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벨라루스, 유럽의 북한 돼 … 북 노동자 파견 가능성”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인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 씨.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이 벨라루스를 유럽의 북한으로 만들고 있다고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인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 씨가 비난했습니다. 치하노우스카야 씨는 VOA와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과 벨라루스의 협력 강화로 북한 노동자가 실제로 벨라루스에 파견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사회가 대응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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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벨라루스, 유럽의 북한 돼 … 북 노동자 파견 가능성”

리투아니아에 망명한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 씨는 29일 VOA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과 벨라루스의 관계 확대를 독재자들의 연대 강화로 평가했습니다.

치하노우스카야 씨는 막심 리젠코프 외무장관이 이끄는 벨라루스 대표단의 지난주 평양 방문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는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라 벨라루스가 민주주의 규범에서 더욱 고립되고 전 세계 다른 독재 정권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는 명백한 징후”라고 지적했습니다.

[치하노우스카야] “It is not just a diplomatic gesture; it is a clear indication of Belarus’ further isolation from democratic norms and its deepening ties with other tyrannies across the world. Obviously, it is not independent diplomacy — it is part of Russian efforts to create a global axis of evil. Dictators unite to find resources to maintain their regimes, keep the population under control, carry out repression against citizens, and support each other in their aggressive attacks against neighbors.

그러면서 “이는 분명 독립적인 외교가 아니라 글로벌 악의 축을 만들려는 러시아의 노력”이라며 “독재자들은 정권을 유지하고 국민을 통제하며, 시민을 탄압하고 이웃 국가에 대한 공격을 서로 지원하기 위해 단결한다”고 말했습니다.

치하노우스카야 씨는 지난 2020년 벨라루스 대선에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 야권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습니다.

이후 리투아니아로 망명해 루카셴코 정권의 대규모 부정 선거를 비판하며 대선 승리를 주장했고 ‘BBC’와 ‘로이터’ 통신 등 유럽 매체들도 사실상 그가 승리한 선거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평가했었습니다.

북한과 벨라루스 정부는 앞서 막심 리젠코프 외무장관이 이끄는 벨라루스 대표단이 지난 23~25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두 나라의 관계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25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북한을 방문 중인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이 24일 만수대의사당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벨라루스 외무부는 24일 리젠코프 장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만나 다양한 수준에서 양국 간 접촉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윤정호 대외경제상과의 담화를 통해 식량안보, 교육, 보건 등의 협력 방안에 주목했으며 여기에는 벨라루스 식품을 북한에 공급하고 북한 화장품을 벨라루스가 수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치하노우스카야 씨는 그러나 “북한과의 교역 확대는 벨라루스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 경제는 고립돼 있고 낙후돼 있으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어 어떤 무역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그 범위가 제한적이고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지적입니다.

[치하노우스카야 씨] “Expanding trade with North Korea is unlikely to significantly benefit Belarus. North Korea's economy is isolated, underdeveloped, and heavily sanctioned. Any trade agreements will likely be limited in scope and fraught with difficulties. The focus on food security, education, and healthcare sounds noble, but the realities of North Korea’s economic and social conditions make it an unreliable partner.”

아울러 “식량 안보, 교육, 의료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고상하게 들리지만 북한은 경제와 사회 현실을 고려하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루카셴코는 이미 벨라루스를 고립되고 낙후된 유럽의 북한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치하노우스카야 씨] “Lukashenka is already transforming Belarus into the North Korea of Europe — isolated and underdeveloped. We should not allow this to happen. Maybe, for Lukashenka, North Korea is a model. His practices to keep people in fear and terror are becoming similar to what North Korea has been doing for decades.”

이어 어쩌면 루카셴코에게 북한은 “본보기”일지도 모른다며 “주민들을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의 행태는 북한이 수십 년 동안 해온 것과 비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주 벨라루스 외무장관의 방북과 관련한 VOA의 논평 요청에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잔인하고 끊임없는 침략 전쟁에 가담하고 있다”며 북러 무기 협력과 더불어 “우리가 매우 심각하게 여기는 부분”이라고 말했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벨라루스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노동자를 파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치하노우스카야 씨도 “국제 제재를 우회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양국 정권의 상호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 노동자들이 벨라루스로 파견될 가능성은 실제로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재건을 위해 이러한 노동자들이 배치될 가능성”이라며 “이러한 조치는 벨라루스를 국제 분쟁과 국제법 위반에 더욱 얽히게 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지역 안정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치하노우스카야 씨] “There is a real possibility that North Korean workers could be sent to Belarus, especially given the mutual interests of the regimes in bypassing international sanctions and securing cheap labor. However, the potential deployment of these workers to Russian-occupied areas of Ukraine for reconstruction is a grave concern.”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가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통해 루카셴코 정권과 북한 정권에 대한 경제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인권 침해에 눈을 감아선 안 되며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민주화 운동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VOA는 벨라루스 외무부와 워싱턴의 벨라루스 대사관에 이러한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문의하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궐석 재판을 통해 반역과 폭동 주동 혐의로 치하노우스카야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감옥에 갇혀 있는 치하노우스카야 씨의 남편 샤르헤이 치하노우스키를 비롯한 다수의 야당 지도자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

