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진항 ‘무기 거래’ 부두에 대형 선박 입항…올해만 23번째

5일 라진항의 '북한' 전용부두(붉은색 원)에 대량의 컨테이너가 쌓여 있고, 길이 110m의 대형 선박이 입항한 모습이다. (사진출처 : Planet labs)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루트로 의심받고 있는 라진항에 또다시 대형 선박이 입항해 컨테이너를 싣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최근 이곳에선 컨테이너가 쌓였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어 주목됩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라진항에서 5일 대형 선박이 포착됐습니다.

라진항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북한 전용’으로 분류된 부두에 길이 110m에 달하는 선박이 정박한 모습이 확인된 것입니다.

선박은 적재함을 개방한 채 부두에 선체를 바짝 밀착한 상태이며, 부두에는 컨테이너들이 약 100m 길이로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부두에 쌓인 컨테이너들은 길이 6m, 폭 2.4m 표준 규격을 기준으로 약 70개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여러 층으로 적재된 경우 그 수는 2~3배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이 부두에는 앞서 지난달 15일에 대형 선박이 입항한 이후 컨테이너가 사라졌다가 다시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9월 15일 라진항의 모습. 대형 선박(원 안)이 정박해 있다. 사진=Planet Labs

그러다가 지난달 28일부터 컨테이너가 급속히 쌓이기 시작해 3일에는 부두 한 면을 가득 메운 모습이 확인됐고, 이번에 실제로 이틀 만에 대형 선박이 입항해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앞서 VOA는 이 일대에 컨테이너가 급속히 쌓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지난 3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컨테이너가 계속 쌓이고 있는 곳은 북한 전용 부두뿐만이 아닙니다.

과거 중국 전용으로 사용되던 북쪽 부두에 약 130m 길이로 컨테이너가 적치된 모습이 위성 사진을 통해 포착됐습니다. 이 부두는 선박의 입출항 없이 컨테이너가 지속적으로 쌓이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주로 북한 전용 부두에서만 컨테이너가 확인됐지만 최근 들어 중국 전용 부두에서도 꾸준히 컨테이너가 쌓이는 장면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올해 ‘라진항 입출항’ 선박, ‘23척’

라진항은 앞서 백악관이 지난해 10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한 곳입니다.

백악관은 지난해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가 넘는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라진항에서 약 6m 표준 규격 컨테이너 300여 개가 적재되는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백악관이 지난해 10월 북한 라진항에 약 6m 표준 규격의 해상 운송 컨테이너 약 300여개가 적재돼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컨테이너들은 러시아 선박에 실려 러시아 항구로 운송된 후, 열차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이동된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VOA는 지난해 8월 26일 대형 선박이 라진항에서 포착된 이후 이곳에서 선박이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발견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올해를 기준으로 이날 발견된 선박까지 모두 23척이 이 부두를 드나들었습니다.

무기 거래, 안보리 결의 위반…북러 모두 부인

만약 북한과 러시아가 실제로 라진항을 통해 무기를 거래했다면,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합니다.

유엔은 여러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기 수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김남혁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최근 유엔 총회 회의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남혁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3등 서기관.

[녹취: 김남혁 서기관] “We have never had arms dealings with the Russian Federation and we have no plan to do so in the future either. We strongly denounce the hostile forces for the rumor of arms dealings as a plot breeding story against the DPRK, as well as a part of hostile attempt to tarnish the image of the DPRK in the international arena by invoking the illegal sanctions resolution against the DPRK.”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 역시 지난 7월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며, 무기 거래에 대한 물적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