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잠수함 10여 척을 국제해사기구(IMO)에 처음으로 등록했습니다. 북한이 잠수함 전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해외 작전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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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7일 국제해사기구(IMO)에 자국 잠수함 13척을 전격 등록했습니다.
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에는 ‘상어2급’ 1호부터 11호까지, 그리고 신포급인 ‘8.24 영웅함’과 신포 C급인 ‘김군옥영웅함’ 등 총 13척의 잠수함이 북한 선적으로 등재됐습니다.
각각의 잠수함에는 IMO의 고유 식별번호가 부여됐고, 등록 주체는 ‘조선정부 해군’으로 표기됐습니다.
북한이 잠수함 전력을 IMO에 등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따라서 북한 잠수함에 고유 식별번호가 붙은 것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상어2급 11척, SLBM 발사 가능 2척 등록
이번에 등록된 잠수함 중 상어2급으로 명명된 11척은 한반도 연안에서 운용되는 소형 잠수함입니다.
북한은 상어2급 1호에서 3호까지의 건조 연도를 2004년으로, 4호에서 7호까지를 2005년으로, 나머지 8호에서 11호까지는 2006년으로 보고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기존 상어급 잠수함을 개량한 것으로, 실제 건조연도는 1990년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8.24영웅함은 과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 할 때 공개했던 잠수함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건조연도는 2016년으로 기재됐지만 그 외 중량톤수 등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김군옥영웅함은 건조 연도가 2023년으로 기재돼 이날 공개된 잠수함 중 가장 최신형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9월 신포조선소에서 진수식을 열고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거대한 크기로 주목을 받았지만 기존 로미오급(1천800t) 잠수함을 개조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습니다.
북한은 김군옥영웅함을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이 잠수함에는 SLBM 발사가 가능한 발사관 10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등록 의문…외부에 알리려는 목적 가능성
북한이 느닷없이 잠수함 13척에 IMO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IMO에 알린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또 전체 보유 잠수함 70여척 중 일부만을 등록한 배경도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들의 잠수함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추론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Well, I think they're trying to get recognition of their submarines to get people to pay attention to the fact that they've actually got some capabilities.”
북한이 잠수함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잠수함에 대한 북한의 IMO 등록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군함을 등록한 사례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한 압록급 호위함 ‘661’호를 IMO에 등록한 바 있습니다.
다만 최신형이라는 북한의 설명과 달리 IMO 자료에는 661호의 이전 등록 정보, 즉 1992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사용하던 중고 호위함이라는 사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북한은 아직 건조되지 않은 남포급 호위함 2척을 앞으로 2026년에 진수할 것이라며 이들을 IMO에 등록해 둔 상태입니다. 아직 건조가 끝나지 않은 군함에 IMO 번호를 부여한 건 그만큼 북한이 자신들의 군함 건조 역량을 외부에 알리려는 의도로 해석됐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잠수함 운용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IMO에 잠수함을 대거 등록한 것인지 주목됩니다.
전문가 “북중러 잠수함 훈련 가능성”…“여전히 의문 남아”
중국, 러시아와의 합동 잠수함 훈련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공개된 잠수함 중 상당수는 연식이 높아 해외로의 운항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연안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갑작스러운 북한의 잠수함 등록이 이에 따른 준비과정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도 VOA에 잠수함을 동원한 북한과 러시아, 혹은 북한과 중국, 혹은 세 나라의 합동 군사 훈련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상어2급 잠수함과 2개의 신형 SLBM 잠수함만을 등록한 점이 “흥미롭다”면서, 이는 훈련에 참가하는 잠수함만을 등록 대상으로 포함시켰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And when I say international exercises, those would have to be with obviously either China or Russia or both. I mean, they could do an exercise involving all three of those count. But that could be one reason why they're doing it. Getting to that question, why just the Sang-O class submarines and the two new SLBM submarines and none of the rest of their submarines? So it's very interesting they didn't assign all of their submarines, they just assigned some of their submarines. So that I think that leads us to the possible assessment that they may be looking to do international exercises…they could do something in Vladivostok area, right? That's not that far away. So they could certainly do something like that.”
그러면서 상어2급 잠수함은 잠항 시간이 길지 않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서라면 (훈련과 같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벡톨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군함은 IMO에 등록할 필요가 없고, 각국 해군은 일반적으로 보조 상선이 아닌 이상 이를 등록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왜 이렇게 불필요한 절차를 거치는지 매우 의아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It's a very curious situation, why they would go through this unnecessary administration for submarines, since warships aren't required to be registered under the IMO and navies typically don't do it unless it's part of their auxiliary merchant marine ships. So I'd be curious to know what their intentions are with this. Particularly for most of them are most of the submarines are many submarines which operate in close coastal waters, so they would not be expected to undertake any international voyages. It’s a very curious situation.”
그러면서 “(이번 북한의) 잠수함 대부분은 연안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만큼 국제 항해를 할 것으로도 예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1987년 IMO가 채택한 결의는 중량톤수 100t을 넘는 선박이 IMO에 등록돼 IMO의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받도록 하고 있지만 군함 등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잠수함 ‘노후화’로 역량 발휘 어려울 것”
한편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잠수함이 건조된 지 30년이 넘은 만큼 실제 역량 발휘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주목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공개한 김군옥영웅함이나 앞서 여러 차례 SLBM을 시험발사한 8.24영웅함도 노후 잠수함을 개량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훈련이 아닌 실전 투입 가능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이들 2척의 잠수함은 “여전히 재래식 디젤 추진 방식”이라면서 “북한이 이들 잠수함을 북한 해역 밖에서 운용할 수 있기를 바랄 수 있지만 안정적인 운용 측면에선 좋은 생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other two submarines that carry ballistic missiles are still conventionally powered diesel powered submarine. North Korea might hope that it could take them out of its waters, but even then, logistically sustaining them? probably not a great idea. So, I would expect these are submarines that will be used somewhere close to North Korea.”
따라서 북한에서 가까운 해역이 아닌 곳에선 운용되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김군옥영웅함의 경우 물론 북한이 최신형 잠수함으로 선전했지만,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을 비정상적으로 개조한 것인 만큼 실제 운용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안정적일지 증명하지 못한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8.24영웅함’에 대해 “북한은 1개의 발사관을 가진 이 잠수함을 여러 차례 시험했고,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는 사실까지 입증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Well, for the Sinpo one, the one with only one tube, they've tested that one a lot. So, I think that submarine has shown already that it is capable as far as that solid fuel missile. So yes, the original submarine that the North Koreans built that has one launch to that one certainly could attack South Korea tomorrow… The problem with that is they have one just one and it has just one launch.”
그러면서 이 잠수함은 당장 내일이라도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벡톨 교수는 “문제는 발사관이 하나뿐이라는 점”이라며 “이는 발사도 한 번만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