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수해 책임을 물어 여러 간부를 처형했다는 소식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유엔 난민기구의 추천을 받은 탈북 난민을 수용할 의사도 재확인했습니다. 인권 전문가는 북한이 수해 책임을 희생양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공정한 재판 없이 이뤄지는 처형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5일, 북한이 최근 수해 책임을 물어 다수의 간부를 처형한 동향이 있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발표와 관련해 “북한에서 공개 처형 건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공포와 억압 환경이 심화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북한의 사법 체계에 투명성과 공정성, 책임이 부족한 데 대해 여전히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공정한 재판을 포함한 적법 절차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A continuing rise in the number of public executions in the DPRK has heightened an environment of fear and repression. We remain gravely concerned about the lack of transparency, fairness, and accountability within the DPRK’s judicial system, which systematically denies individuals the right to due process, including fair trials.”
국정원은 지난 4일 북한이 7월 말 평안북도와 자강도 일대에서 발생한 수해 책임을 물어 다수의 간부를 처형한 동향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중에는 자강도 노동당 책임비서 강봉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7월 31일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당과 국가가 부여한 책임적인 직무수행을 심히 태공(태만)함으로써 용납할 수 없는 인명피해까지 발생시킨 대상들에 대하여서는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면서 책임자 처벌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북한 사법 체계와 인권 침해 지속적 우려
책임자 처벌과 관련한 구체적인 소식은 전해진 바 없지만, 그동안 탈북민 등의 증언과 유엔 기구 등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에선 공정한 재판 없이 자의적 구금과 고문, 공개처형 등이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또 “지난 한 해 동안 엘리트층의 탈북이 늘고 있지만, 북한 법은 탈북과 탈북 시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고, 특히 정부 관리들에게는 더욱 엄격하다”면서 “탈북민의 가족도 이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While there has been an increasing number of reported elite defections over the past year, DPRK law criminalizes defection and attempted defection, especially for government officials. Family members of defectors face these punishments as well. When North Korean escapees, including defectors, make it safely to other countries, we encourage host countries to take steps to provide protection, ease suffering, uphold human dignity, and provide critical assistance.”
그러면서 탈북민들이 다른 나라에 도착하면 해당 국가가 이들을 보호하고 고통을 완화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꼭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미국, 탈북 난민 수용 의사 재확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탈북 난민 수용 의사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대변인은 “우리는 유엔 난민기구의 추천을 통해 탈북민을 미국의 난민 프로그램에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We remain willing to accept North Koreans to the U.S. Refugee Admissions Program through UNHCR referrals. We continue to work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raise awareness of DPRK human rights issues; document violations and abuses; counter DPRK transnational repression; and increase the flow of independent information into, through, and out of the DPRK.”
이어 “우리는 국제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인권 침해와 학대를 문서화하며 북한의 초국가적 억압에 대응하는 한편 북한으로의 독립적인 정보 유출입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북한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수해 지역 간부 처형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 정권은 단순히 희생양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Just looking for scapegoats for 희생양, that's all, so you know that's how North Korea works. The regime, the Supreme leader never assumes responsibility they always find scapegoats and this is what's happening right now. So they've suffered very severe environmental damage they're simply looking for scapegoats that's how it goes.”
이어 그것이 북한의 작동 방식이며 “정권의 최고 책임자는 결코 책임을 지지 않으며 항상 희생양을 찾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이 심각한 자연재해를 입었고, 이는 당 간부들의 책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희생양을 찾아 그들을 처형했다는 설명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또 공정한 재판 절차 없는 북한 고위 관리들의 처형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북한인권위원회는 고위 관리의 처형을 기록해 왔다”며 “고위 관리들은 ZPU4 대공포로 처형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The execution of senior officials you know we have documented this here at HRNK. Senior officials have been executed using ZPU4 anti aircraft machine guns. That is clearly a violation. There is clearly no proper due process there's clearly no proper trial. We have tried hard to document this execution, so yes, you know these executions may amount to crimes against humanity to human rights violations indeed.”
이어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로, 적법 절차도 없었고 제대로 된 재판도 없었다”며 “이런 처형은 반인도범죄이자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13년 12월 당시 김정은의 고모부로 정권 2인자였던 장성택을 처형할 때도 고사총을 사용했고, 2015년 4월 김정은 앞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공개 처형 때도 고사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이번 수해 책임자들이 어떻게 처형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