<서면 인터뷰 전문>

기자) 막심 리젠코프 외무장관이 이끄는 벨라루스 대표단이 지난주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회동을 어떻게 보십니까?

치하노우스카야) 루카셴코(대통령)의 외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라 벨라루스가 민주주의 규범에서 더욱 고립되고 전 세계 다른 독재 정권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는 명백한 징후입니다. 이는 분명 독립적인 외교가 아니라 글로벌 악의 축을 만들려는 러시아의 노력의 일환입니다. 독재자들은 정권을 유지하고 국민을 통제하며, 시민을 탄압하고 이웃 국가에 대한 공격을 서로 지원하기 위해 단결합니다.

기자) 벨라루스가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서 무슨 국익을 챙길 수 있을까요?

치하노우스카야) 국가 이익과 독재자의 이익을 분리해 봅시다. 벨라루스의 국익은 독재자와 폭군, 러시아와 같은 침략자를 멀리하고 자유 민주주의 세계와 협력하는 데 있습니다. 정권의 이익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살아남는 것입니다. 벨라루스 정권은 국제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북한과의 무기, 기술 및 경제 협력을 추구합니다. 이 정권이 값싼 북한 노동자를 벨라루스로 데려오려고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벨라루스의 경제는 (독재 정권을 피해 떠나는) 대규모 정치적 이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루카셴코 정권은 대부분의 세계가 자신과 거래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를 정당화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협력은 벨라루스를 국제 사회에서 더욱 고립시키고 평판을 손상시키며 인권 침해와 불법 무기 확산으로 유명한 정권과 얽히게 합니다.

기자) 북한과 벨라루스 외무장관은 지난 24일 회담 뒤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벨라루스 외무부는 특히 벨라루스가 식품을 북한에 공급하고 화장품을 수입하는 방안 등 식량안보, 교육, 보건에 관해 양측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의 교역 확대가 벨라루스에 큰 도움이 될까요?

치하노우스카야) 북한과의 교역 확대는 벨라루스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 경제는 고립돼 있고 낙후돼 있으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어떤 무역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그 범위가 제한적이고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식량 안보, 교육, 의료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고상하게 들리지만 북한은 경제와 사회 현실을 고려하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기보다는 협력의 환상을 조성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기자) 북한이 실질적으로 벨라루스에 노동자를 파견할 가능성과 또한 향후 이들 노동자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 지역의 재건 사업에 투입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치하노우스카야) 국제 제재를 우회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양국 정권의 상호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북한 노동자들이 벨라루스로 파견될 가능성은 실제로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재건을 위해 이러한 노동자들이 배치될 가능성은 심각한 우려 사항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벨라루스를 국제 분쟁과 국제법 위반에 더욱 얽히게 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지역 안정을 저해할 것입니다.

기자) 당신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벨라루스를 유럽의 북한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해 왔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치하노우스카야)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미 벨라루스를 고립되고 낙후된 유럽의 북한으로 탈바꿈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루카셴코에게 북한은 본보기일지도 모릅니다. 주민들을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하는 그의 행태는 북한이 수십 년 동안 해온 것과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불법 무기 거래, 핵무기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우리는 이미 북한에서 이 모든 것을 봤습니다. 저는 남북한 주민이 자유롭고 번영 속에서 살 자격이 있는 것처럼 벨라루스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가 벨라루스와 북한의 협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치하노우스카야)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더 높은 경각심과 조율된 행동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세계는 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통해 루카셴코 정권과 북한 정권에 대한 경제 압박을 지속해야 합니다. 민스크의 정권은 불법적입니다. 루카셴코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불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악의 축이 만들어지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인권 침해에 눈을 감아선 안 됩니다. 국제 사회는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민주화 운동을 계속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억압을 피해 탈출한 사람들과 독립적인 언론을 지원하여 억압 아래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