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1일) 초대형 탄두를 장착하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미사일이 평양 인근에 떨어진 점 등을 들어 북한의 발표가 기만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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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일 “미사일총국이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신형 미사일은 4.5t급 초대형 탄두를 장착하는 전술탄도미사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시험발사는 모의탄두를 장착한 미사일로, 최대사거리 500km와 최소사거리 90km에 대해 비행안정성과 명중 정확성을 확증하는 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북한이 초대형 탄두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힌 것은 처음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발사 결과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보고됐다고 전했습니다.
미사일총국은 ‘화성포-11다-4.5’의 250km 중등사거리 비행특성과 명중 정확성, 초대형 탄두 폭발 위력 확증을 위한 시험발사를 이달 중 진행한다고 예고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이 같은 발표가 기만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있습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보도가 기만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평가하고 있다며, 북한이 각각 발사했다고 주장한 최대 사거리 500km와 최소 사거리 90km가 한국 군이 분석한 600여km, 120여km와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국 군은 북한이 1일 새벽 황해남도 장연에서 동북 방향으로 쏜 첫 번째 탄도미사일의 경우 동해상인 함경북도 청진시 앞바다에 탄착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북한이 주장한 사거리대로라면 내륙에 떨어져야 합니다.
한국 군은 또 북한이 90km 날아갔다고 밝힌 두 번째 미사일은 평양시 북쪽 지역의 민가가 없는 야지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탄두 무게가 4.5t이나 되는 미사일을 내륙에 떨어지게 하는 시험발사를 한다는 게 비상식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성준 실장입니다.
[녹취: 이성준 실장] “북한이 주장하는 90km와 500km를 갔다고 가정하더라도 저희가 탐지한 방향으로 보면 둘 다 내륙에 떨어진 겁니다. 내륙에 시험발사를 하는 곳은 아마 찾아보기가 힘든 것으로 압니다.”
특히 시험발사가 이뤄진 지난 1일 평양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최고 수뇌부가 집결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나흘째 일정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당 전원회의 기간 중 평양 쪽으로 미사일을 시험발사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미사일이 잘못 날아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이 참가하는 전원회의를 개최하는데, 이게 핵심적인 시험도 아니고 초기 단계 시험이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평양 쪽에 육상에 탄착군을 형성한다 이렇게 안하거든요. 바다에 탄착군을 형성하거든요.”
이와 함께 북한은 2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 사실을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게재하고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았습니다.
또 관련 사진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무기 시험을 대내 매체에서 보도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에도 ‘다탄두 분리와 유도조정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이튿날 ‘노동신문’을 통해 관련 사실과 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성준 실장은 “북한은 선전, 선동을 하는 데 능한 국가”라면서 “그들의 주장이 다 사실일 거라고 생각하면 저희가 속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1일 새벽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을 때 모두 북한판 이스칸데르,
으로 불리는 ‘화성-11형’ 미사일로 추정했고 이 중 사거리가 짧은 한 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이 필요로 하는 고도에 올라가지 못했다며 정상비행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은 ‘화성-11형’의 개량형인 ‘화성-11형 다’를 또 다시 탄두 중량을 늘려 만든 또 다른 개량형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3월 KN-23 개량형을 발사하고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미사일 탄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중량과 크기를 더 키웠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2.5t까지 탑재 가능한 미사일에 4.5t 탄두를 실으려면 추진체를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 심화한 기술이 필요한데 북한이 이를 달성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화성-11형 다’는 ‘화성-11 기본형’보다 사거리가 200~300km 정도 길고 미사일 크기도 크지만 4.5t 탄두를 싣고 500km를 무리없이 날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박사는 북한이 탄두 중량 4.5t으로 ‘괴물미사일’로 불리는 한국의 ‘현무-4’ 미사일을 모방해 신형을 급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북한이 만약 진짜 진지하게 고중량 탄두 미사일을 개발하려고 하면 현무 4와 5처럼 뒤에 부스터 부분을 붙여서 연결했어야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고체연료 부분들을 확장해서 개발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기존 화성-11형 다를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건데 결국 이게 효율성이 떨어지는 무기체계라는 거에요.”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미사일 사거리와 발사 방향만으로 북한의 주장을 기만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4.5t 탄두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핵탄두 외에도 재래식 초대형 탄두 탄도미사일 개발을 공개함으로써 다양한 전술적 선택지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권 명예교수는 북한의 4.5t 탄두 탄도미사일은 한국 내 지하 핵심시설을 겨냥한 무기체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명예교수] “이전에 KN-23 계열이 지상 목표물 정밀타격이 주 목적이었다면 이번에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은 한국 내 지하벙커 지휘통제소 파괴 및 무력화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추측을 하게 돼요.”
권 명예교수는 북한이 이달 중 250km 사거리로 하는 추가 시험을 예고했고 초대형 탄두 폭발 위력도 검증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