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조선이 중국 항구에 입항했습니다. 한국에서 불법 매각돼 유엔에서 ‘제재 권고’를 받은 선박인데, 만약 유류를 선적한다면 또 다른 제재 위반 사례가 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유조선 철봉산1호가 중국 룽커우항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철봉산1호는 현지 시각 지난달 28일 오전 7시 19분경 룽커우항 계선 장소에 도착해 2일 새벽 현재까지 같은 장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철봉산1호 유류 선적은 제재 위반
현재 철봉산1호가 있는 지점에서 룽커우 부두까지의 거리는 약 13km입니다.
계선 장소가 부두 접안을 앞둔 선박이 대기하는 곳인 만큼 철봉산1호도 조만간 룽커우항 부두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룽커우항은 북한 선박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항구로, 광물은 물론 유류를 선적 혹은 하역할 수 있는 수십 개의 부두가 있습니다.
철봉산1호의 입항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가능성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유류를 제공하면서 올해 3월 이 한도가 초과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북한에 유류가 추가로 공급된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 됩니다.
과거 한국에서 불법 매입…제재 권고 대상
철봉산1호가 유엔의 제재 권고 대상 선박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2022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한국 회사가 매각한 북한 유조선 오션스카이호의 사례를 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오션스카이호는 철봉산1호의 옛 이름으로, 모두 동일한 선박입니다.
당시 전문가패널은 한국 선적의 ‘대호 선라이즈’호가 2021년 한국 부산항을 출항한 뒤 몇 주 만에 북한의 ‘룡성 무역회사’로 운송됐고, 이후 오션스카이호로 이름이 변경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6년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한국 유조선이 북한 깃발을 달고 운항한 것 자체가 제재 위반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패널은 약 1년 뒤 발행한 연례보고서에서 오션스카이, 즉 철봉산1호에 대해 제재를 권고했습니다.
룽커우항, 제재 위반 사례 증가
철봉산1호가 입항한 룽커우항이 최근 제재 위반 사례가 자주 발견되는 항구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VOA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는 북한 선박 갈마호가 지난달 19일 룽커우항 부두에 접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마린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갈마호는 지난달 27일 모항인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갈마호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갈마호는 올해 6월에도 룽커우항 부두에 접안한 뒤 별다른 제지 없이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와 함께 유엔이 제재를 권고한 유조선인 철봉산1호까지 룽커우항에 입항하면서, 이 항구가 제재 위반의 주요 거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주목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에서 안보리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언론 보도에 의존하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름을 밝히고 수치심을 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Unfortunately, there's nothing else international community can do except rely upon media sources and outlets reporting on this particular aspect to name and shame the incidences when they occur.”
VOA는 철봉산1호와 갈마호와 관련해 중국 정부에 질의한 상태이며,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