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인권법 역대 최장 공백…“의회 정치적 교착”

미국 워싱턴의 연방 의회 건물.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갱신되지 않은 채 2년째 공백 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역대 최장기간으로, 의회 내 정치적 교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로 인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지지 약화와 비정부기구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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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한인권법 역대 최장 공백…“의회 정치적 교착”

오는 30일은 북한인권법이 만료된 지 만 2년이 되는 날입니다.

한시법인 북한인권법은 2004년 제정된 이후 2008년, 2012년, 2018년에 걸쳐 총 3차례 재승인됐지만 2022년 9월 30일 만료된 이후 지금까지 갱신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도 만료 시한을 넘겨 법안이 재승인된 바 있지만 2년째 처리가 지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원의 경우 재승인 법안이 지난 5월 외교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여전히 본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으며, 상원에서는 외교위원회에서조차 안건이 상정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현재 118대 의회는 상하원 모두 민주당과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양분돼 안건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교착 상태는 초당적 안건인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에도 영향을 미쳐 ‘역대 최장의 북한인권법 공백’이라는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

상원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의 팀 케인 의원은 지난달 29일 VOA 기자와 만나 “북한인권법 재승인은 논란이 없는 안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위원회에 계류 중인, 논란이 되는 몇 가지 안건 때문에 모든 법안, 심지어 논란이 없는 안건에 대해서도 처리에 이견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케인 의원]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reauthorization is not controversial. There are some controversial items pending before the committee that have led to a disagreement about moving any legislation, even the noncontroversial items… We're trying to clear those out. Stay tuned when we come back on September 9th at the end of recess.”

케인 의원은 위원회에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처럼 논란이 없는 안건조차 처리가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9월 9일 휴회 종료 후 상황을 계속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과 탈북민 보호를 목적으로 정부와 비정부기구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라는 상징적 메시지가 약화하는 것은 물론, 비정부기구들의 관련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미국 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기관은 의회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스칼라튜 사무총장] “My most serious concern is declining interest in North Korean human rights, and Congress has been the most active branch of the US government when it comes to North Korean human rights … Eventually this is going to result in declining levels of grants and financial support for NGOs.”

그러면서 북한인권법 재승인이 내년까지 지연된다면, 관련 NGO들에 대한 재정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미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도, 요청하지도 않기 때문에 북한인권법 연장 지연이 단체 활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재승인 지연 사태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숄티 대표] “The NKHR act has no impact on my work at all - i do NOT accept nor seek any funds from the US government… so while this is a huge disappointment, it is a reflection on the dysfunction of our government because there continues to be very very strong bipartisan support for NK HR issues and advancement of human rights issues among the members of congress.”

또한, 북한인권법 연장 지연은 “우리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와 그 개선에 대해 의원들 사이에 강력한 초당적 지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는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공동 발의자인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 그리고 아미 베라 민주당 하원의원에게도 논평을 요청했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

앞서 김 의원은 VOA에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은 탈북민들이 어디에 정착하든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대북 방송에 대한 자금을 제공한다”며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녹취:김 의원]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Reauthorization Act provides funding for broadcasting into North Korea to give voice for North Korean defectors and refugees, wherever they may have resettled. We need to use their voices to let the people in North Korea know what it's like to live in a free world.”

김 의원은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세계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