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일 세 나라가 안보협력 제도화를 위한 문서에 처음 공동 서명함으로써 3국 협력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세 나라 간 협력 범위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한 데 주목하고 있는데요,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환용 기자.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기자) 네 서울입니다.
진행자) 먼저 이번에 미한일 국방장관이 서명한 미한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MOC)의 핵심 내용과 의미를 짚어주시죠.
기자) 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이 28일 도쿄에서 서명한 각서는 세 나라 안보협력의 기본 방향과 정책지침을 제공한 최초의 문서라고 하겠습니다.
그 목적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역내 도전과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을 통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전 보장’으로 명기돼 있습니다.
각서는 이를 위해 3국 국방장관회의(TMM), 합참의장회의, 안보회의(DTT) 등 고위급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또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체계의 효과적 운용을 위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다년간의 3자 훈련 계획에 기반을 두고 ‘프리덤 에지’ 등 3자 훈련을 정례적이고 체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이번 각서 서명은 유동적인 안보환경 속에서 3국 안보협력이 지속성을 갖고 추진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서명한 문서가 ‘협력각서’라고 돼 있는데 어떤 의미를 갖는 건가요?
기자) 네, 한국 국방부와 전문가들은 협력각서가 양해각서(MOU)와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양해각서보다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협력 근거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두진호 박사입니다.
[녹취: 두진호 박사] “문서 자체가 물론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MOU라는 양해각서보다는 한 차원 높은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굳건한 안보협력을 지향하는 차원에선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요.”
신원식 장관은 회담 뒤 도쿄의 한국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협력각서는 첫 출발의 의미라며,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한미일 장관이 공식적으로 서명한 문서로 3국이 신의원칙에 따라 지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진호 박사는 3국 안보협력 제도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북러 간 급속한 군사 밀착에 대응하고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고립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 등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들에도 대비한 조치로 풀이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문서 서명은 북한의 핵 위협 대응 차원에선 어떤 의미를 갖는 건가요?
기자) 네, 신원식 장관은 “러북 간 군사협력 등 동북아 정세가 굉장히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한국의 평화를 지키는데 한국의 자주적인 능력과 한미동맹 등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한미일 안보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북한의 핵을 억제하고 또 좀 더 진척되면 북한을 비핵화로 나아가게 하는 동인도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특히 미한일이 ‘프리덤 에지’와 같은 3자 합동훈련을 정례화한 데 의미가 크다면서, 미한일의 협력 수준이 북중러의 수준을 뛰어 넘어 압도적인 대북 억지력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은) 한미일 강화를 북중러 강화를 통해서 대응하려는 건데 북중러는 한미일 수준으로 절대 강화될 수 없는 것이고 그리고 실질적인 이런 훈련을 통해서 한미일은 북한 핵 위협에 대비하고 있으니까 김정은이 직접 반응하는 걸 보면 이게 얼마나 민감하게 억제가 걸린다는 게 보여지는 거거든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3자 군사훈련 정례화는 중국을 자극하면서 역내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중국이나 러시아 입장에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소위 동북아에서 한미일의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하는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북한도 좀 더 호전적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 그리고 북중 간, 북러 간, 또 3자 간 다양한 방식의 협력 구도를 자극하거나 조장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있고요.”
진행자) 협력각서 내용 가운데 3국의 협력 범위를 특정한 게 눈에 띄는 대목인데요, 이에 대해선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나요?
기자) 네, 협력각서는 3국의 안보협력 범위를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로 특정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인태 지역 너머라는 게 사실상 유럽과 중동 등을 포괄하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단순히 대북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그 다음에 그걸 넘어서는 지역까지, 나토와의 협력까지 다 염두에 둘 수 있는 지역 범위에서의 어떤 협력을 얘기했다는 게 내용적으로 주목할 만한 게 아닌가 싶고.”
두진호 박사는 "미한일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협력’을 추구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했다”며 “세 나라가 글로벌 차원의 안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장용석 박사는 미한일 협력 범위가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될 경우 미한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북한은 이런 상황을 유도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오늘(29일)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 관련 최근 동향을 국회에 보고했다는데 이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네 한국 국정원은 오늘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러 간 새 조약에 대해 “1961년 당시 소련과 북한과의 동맹 수준에 달하는 조약으로 복원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러북은 유사 시 상호 원조 조항을 포함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해 양국 관계 전반을 획기적으로 격상시키는 법적 토대를 마련할 걸로 판단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러시아 측은 북한에 군사대표단을 파견하거나 검찰총장이 북한을 방문하는 일이 있었고, 신종 코로나 이후 중단된 라선지역 관광도 4년 만에 재개돼 현재까지 300여명이 북한을 관광했다”며 “북한 측은 군사교육과 해군대표단 파견을 통해 군사교류 기반을 다지며 건설, 임가공, 농업 분야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로의 송출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상 등과 관련한 보고도 있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국정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몸무게가 140kg에 달하고 체질량지수가 정상 기준 25를 크게 초과한 40 중반에 달하는 초고도비만 상태로 심장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30대 초반부터 고혈압, 당뇨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현 건강 상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가족력인 심혈관 계통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면밀 추적 중”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국정원은 특히 “김정은이 기존 복용 약제가 아닌 다른 약제도 찾고 있는 동향이 포착됐다”며 “기존 약으로만 다스리기 어려운 상황도 일부 있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에 대해서도 보고가 있었나요?
기자) 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가 북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은 김주애를 현 시점에 유력한 후계자로 암시하며 후계자 수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어린 김주애에 대한 주민 반응을 의식해 선전 수위와 대외 노출 빈도를 조정하면서 비공개 활동을 병행해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원은 “김주애는 과거 약 60% 이상 활동이 군사 분야 활동에 아버지와 함께 다니는 일정이었고 매우 부분적으로 경제 활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후계자나 수령에 대해서만 쓰는 ‘향도’라는 표현을 쓰는 걸로 봐서 상당한 정도의 후계자 구도가 어느 정도 굳혀져 가는 게 아니냐고 전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정원은 다만 “아직은 다른 형제가 나설 가능성과, 최종적으로 후계자로 확정하진 않았다는 점을 토대로 해서 후계자가 바뀔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보고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