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국경을 영구 봉쇄하는 ‘요새화’ 선언을 한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까지 공세적 수사와 도발로 미국과 한국을 시험할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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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남북 육로 완전 단절 및 요새화를 발표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 선언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매우 예측가능한 후속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러한 행동에 나선 배경에 대해 “현 한국 정부에 더 공세적인 태세를 취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을 ‘적’으로 재정의…‘폭력적 접근’ 사전작업”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10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은 현 한국 정부를 북한이 상대할 수 없는 적대적 정권으로 규정하고,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He is defining the Republic of Korea, as some sort of alien entity. And this then provides the justification for a more aggressive, hostile and even violent approach towards South Korea to ultimately fulfill his goal of unifying the nation under North Korea's rule.”
“김정은은 한국을 일종의 ‘이질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 통치하의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에 대해 더욱 공격적이고, 적대적이며, 심지어 폭력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도의 통일에 앞서 “일종의 중간단계로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거나, 미국을 한반도에서 밀어내거나, 미국 스스로가 한반도에서 철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한국을 더는 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한 뒤, 올해 1월 개헌을 지시했습니다.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북반부’와 같은 표현을 삭제하고,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할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한국과 관계를 단절한 북한이 앞으로 공세적 수사와 도발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see North Korea on a path to escalate tensions and to carry out very carefully, some well-designed provocations designed to test the Republic of Korea and, by extension, the United States. Once again, I don't think North Korea is trying to push the peninsula to war, because I think they understand the consequences of that action.”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과 더 나아가 미국을 시험하기 위해 고안된 도발을 매우 신중하게 수행할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어 “다만 북한이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고 가려고 보지는 않는다”며 “그러한 행동의 결과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제 가능한 선에서 도발…서해 NLL 가능성”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김정은이 더 폭력적이고 더 위험하고 더 수정주의적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미 안보당국의 실제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무력사용의 정당성 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징후로는, 서해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이를 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관련 발표는 없었지만,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해상 국경선’이 발표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북한이 전쟁을 원한다는 징후는 없다”며 “확전 통제가 비교적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유형의 행동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미한 관계를 약화시키거나, 미국이 북한의 조건을 수용하고 협상장으로 돌아오도록 압박할 수 있다면 대선 이후나 새로운 대통령 취임 후에 그런 행동에 가치가 있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I believe the actions will all be at least the other side of the election, if not the other side of inauguration, that he could succeed in weakening the US ROK relationship, or compelling the US to return to the table on Pyongyang's terms, and in that case, Kim may see value in these actions… He's going to spend the first few months, of a new US administration calculating, how we would see the world, and how we would see the peninsula and how he can manipulate that.”
그러면서 “김정은은 새로운 미국 행정부 취임 이후 첫 몇 달 동안 미국이 세계와 한반도를 어떻게 볼 것인지 관찰하며, 이를 조종할 방법을 계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한국전 가능성 1950년 이후 최고”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제2의 한국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관련 기고문을 낸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10일 VOA와 영상통화에서 “지금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이후 북한은 군사력을 상당히 증강했으며,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더 이상 원치 않으며, 한국을 적국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매닝 연구원은 “1950년부터 70년 넘게 북한의 핵심 정책이 통일이었는데 김정은이 그걸 하루아침에 찢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A core assumption and core policy of North Korea has been reunification since 1950 for over 70 years, and some overnight, he just ripped that up and threw it away. And if it's not reunification, then what is your relationship to South Korea? It's an enemy state, and enemy you know that that logically leads you to believe that later he wants to take aggressive action against it. I think the the opportunities, in terms of the those islands along the Northern Limit Line and attacks, there would be a way of testing both the US and South Korea… He seems more emboldened to take action and I think he feels he would have Russian support.”
그러면서 “한국은 더 이상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국’이며, 적국은 논리적으로 나중에 김정은이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북방한계선 인근 섬들을 공격해 미국과 한국을 모두 시험할 것”이라며 “김정은은 (무력) 행동에 나설 만큼 대담해진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오판 가능성도…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 중요”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 영상통화에서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전술적 수준에서 오판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셈법에는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f they felt emboldened by either its military technology transfers from Russia, if that is occurring, if they felt that the alliance deterrence and defense capabilities had been degraded, either through a lack of capabilities or a lack of resolve. So I think a primary concern that I heard in my visit to Seoul two weeks ago was concerns about the level of US commitment. The level of US resolve to defending Korea to living up to our formal treaty obligations, and any indication that the US was less willing to fulfill our treaty obligations, either by focusing elsewhere in the region or telling South Korea it was more on its own, that would have serious repercussions for stability on the Korean peninsula.”
클링너 연구원은 “러시아로부터의 군사 기술 이전을 받거나, 미한 동맹의 역량이나 결의가 부족해 억지력과 방어력이 저하된다면” 김정은이 전쟁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 서울을 방문했을 때 미국의 조약 의무 이행과 한국을 방어하려는 결의 수준에 대한 우려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이 다른 지역에 집중하거나, 한국에 대해 방어를 홀로 담당하라고 한다면 한반도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철통같은 미한 동맹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한 김홍균 한국 외교부 1차관을 만나 미한 동맹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