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인접한 중국 측 지대에 길이 나고 구조물이 들어섰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급속도로 가까워진 상황 속에서 일어난 변화라 더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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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 국경과 맞닿아 있는 중국 측 접경지대에서 큰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두만강변 중국 최동단 지점을 촬영한 최근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과거 숲으로 우거진 지대에 길이 만들어지고 길 중간중간엔 흙바닥으로 된 공터가 형성됐습니다.
길과 연결된 공터는 총 9곳으로 이중 3곳에는 건물 혹은 구조물로 보이는 물체가 들어서 있습니다.
길은 한 지점을 출발해 같은 곳으로 되돌아오는 긴 타원형 모양이고, 그 길이는 약 1.6km입니다.
변화가 관측된 이 지대는 남쪽으로 두만강과 그 너머 북한 영토를, 북쪽으로 러시아 하산 지역을 두고 있습니다.
마치 북한과 러시아 영토 사이를 길게 찔러 들어간 모양을 하고 있는 지대인데, 이번에 우주에서 보일 만큼 선명한 길과 구조물이 식별된 것입니다.
이곳에 처음 길이 난 시점은 지난해 7월입니다. 이후 6개월 넘게 공사가 계속돼 현재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이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방천전망대가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중국이 설치한 일종의 관광 시설입니다.
과거엔 방천전망대가 사실상 이 일대에서 최동단 지점의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북한과 러시아 국경과 더 가까운 곳까지 사람 혹은 차량의 진입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이곳에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한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선 중국이 무슨 용도로 길을 내고, 그 위에 구조물을 세웠는지는 불분명합니다.
길의 시작과 끝 지점이 방천전망대라는 점에서 관광객들이 좀 더 북러 접경지역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낸 것일 수 있습니다.
또 길이 만들어진 지대의 북쪽과 남쪽이 각각 러시아와 북한 땅이라는 사실로 미뤄본다면 국경 경비를 더 강화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곳에 변화가 포착된 작년 7월은 북한과 러시아가 협력을 강화한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이 지점의 강 맞은편은 지난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의혹이 제기됐던 두만강역입니다.
미국 백악관은 작년 초 북한과 러시아가 두만강역 화물 야적장에서 탄약 등을 거래했다며 화물 열차가 찍힌 위성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 일대를 오랜 기간 한반도 동해로의 진출 통로로 활용하려 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2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라진 일대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 (북한 측) 항구를 다시 활용하려는 관심 지역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Rajin areas and you know, is all of a sudden reemerging as an as an interesting area where there's a motivation both by the Chinese and the Russians to find ways to get back to the port, you know, to get more advantage in Rajin port. And a number of different ideas that they're floating around, including one that was part of the agreement between Putin and Xi to open up a waterway for a mechanism down the River so that ships from China can actually get out to the sea and open up the trade a bit better than they have been. Because the landlocked issue is a factor and both the Russians and the Chinese are trying to re-ignite better coordination of being able to take advantage of access to the sea through North Korea. So, I don't know how the North Koreans are responding to this, but there seems to be a collaborative effort on China and Russia to sort of open things up again.”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중국 선박이 강을 통해 바다로 나가고, 또 이를 통해 (중국의) 무역이 더 개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를 하는 등 (중러 사이엔)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통해서만 바다로 연결되는 나라로, 현재 한반도 동해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은 북한과 러시아에 의해 막혀 있습니다.
하지만 뱁슨 전 고문은 중국이 두만강을 통한 수로 확보를 위해 러시아와 협의를 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21년 두만강 한 지점에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변화가 관측된 곳에선 불과 약 800m 떨어져 있어, 이 둘 사이의 연관성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뱁슨 전 고문은 중국이 실제로 한반도 동해 바다로 나가기 위해선 “북러 사이에 연결된 철교 아래로 선박 통행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는 실용적이고 공학적인 질문이 될 것”이라며 북한을 포함한 3국이 해법을 찾기 어렵지 않은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21일 VOA에 “라진항은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의 효율적인 내륙 교통망과 연결될 경우 동북아의 경제 중심지이자 글로벌 해운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에 포착된 움직임에 주목했습니다.
다만 중국의 군사적인 측면에서 이 지역을 주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중국의 역량이나 정치적 여건상 중대한 전략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 “Naijin has the potential to be the economic center of gravity for Northeast Asia and provide global shipping access from Korea, China, and Russia when it is connected to an efficient inland transportation network to the three nations… Access to an east coast port in North Korea is unlikely to provide any significant military benefit to China.”
그러면서 북한이 중국 군함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과 중국 내 육상 교통 인프라와의 연결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이 지역에서의 변화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단지 탈북자를 감시하기 위한 순찰로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