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러 밀착, 중국 설득엔 좋은 기회”… 중국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 중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북러 밀착으로 인한 북중 관계 이상 기류 속에 한중 간엔 고위급 대화 개최 등 관계 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이 기회를 활용해 중국이 북러 밀착을 견제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 자체가 문제의 일부란 비판도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국장.

시드니 사일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국장은 지금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진단했습니다.

사일러 전 국장은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과 북한 관계에 일종의 긴장이 있는 것 같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이를 우려하고 있으며, 앞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국장] “I do think that in general there seems to be some type of tension in the China North Korea relationship. (중략) And so right now I think Beijing is looking at these closening relations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and is concerned and will be seeking ways to restore some of that leverage over time.”

북중 관계에는 해빙기와 냉각기가 있었지만,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어 북중 사이에 긴장이 흐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북중 간 긴장이 흐르고 한국과 중국 간 고위급 접촉이 이어지는 지금이 바로 북러 간 협력 심화가 중국에도 위협이 될 것이란 점을 부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북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도 잇따라 고위급 회담을 갖는 등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가 한국 서울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가진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당일인 지난 6월 18일 서울에서 한국과 중국 양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외교안보대화’를 가졌습니다.

또 지난 7월엔 서울에서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열렸습니다.

양국 차관이 대면으로 만난 건 2017년 6월 이후 7년 1개월 만이었습니다.

사일러 전 국장은 “러시아의 지원을 통해 북한의 군사력 강화가 초래하는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이 이런 불안정 요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미국과 한국은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고, 중국이 북러 밀착을 견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북아에서 북러 관계가 초래할 가능성들은 미국과 한국의 이익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이익에도 똑같이 해롭다”면서 “중국이 이런 종류의 협력을 억제하기 위해 북러에 접근하는 데 있어 더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은 북러 간 협력 강화에 중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는 점을 중국에 상기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국장] “And so there's a responsibility, I guess that we remind Beijing that its interests are at stake in terms of the increased Russia DPRK cooperation.”

사일러 전 국장은 한중 관계 개선이 미국의 국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한국 등 동맹들이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속에서 책임감 있는 일원이 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중국과 상호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이어 “그런 점에서 한중 관계 해빙이 미국의 대중국 이해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을 이유가 없다”며 “미국보다는 오히려 북한에 거슬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는 잘못 아냐 … 다만 신중한 접근 필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사진 제공 = 주한미국대사관.

태평양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각국은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서 장기적인 주권을 거래하지 않도록 중국과의 관계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중국과의 관계, 특히 경제적 관계를 맺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며 “결국 미국도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분야에서 중국과 강력한 무역 파트너”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re is nothing wrong with having a relationship with China, especially an economic one. After all, the U.S. and China are robust trading partners in many (but not all) sectors. However, nations must approach any relationship with China carefully, lest they find themselves trading their long-term sovereignty for near-term gain.”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지난 반 년 동안 중국과 한국은 서로 더 자주 대화하는 등 관계가 조금씩 개선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이런 관계가 더 진전될 수 있을지는 크게 미국의 대중국 안보와 경제 안보 패러다임을 지지하고 발전시키는 것과 관련한 한국의 자세와 북한의 전략적 프로그램과 점점 더 호전적인 태도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 노선 등을 넘어서려 하지 않았고, 중국도 최근 북러 밀착이 거슬리긴 하지만 북한의 행동을 의미 있게 수정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양국 관계 개선은 위의 두 가지에 달려 있다는 설명입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그러면서 “당분간 한중 관계는 현상 유지가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양측은 다른 많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매우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전략적 환경과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However, whether or not those relations can/will go any further will depend in large part on: 1) Seoul’s posture with respect to supporting and advancing the U.S. security and economic security paradigm vis a vis China; and 2) Beijing’s willingness to help reign in Pyongyang’s strategic programs and increasingly belligerent posture.”

“북중 관계 악화 활용 기대 어렵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사진 = Heritage Foundation.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역임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이 북중 간 긴장을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현재 북러 관계를 단기적이고 거래적인 관계로 보고 있으며, 여전히 북한의 대외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결국 북한이 중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는 설명입니다.

또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등에서 항상 한국이 아닌 북한 편에 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이후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거부하는 등 훼방꾼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국은 북한 문제의 잠재적 해결책이기보다 훨씬 더 핵심적인 북한 문제의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But in the last couple of years we've seen China along with Russia have been very obstructionist in the UN Security Council refusing to allow new resolutions after North Korea's ICBM tests, which violated UN resolutions. So I think Beijing is even more strongly part of the North Korean problem than the potential solution.”

그러면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보다는 1년 전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한 대로 중국 무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이 한국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협박하거나 강요할 수 있는 능력을 줄이려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의 과도한 무역 의존도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