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북한 고위 관리 1명과 기관 1곳에 대해 추가로 국제 인권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여성들에 대한 성과 젠더 기반 폭력을 핵심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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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정상들의 회의체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는 22일 글로벌 인권 제제 체재(Global Human Rights Sanctions Regime)에 따라 개인 4명과 기관 2곳에 대해 추가 제재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의 리창대 국가보위상과 온성군 보위부 구류장이 포함됐습니다.
EU 이사회는 리창대 국가보위상이 “북한 정권에 반대하거나 북한 내 구금시설/수용소에 수감된 여성과 소녀들을 대상으로 국가보위성 관리들이 저지른 수많은 성과 젠더 기반 폭력 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EU 이사회] “The Council also listed the Minister of State Security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Ri Chang Dae, who is responsible for numerous acts of 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 committed by officials of the Ministry notably against women and girls showing opposition to the regime or held in detention/prison centres in the DPRK. Ri Chang Dae is therefore responsible for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including systematic and widespread 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
그러면서 “리창대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성과 젠더 기반 폭력을 포함한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함경북도 온성군 구류장에 대해선 “고문과 기타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구류장의 수감자들은 “강간을 비롯해 노예화, 강제 신체 수색, 강제 낙태, 여성의 생식 능력에 대한 조직적 표적화 등 다른 형태의 성과 젠더 기반 폭력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U 이사회] “Onsong County MSS Detention Centre - a detention facility in North Hamgyong Province of the DPRK, where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are established practices. Detainees in the Onsong County MSS Detention Centre are also subject to rape and other forms of 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 such as enslavement, invasive body searches, forced abortions, and systematic targeting of women’s capacity to reproduce.”
EU는 앞서 2020년 12월 ‘글로벌 인권제재 체제(Global Human Rights Sanctions Regime)’를 채택하고, 이듬해 3월 북한과 중국, 리비아, 러시아 등의 개인과 기관에 대해 처음으로 제재한 바 있습니다.
당시 북한에 대해선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등 개인 2명과 중앙검찰소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었습니다.
EU는 이어 지난해 12월 심각한 인권 침해와 학대가 북한에서 지속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제재를 2026년 12월 8일까지 3년 더 연장했습니다.
EU 대변인은 22일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와 관련한 VOA의 논평 요청에 즉답하지 않은 채 “EU는 무력 분쟁이 전 세계 여성과 소녀들에게 지속적으로 미치는 불균형적인 영향과 분쟁 관련 성폭력을 포함한 성과 젠더 기반 폭력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만연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완전한 책임규명을 보장하고 불처벌에 맞서기 위해 이러한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U 대변인] “The EU has expressed concern about the disproportionate effect that armed conflicts continue to have on women and girls worldwide, as well as the prevalence of 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 including conflict-related sexual violence, offline and online. It committed to enhanced efforts to counter such violence in order to ensure full accountability and to combat impunity.”
그러면서 제재 대상에 오른 이들은 EU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대상이 되며, 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또는 이들의 이익을 위해 자금이나 경제적 자원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VOA는 이번 제재와 관련해 22일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에 입장을 질문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서 2021년 3월 23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전날 이뤄진 EU의 인권 제재에 관한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우리는 EU의 인권 제재 놀음을 판에 박힌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 주권을 침해하고 내정에 간섭하려는 불순한 정치적 도발로 강력히 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영국의 민간단체인 ‘코리아 퓨처’는 이날 EU의 추가 제재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의 이현심 책임규명 담당 팀장은 성명에서 “북한의 잔혹 행위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시급한 인권 위기 중 하나”라며 “우리는 개별 가해자와 기관에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한 EU 이사회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앞서 EU에 리창대 국가보위상과 온성군 구류장에 대한 인권 침해 조사 자료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단체의 강혜주 전 디렉터는 앞서 VOA에 이러한 노력이 북한에서 인권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관리들에 대한 실질적인 경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었습니다.
[녹취: 강혜주 디렉터] “(국가와 시민사회단체 사이에) 글로벌 마그니츠키법 인권제재 체제, 보편적 관할권 등 이런 툴이 상당히 다른 맥락에서 관심을 받다 보니까 저희도 이런 연구를 하고 기대할 수 있는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 좀 더 국가들과 직접적으로 뭔가를 해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