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에서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도로를 여러 겹의 방벽으로 봉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올해 2월을 전후해 방벽을 세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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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기도 파주와 개성공단을 잇는 경의선 도로가 대형 방벽에 막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달 촬영한 고화질 위성사진에선 경의선 북한 쪽 구간을 막고 있는 3~4개의 커다란 벽을 볼 수 있습니다.
벽은 약 15m 간격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또 각 벽은 도로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을 완전히 막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도로의 폭이 20m인 점으로 볼 때, 벽의 크기도 최소 20m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위성사진의 특성상 정확한 높이는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방벽이 세워진 곳은 남북 군사 분계선을 기준으로 북쪽 약 320~350m 지점입니다.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한국 쪽으로 약 2.1km 떨어진 지점은 도라산역이고, 반대로 북한 쪽으로 약 3.5km 이동하면 개성공단 출입구가 나옵니다.
실제로 이 도로는 과거 개성공단이 운영되던 시절 한국 측 직원이나 정부 관계자가 왕래하던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방벽으로 인해 통행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2월 전후 방벽 설치 추정
앞서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올해 초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의 가로등 수십 개를 철거하고, 일부 지역에서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을 세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위성사진을 통해 실제로 북한이 경의선 도로에 방벽을 여러 겹 세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북한은 올해 2월을 전후해 이곳에 방벽을 세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올해 2월 9일 에어버스가 촬영해 최근 구글어스에 공개된 위성사진에선 현재 방벽이 들어선 지점에 8개의 부지가 조성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부지는 이전까진 깨끗한 아스팔트 도로였지만, 이날 위성사진에선 흙바닥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어느 시점, 북한이 이곳 8개의 부지 중 3곳 혹은 4곳에 벽을 세운 것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길을 완전히 차단하면서 한국 기업의 개성공단 운영 재개 가능성도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재가동 조짐은 최근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이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이달 11일 자 위성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개성공단 내 도로 약 21개 지점에 횡단보도를 새롭게 칠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또 북한은 개성공단 내 한국 회사 ‘동원 F&B’ 부지에 건물을 신축했으며, 기존 북한 쪽 출입구는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 밖에 VOA는 최근 1~2년 간 개성공단 내 공장 부지와 도로, 공터에서 버스와 승합차, 트럭 등을 발견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북한이 개성공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됩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으며, 지난 2020년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공동연락사무소와 종합지원센터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