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올해 처리된 한반도 외교안보 관련 안건은 단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은 약 2년째 표류 중인데요,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올해 미 의회에서 한반도 외교안보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과 결의안은 총 7건입니다.
이 가운데 의회의 의결 절차가 마무리된 안건은 최근 별세한 한국전 참전용사 랠프 퍼켓 주니어 미 육군 대령의 유해를 연방 의사당에 안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상하원 결의 단 한 건입니다.
상하원은 명예훈장을 수훈한 한국전 참전용사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퍼켓 주니어 대령의 유해를 의사당에 안치해 조문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 결의를 지난 4월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상하원의 ‘한인 이산가족 국가등록 법안’과 ‘미한일 공조 중요성 인식 결의안’, 하원의 ‘중국 내 탈북민 인권보호 촉구 결의안’ 등 나머지 6건의 안건은 모두 5개월 넘게 계류 중입니다.
민주당의 제니퍼 웩스턴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인 이산가족 명단 구축 법안은 지난 6월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팀 케인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같은 내용의 법안은 상원 외교위원회에 5개월째 계류 중입니다.
민주당의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미한일 3국 협력 강화를 독려하는 내용의 결의안은 지난 5월 하원 외교위를 통과해 본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원의 경우 공화당의 댄 설리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같은 내용의 결의안은 외교위에 6개월째 계류 중으로, 처리에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밖에 공화당의 미셸 스틸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국 내 탈북민 인권 보호를 촉구하는 결의안은 하원 외교위에 5개월째, 민주당의 지미 고메즈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미주 한인의 날 기념 결의안은 하원 감독위에 7개월째 계류 중입니다.
"연말까지 처리 안되면 자동 폐기"
의회의 한반도 안건 처리 현황은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의회에서 의결 절차가 마무리된 한반도 관련 안건은 미한 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 기념 상원 결의가 유일했습니다.
118대 회기가 시작된 지난해 처리되지 못한 법안과 결의안까지 합치면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한반도 관련 안건은 총 21건입니다.
상하원의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과 하원의 북러 군사 협력 제재 법안, 일본인 납북자 송환을 촉구하는 상하원 결의안 등 총 15건의 안건이 118대 회기 마지막 해인 올해로 이월됐습니다.
이중 지난해 11월 하원 외교위를 통과한 북러 군사 협력 제재 법안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회기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처리되지 못한 안건은 내년으로 넘겨지지 않고 자동 폐기됩니다.
의회는 한반도 관련 안건 외에도 여러 사안과 관련해 의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양분된 118대 의회 정치 지형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의회에서 25년간 근무했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4일 VOA와의 통화에서 “발의된 결의안이나 법안은 많지만 대부분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중 하나”라며 “그것이 바로 의회의 속성”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Part of the problem is there are a lot of resolutions and the bills that are introduced and most of them don't go anywhere. It’s just the nature of Congress. This Congress has been particularly dysfunctional… Even on some of these other, more urgent pieces of issues, it's difficult to get legislation approved… Unfortunately, I think that's likely to happen. During a year when an election takes place, less legislation is adopted because people are more argumentative as they are running for reelection.”
다만 “이번 의회는 특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한반도가 아닌 다른 더 시급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법안이 승인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한반도를 비롯한 대부분 안건 처리가 더딘 현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재선에 도전하는 의원들이 더 논쟁을 벌이기 때문에 법안은 덜 채택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2년째 표류"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안건 중 특히 의결이 시급한 안건은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입니다.
지난 2022년 9월 만료된 한시법인 북한인권법을 5년 더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승인하는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은 하원의 경우 지난 5월 외교위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본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고, 상원에서는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황입니다.
북한인권법은 이미 지난 2022년 9월 30일을 기해 만료돼 소위 ‘북한인권법 공백 사태’는 역대 최장인 약 2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VOA는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대표 발의자인 공화당의 영 김 하원의원실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실에 관련 논평을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인권 문제를 포함한 북한 관련 사안에 대한 의회 내 전반적인 피로감과 낮아진 관심이 역대 최장의 북한인권법 공백 사태를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4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 저하가 가장 심각히 우려된다”며 “북한 인권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서 가장 적극적인 기관은 의회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스칼라튜 사무총장] “Fatigue and decline… My most serious concern is declining interest in North Korean human rights, and Congress has been the most active branch of the US government when it comes to North Korean human rights…It's simply a matter that has to do with attention span. We are dealing with a lot of other issues...I am not very optimistic regarding the reauthorization of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at any point soon…The delay could continue until the end of the year. Given that it's an election and there are so many pressing issues we are dealing with it, it may have to wait until next year… Eventually this is going to result in declining levels of grants and financial support for NGOs.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의 의회 통과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데 “낙관적이지 않다”며 “선거 기간이고 시급한 현안이 많기 때문에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법 연장이 내년까지 장기화할 경우 “결국 이는 관련 비정부기구에 대한 보조금 및 재정 지원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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