안보협력은 분명히 계속될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끈질긴 도발에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당 대표 주자들이 핵무장론을 꺼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또 그것이 미한동맹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아미티지 전 부장관) 한국 정부는 미국과 논의하면서 우리의 확장억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 능력을 개발한다면, 첫째,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둘째, 만약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왜 미국은 계속 핵우산을 제공해야 할까요? 한국의 핵무장은 미국에 “우리는 당신과의 동맹 관계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그리고 정치 체제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일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요. 저는 지금 한국 정부가 핵무기와 우리의 확장억제에 대해 더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확신합니다. 만약 논의가 실제로 전개된다면, 그 파장은 한국과 북한 관계보다 훨씬 더 광범위해집니다.
기자) 한국 일각에서는 미국 핵우산에 대한 회의론이 있습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도시들을 직접 위협할 수 있기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직접 핵을 사용하는 것을 꺼려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도시가 피해를 입는 것을 감수하면서 한국을 보호할 수 있습니까?
아미티지 전 부장관) 그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미국이 로스앤젤레스를 위험에 빠뜨리면서 한국을 보호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죠.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미국이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고 한국이 공격을 당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는 우리 군인과 시민 등 10만 명이 훨씬 넘는 미국인들이 있습니다. 한국이 공격을 당하면 우리 시민들도 피해를 입게 되기에 우리가 대응해야 한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대응은 무계획적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북한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대응은 거대하고 압도적이며, 의도적이고 즉각적일 것입니다.
기자) 일부 한국인들은 미한동맹이 거래관계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정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아미티지 전 부장관) 그와 관련해서는 제가 안심시켜 드리고 싶은데요. 일본에서는 ‘모시토라’라는 말이 나오죠. “만약에 트럼프가 당선된다면?”이라는 뜻이죠. 한국에서도 같은 질문을 하죠. 저도 걱정하는 바입니다. 과거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과 트럼프의 관계가 좋지 않았죠. 저는 트럼프가 이긴다면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래적 성격을 한국도 이제 이해한다고 봅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변호사적인 방법으로 접근했고, 변호사가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듯한 방식은 트럼프에게 통하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는 미한 관계가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속에서도 잘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기자)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어떻습니까? 한국이 충분히 분담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더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미티지 전 부장관) 저는 '방위비 분담'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방위비 분담'이라는 말을 절대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실상 분담을 하면 힘을 나눠 가지게 되고, 의사결정도 분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과거 독일의 헤센 용병이 아닙니다. 우리 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로서 평화와 안정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 개념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윤 대통령이 전임자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논의해 갈 수 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리처드 아미티지 전 부장관으로부터 북러 조약 체결과 그에 따른 파장, 그리고 한국의 핵무장 논의 재점화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