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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브스트 전 대사] “북한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 낮아…한국 핵무장론 ‘이해’”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가 26일 VOA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가 26일 VOA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가 말했습니다. 허브스트 전 대사는 26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아직 그 정도로 절박한 상황은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넘길 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허브스트 전 대사는 한국은 자유 세계에서 필요한 만큼의 무기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밖에 미국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와 같은 새롭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미국과 한국의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허브스트 전 대사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고, 이에 앞서 우즈베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허브스트 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허브스트 전 대사) 저는 이 조약이 다분히 상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스크바가 세계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재래식 침공 이후 상당한 고립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리고 우리 모두는 북한이 적어도 14개월, 길게는 18개월 동안 러시아의 전쟁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무기, 특히 탄약이 고갈되기 시작하면서 북한이 개입했습니다. 푸틴은 거의 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러시아에 기하급수적으로 더 많은 탄약을 제공하고 우크라이나에 더 큰 위협을 제기하게 될까요?

허브스트 전 대사) 북한은 이미 많은 포탄을 제공했습니다. 북한보다도 먼저 이란이 많은 드론과 미사일을 제공한 것처럼 말이죠. 아마도 북한이 더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상당한 양의 탄약을 제공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의 방북이 화려한 행사를 넘어서는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명백하게 전체주의적인 행사를 펼쳤습니다 이것은 푸틴에게는 다소 굴욕적이거나 모욕적입니다. 하지만 푸틴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기꺼이 그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기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에는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상대에게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사를 보낼 수도 있다고 보십니까?

허브스트 전 대사)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길을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긴장을 상당히 고조시킬 것입니다. 푸틴이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러시아 민족의 징병을 꺼려하기 때문에 추가 병력이 다소 필요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북한에서 대리인을 부를 정도로 절실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중국이 북한군 파병을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일어날 수는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일부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러시아어를 못하기 때문에 파병돼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내가 북한군 인사관리자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적인 전쟁에 내 병력을 총알받이로 보내는 선택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죠.

허브스트 전 대사) 그건 북한 지도부한테 메시지를 보낸 거네요. 러시아군이 가미가제식의 자살 공격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지금 평양 정권이 상당히 억압적이고, 주민이나 군인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자국민에게 하는 짓을 고려할 때 전쟁에서 학살을 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병사들이 그런 식으로 죽는 것을 허용한다면 김 위원장에게는 매우 나쁜 모습이 될 것입니다. 전 세계가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정보를 잘 통제하고는 있지만 그 소식은 주민들에게 전해질 것입니다. 북한이 병사를 보내지 않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당국자들이 북한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방공 체계를 압도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는 보도가 몇달 전 나왔습니다. 푸틴 방북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더 많은 미사일을 보낼까요?

허브스트 전 대사)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을 대량으로 보낸다면 이미 심각한 우크라이나의 방공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매우 짧은 기간에 패트리엇 포대 5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매우 긍정적이며 환영할 만한 조치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피해를 입할 능력이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앞으로 북한에서 대량의 미사일이 전달된다면 러시아가 우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넘길 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20일 장호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
20일 장호진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

기자) 한국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나토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노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허브스트 전 대사) 한국은 자유 세계에서 무기 산업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무기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미국은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동맹국들은 모두 합쳐도 우리보다도 적은 양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지도부는 멀리 내다봅니다. 미국의 정치인들과 전문가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무지한 발언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몇 달 동안 중국의 타이완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죠. 또 그 통찰력에 따라 행동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전쟁 지원을 이미 상당히 하고 있지만 더 크게 늘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제공할 것입니다.

기자) 전문가들은 북한의 러시아 지원보다는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첨단 군사기술을 더 우려합니다. 푸틴이 어느 선까지 갈까요? 핵 소형화 기술도 줄까요?

허브스트 전 대사)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더 큰 문제는 핵이 아니라 미사일입니다. 북한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지만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생산하지 못합니다. 수천, 수만 마일을 날아가는 미사일을 정확도 있게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모스크바는 분명히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수년 동안 러시아로부터 이 기술을 받길 원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푸틴이 공급에 동의했다는 징후는 없습니다. 푸틴에게는 분명 큰 형님인 중국을 포함해 어느 정도 위험이 따를 것입니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높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미사일은 유럽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한국, 일본, 그리고 유럽인들에게도 큰 관심 사안입니다.

기자)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국 주류 정치계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여당의 한 당권주자는 대표가 되면 핵무장을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했죠. 한국의 핵무장론 정서에 공감하십니까?

허브스트 전 대사) 전적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런 정서의 근원은 러시아와 북한의 공격성뿐 아니라 중국의 공격성과 미국 지도력의 불안정성에 기인합니다.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강력한 정책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데에도 비슷한 모호함을 보였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우리 무기를 사용할 경우와 관련해 많은 제한을 뒀습니다. 홍해, 인도양에서 선박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을 근절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이란 대리세력이 중동에서 미군을 죽인데 대해 보복을 주저한 것은 약함을 보여줬습니다. 미국이 강하지 않다면, 한국은 절대적으로 자체 핵무기가 필요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해도 상관 없다고 말한 건 무지한 거죠. 또 공화당이나 민주당 어느 누구도 미국의 무기 생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서울이나 도쿄 또는 바르샤바의 지도자들이 미국의 안정성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의 힘이 세계 안보와 세계 평화에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죠. 바이든 팀의 소심함 때문이든 트럼프 팀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든 미국의 힘에 대한 의문이 크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자)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한국과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고, 핵전략의 기획과 운용에 한국의 역할을 확대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건데요.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선언’외에 추가 조치가 필요할까요?

허브스트 전 대사) 미국이 한국을 침략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강조하면서 분명하고 새롭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에 중요하고, 한국의 안보에도 훨씬 더 중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리고 전술핵에 대한 상원의원의 제안은 건전한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 영토와 그 주변, 영공의 미 육군, 해군, 공군의 태세와 관련해서 말입니다. 정확한 조치는 군사 전문가들에게 맡기겠지만 전술핵을 포함한 그런 것들은 확실히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2003년에서 2006년까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존 허브스트 전 대사로부터 북러 정상회담과 안보 조약이 미치는 여파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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