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일 피폭단체 노벨평화상 수상에 “핵무기 폐기해야”…EU “NPT 의무 이행 필요”

1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의에 참석했다.

일본 내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가운데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사회에 핵무기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유럽연합은 핵확산금지조약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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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일 피폭단체 노벨평화상 수상에 “핵무기 폐기해야”…EU “NPT 의무 이행 필요”

유엔은 11일 일본 내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을 축하하면서,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위협적인 핵 수사를 멈추고 핵무기 폐기에 앞장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핵무기는 여전히 인류에게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며, 국제 관계의 일상적인 수사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 “Nuclear weapons remain a clear and present danger to humanity, once again appearing in the daily rhetoric of international relations. It is time for world leaders to be as clear-eyed as the hibakusha, and see nuclear weapons for what they are: devices of death that offer no safety, protection, or security. The only way to eliminate the threat of nuclear weapons is to eliminate them altogether.

그러면서 세계 지도자들도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처럼 핵무기가 안전, 보호, 안보를 제공하지 않는 죽음의 무기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핵무기 위협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2024년 노벨평화상에 일본 원폭 피해 생존자 단체 ‘니혼 히단쿄’ 선정

앞서 1945년 일본 내 원자폭탄 피해자들이 설립한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 히단쿄)는 이날 2024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녹취: 노벨위원회] “The Norwegian Nobel Committee has decided to award the Peace Prize for 2024 to the Japanese organization Nihon Hidankyo. This grassroots movement of atomic bomb survivors from Hiroshima and Nagasaki, also known as Hibakusha, is receiving the Peace Prize for its efforts to achieve a world free of nuclear weapons and for demonstrating through witness testimony that nuclear weapons must never be used again."

노벨위원회는 11일 발표를 통해 니혼 히단쿄의 원폭 피해자들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목격자 증언을 통해 핵무기를 다시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 공로가 인정됐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니혼 히단쿄 공동의장인 미마키 도시유키 씨는 히로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상은 핵무기 폐기가 가능함을 입증하려는 노력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핵무기는 절대적으로 폐기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즈미 나카미츠 유엔 군축고위대표도 이날 유엔 정례브리핑에서 핵군축을 위해 노력해온 니혼 히단쿄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현재의 핵 금기를 지키는 것이 유엔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우선순위”라고 강조했습니다.

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 중 나카미츠 이즈미 유엔 사무차장 겸 군축고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화면출처: UNTV)

[녹취: 나카미츠 군축고위대표] “Upholding nuclear taboo at the moment is one of the top, and I would say urgent priorities of the United Nations, against the background of I would say rather unfortunate increase of nuclear risk, nuclear rhetoric. All these things need to be really stopped, and we hope we will be able to reverse the current rather unfortunate and very dangerous trajectory.”

나카미츠 군축고위대표는 특히 핵 위험과 핵 수사가 증가하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이 모든 것은 정말로 중단돼야 하며, 현재의 불행하고 위험한 궤도를 되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EU “ 핵 확산 막기 위해 강력한 외교적 노력 전개”

유럽연합(EU)도 이날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핵 비확산 의무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U 성명] “The European Union consistently stresses the need to implement all obligations and commitments with regard to the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NPT), including the need for concrete progress towards the full implementation of its Article VI, with the ultimate goal of total elimination of nuclear weapons. We promote the universalisation and entry into force of the Comprehensive Nuclear-Test-Ban Treaty (CTBT). We deploy intense diplomatic efforts to prevent the 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EU는 핵무기의 완전한 철폐를 궁극적인 목표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제6조의 완전한 이행을 위한 구체적 진전 필요성을 포함해 NPT와 관련한 모든 의무와 약속을 이행할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보편화와 발효를 촉진하고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외교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든 종류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CTBT는 1996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고 지금까지 187개국이 서명했습니다.

이 중 핵무기를 보유한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를 포함한 178개국이 관련 조약을 비준했지만 아직 발효되지 못했습니다.

CTBT가 법적 구속력을 갖고 발효돼 현장 조사 등을 실시하려면 핵기술을 보유한 44개국 모두 조약에 서명하고 비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 44개국 중 미국과 중국,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은 CTBT에 서명만 하고 비준하지는 않았으며,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은 이 조약에 서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가 2003년 일방적으로 탈퇴했으며 자국의 핵 개발은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남북, 유엔서 설전…“핵·미사일 포기해야” vs “핵 개발은 자위권”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경고와 규탄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습니다.

앞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달 열린 IAEA 총회에서 “IAEA가 북한 핵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여러 장소에서 불법 핵 활동을 관찰했고,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로버트 플로이드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 사무총장도 지난 8월 ‘국제 핵실험 반대의 날’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만이 국제사회의 핵실험 금지 노력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