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과의 국경을 영구 차단하겠다고 밝힌 9일 한반도 상공에 미국 정찰기가 출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남북 군사분계선 일대엔 한국 공군 소속 ‘글로벌호크’ 등도 자주 출현하고 있는데요. 함지하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한국과의 국경을 봉쇄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한 날 공교롭게도 미국의 정찰 자산이 한국 상공에 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항공기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플라이트레이더24’와 항공기 추적 X(옛 트위터) 계정에 따르면 미국의 최첨단 정찰기인 RC-135W '리벳조인트'가 한반도 시각으로 9일 오후 2시경 한국 수도권과 서해, 동해 일대를 비행했습니다.
비행은 군사분계선을 따라 서해와 동해를 왕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날 오전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보도문을 내고 한국과 연결된 북한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는데요. 발표가 나온 지 약 4시간 만에 미국의 정찰자산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출현한 것입니다.
진행자) ‘리벳조인트’가 어떤 정찰기인지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리벳조인트는 수백 km밖에 떨어진 전자정보와 통신정보를 수집하고 발신지를 추적할 수 있는 정찰기입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보니,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할 때마다 관련 신호를 포착하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그 외에도 북한의 열병식 준비 등 대규모 움직임이 있을 때에도 직접 출격해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군사분계선에서 이뤄진 활동을 추적, 감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날 포착된 정찰기는 리벳조인트뿐이었나요?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미 육군의 EO-5C ‘크레이지 호크’ 정찰기도 이날 한반도 수도권 상공에서 포착됐습니다. 크레이지 호크 역시 통신과 신호정보를 감청할 수 있는 미국의 정찰 자산입니다.
다만 크레이지 호크는 한국에 주둔하며 한반도에서 자주 출격 장면을 노출하는 정찰기인 반면 리벳조인트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된 정찰 자산으로, 한반도 출격 횟수가 많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처럼 리벳조인트가 한반도에 출격하면 언론 등이 관심을 갖고 그 배경을 추적하곤 하는데요. 이날은 북한의 ‘국경 봉쇄 공사’와의 연관성이 주목된 것입니다.
진행자)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군요? 그렇다고 해도 정찰기가 의도적으로 위치 신호를 켠 상태로 비행한 점을 흥미롭게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아직까지 미국 공군이 이번 비행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만큼 정확한 비행 목적, 정찰 의도 등은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적으로 북한의 ‘국경 봉쇄 공사’ 발표 때문이다, 이렇게 보기에도 무리가 따릅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리벳조인트의 위치 신호가 민간 추적 웹사이트 등에 드러난 것은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한 목적은 모르지만 정찰기가 출격한 사실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만큼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정찰기를 비롯한 항공기에는 신호 송신기기인 ‘트랜스폰더’가 있습니다. 은밀성을 유지해야 하는 정찰기는 일반적으로 이 트랜스폰더는 끄고 운항하는데요. 이번처럼 민간인 등에게 추적이 된다는 것은 이 트랜스폰더를 켠 것이고, 이는 위치를 노출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 정찰기의 출격이 빈번해진 지난 2020년, 미 정찰기의 잦은 출격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에게 이를 알리고자 한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켜보고 있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더라도 우리는 다 알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정찰자산도 최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플라이트레이더24’ 등에선 남북 군사분계선 일대를 비행하는 한국 정찰기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19년과 2020년에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RQ-4) 4대를 들여와 사천 공군 기지 등에서 운용 중인데요. 이 글로벌 호크는 올해 초부터 매일 출격 장면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군사 분계선 인근을 수십 차례 선회 비행하면서 플라이트레이더24 지도에선 같은 지점에 여러 번 겹쳐 그려진 두꺼운 빨간색 선이 자주 보입니다. 작전 반경 3천km, 최대 비행시간이 32시간에 달하는 글로벌 호크는 수십 km 상공에서 지상의 30cm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습니다.
그 밖에 한국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E-7A ‘피스아이’도 종종 포착되고 있습니다.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피스아이는 최신형 다기능 전자식 위상배열 레이더와 전자장비 등을 장착해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하는 것은 물론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군사 활동도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은밀성이 최대 강점인 정찰 자산이 항적을 노출한 것은 한국 군 당국이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찰기 출격에 북한도 강하게 반발했었죠?
기자) 네, 앞서 북한 대외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월 논평을 통해 미국의 최첨단 정찰기와 한국의 고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 등이 총출동해 북한 지역의 광범위한 정보를 입수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시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존재하는 조선반도에 정탐행위를 버젓이 행하는 것은 우리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며 지역 정세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적 상황에 몰아넣는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들어선 북한도 자체적으로 만든 정찰기를 공개했는데요. 북한의 정찰기도 포착이 되고 있나요?
기자) 네, 북한은 지난해 ‘무장장비 전시회’와 열병식에서 전략무인정찰기 ‘샛별-4형’을 공개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샛별-4형의 외형이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와 닮았다는 사실인데요. 전문가들은 외형만 비슷할 뿐 글로벌호크에 장착된 센서나 지상과의 교신 체계 등은 흉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정찰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은 과거 매우 작은 무인기를 한국에 날린 적이 있습니다. 일부는 한국에 추락해 잔해가 수거되기도 했었죠. 이에 대비해 한국 군은 북한 무인기를 차단, 요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해 이를 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함지하 기자로부터 미국 정찰기 ‘리벳조인트’의 한반도 출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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