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심화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 역량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가 향후 북러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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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는 16일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지난 1년간 분명히 깊어졌다”면서 군사 협력이 정치∙경제 협력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스나이더 교수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한에 석유 등 경제적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의 방북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의 교류도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I think the relationship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has clearly deepened both in terms of the supply of North Korean weapons and ammunition to Russia, which we know from the evidence that's been collected on the battlefield in Ukraine and that includes the use of North Korean short range ballistic missiles as well as artillery.”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보스토치니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꼭 1년이 되는 날인 지난 13일 평양에서 쇼이구 서기를 만나 앞으로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따라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유라시아 여성 포럼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러 간 교류 협력이 한층 심화하고 있습니다.
“러, 북한 도움 없이 전쟁할 역량 있는지 의문”
스나이더 교수는 “러시아가 미사일과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이전했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러시아가 북한에 탄도미사일과 군사정찰위성, 첨단 항공기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적이고 심각하게 위험한 참가자”라면서 “러시아가 북한의 도움 없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스나이더 교수] “North Korea is now an active and actually very seriously dangerous participant in the war in Ukraine. I mean, I don't know that the Russians have the capability to conduct the kind of military operations they're conducting in Ukraine now without the assistance of North Korea. That's a big obligation that has now been created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시드니 사일러 전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군사 기술과 자재, 외화 등을 얻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단기적인 재정적 필요를 해결하고, 미사일 성능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생산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간이 흐를수록 이는 북한군이 핵 역량과 재래식 역량 모두에서 더 능력 있고 위험한 군대로 발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And this will allow North Korea to address some of its short term financial needs that it allowed North Korea to learn about the performance of their missiles that helped North Korea develop and advance their production capabilities. And I think over time it'll result in a much more capable and dangerous the Korean people's army both in its nuclear capabilities and in its conventional capabilities.”
“러시아 군사기술 지원이 관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분명 양국 관계는 훨씬 더 긴밀해졌고, 북한은 러시아에 귀중한 군사물자와 탄약 등을 제공하고, 러시아는 그 대가로 북한에 석유와 식량 등을 제공했단 걸 알고 있다”며 “우리가 모르는 것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재래식 무기나 핵∙미사일 기술 등 중요한 기술이나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는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전까지는 양국 관계의 전반적인 영향과 결과를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Obviously the relations are much closer and we know that North Korea has provided Russia with very valuable military supplies, ammunition and so forth. And we know that in return, Russia has provided some important goods to North Korea, probably oil and perhaps food. What we don't know is whether Russia has provided any significant technical or military assistance to North Korea whether it's advanced conventional weapons or nuclear or missile technology.”
“북러 관계는 ‘편의의 결혼’ 관계”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북한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전쟁이 끝나면 북한을 특별히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북러 관계를 ‘편의에 의한 결혼’ 관계라고 규정했습니다.
미한동맹처럼 민주주의와 자유 등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동맹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북러 관계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선 “러시아가 북한의 값싼 무기를 필요로 하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서로를 필요로 하며, 막대한 희생을 치르지 않는 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상대를 기꺼이 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푸틴에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값비싼 침략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꾸준한 탄약 공급이 필요하고, 김정은은 군사 기술과 제재 회피를 위한 정보, (핵을 보유한)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필요로 한다는 설명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국 관계 전망과 관련해선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에도 기복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가 지금처럼 북한에 많은 지원을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But they need each other and, provided they don’t have to make enormous sacrifices, are happy to use the other to get what they need. For Putin, it is arms to ensure a steady inventory of munitions to prosecute its costly war of aggression against Ukraine. For Kim, it is access to military technology, sanctions-circumvention intelligence, and a sense of big-power status.”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북러 밀착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양국은 편의적 동반자로서 미국 주도의 규칙에 기반한 질서에 함께 반대한다”며 “양국이 어느 정도 정상적 관계를 지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I think the two sides will find themselves as partners of convenience, like minded in their view towards the global world order, united in their opposition to what they call the American led international rules based order. And so there's no reason for the two sides not to continue some degree of normalcy in the relationship.”
러시아와 북한은 모두 미국 주도의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반대하며 이를 전복하기를 원하는 만큼 양국의 밀월 관계가 더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가 북러 관계 관건”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이날 VOA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중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북러 관계는 장기적인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지원을 강화할 것이고,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 너머의 전쟁을 위해 러시아에 더 많은 군사 장비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는 한국과 일본, 동북아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Unless there is a major intervention to resume talks with NK, the NK-Russia relationship will develop into a long term alliance, with Russia upgrading its nuclear and missile support to NK and NK providing more military hardware to Russia for its war in Ukraine and beyond. This does not bode well for South Korea, Japan and Northeast Asia.”
스나이더 교수는 북러 양국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 승리로 끝나면 김정은이 승리한 쪽에 베팅한 셈이 돼 북러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이고, 러시아는 북한을 지원할 의무가 생기게 된다”면서 “반면 전쟁이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끝나면 북러 동맹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If the war in Ukraine ends in a victory for Russia, I think the relationship will continue to deepen because Kim Jong UN will have bet on the winning side and he will have created a, some kind of obligation on the part of Russia to support North Korea. On the other hand, if the war ends at least relatively speaking positively for Ukraine, I think that could be a blow to this alliance because it is in some sense a, a pragmatic alliance. It's a mutual aid relationship, not a love affair.”
스나이더 교수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에 따라 북중러 3각 동맹이나 미한일 3각 동맹이 강화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